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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 이주노동자의 사인 논쟁

이주노동자의 사인 논쟁
경찰 "자살"... 경남외국인 노동자상담소 "자살 근거 없어"


한 이주노동자가 형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요구하며 창원 신촌동 우수기계 정문앞에서 이틀째 한 시간씩 무더위 속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네팔 출신의 이주노동자 슈만 다칼시. 지난 7월 2일 23시 10분경 기숙사 옥상에서 추락사 한 것으로 추정되는 형인 고 산토스 다칼의 사인이 자살이라는 사측과 경찰측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그는 정상인의 몸이 아니다. 지난 2월 김포에서 일하다 오른팔을 다치는 끔직한 부상을 당한 후 지금까지 치료 중이다. 치료 후 귀국을 해야 하는 그에게 형에 대한 상처와 무더위는 그를 더욱 괴롭히고 있다.

형인 산토스 다칼은 1년 6개월을 한국에서 연수생으로 일했다.

그는 귀국을 불과 1주일 앞둔 형의 갑작스런 죽음을 두고 자살이라고 믿지 않고 있다. 사건 당일 네팔의 가족에게 고향에 돌아간다며 안부전화를 했던 형인만큼 자살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가족들 또한 산토스 자칼의 죽음을 믿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일주일 후 돌아온다는 아들과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신병비관과 향수병 등으로 인한 자살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경남외국인 노동자 상담소는 자살로 보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선 고인이 된 산토스 다칼이 평소에 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신병을 비관해 자살했다는 경찰의 입장에 대해 후두염과 평발로 자살하는 사람이 있겠느냐며 반문하고 있다.

그리고 향수병 때문일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귀국을 일주일 앞 둔 상태에서 향수병으로 자살로 몰고 간다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부모와 부인, 두 딸을 둔 화목한 가정의 가장으로 무엇보다 자살에 대한 징후나 유서 등 자살로 단정할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또 힌두교를 믿는 신자들이 자살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절실한 힌두교 신자인 산토스 다칼이 자살했을 가능성을 희박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와함께 상담소는 최초목격자의 진술에도 의혹을 제기한다. 최초 목격자는 네팔 동료이자 룸메이트인 세다이씨. 그가 목격한 4층 기숙사에서 산토스 자칼이 쓰러진 주차장을 확인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경남외국인 노동자 상담소는 자살이라는 수사결과에 대해 재수사을 요구하고 부검을 요구했다.

지난 7월7일 부산대학병원에서 부검을 지휘했던 담당자는 고 산토스 자칼의 발바닥에 페인트가 묻어 있는 것과 가슴의 반점 등으로 보아서 최초 발견 장소에서 추락하여 사망한 것이 분명하다는 의견을 내어 놓았다. 또 특별한 외상이 없고 별다른 저항없이 추락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타살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경남외국인 노동자 상담소는 타살의 가능성을 배제하면서도 자살의 근거도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두고 무리하게 자살로 단정해 버리는 경찰이나 사측의 미온적인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며 사고사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자살과 타살의 피해보상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 자살의 경우 유족들은 전혀 피해보상을 받을 수가 없는 것이다.

현재 사측은 네팔 노동자들이 상담소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이유로 경남외국인 노동자상담소가 회사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네팔 이주노동자들은 사측의 이야기와는 달리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동생 슈만 자칼에게 다가와 위로를 하기도 했다.

상담소 역시 회사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 한다. 네팔 동료들은 친구의 죽음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사망 당일 사내에서 싸움이나 다툼이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하지만 진술의 내용은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반해 사측은 사망당일 다툼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남외국인 노동자 상담소는 부검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동생 슈만 자칼은 형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기 위해 1인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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