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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준비된 답변원고 읽는 이상한 시민토론회


“창원에는 돈은 많은데 문화가 없다. 유흥문화만 보인다.”

 

얼마 전 서울지역에서 내려 온 이가 했던 말입니다. 조금 억울한 측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틀린 말도 아니라고 봅니다. 창원은 경남의 수부도시입니다. 국제행사 좋아하는 경상남도의 수부도시. 하지만 다수의 국제행사를 치렀지만 문화만큼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에 늦은감은 있지만 창원시가 문화도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나선 것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봅니다.

 

경남에 영상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소재지가 마산으로 정해지면서 창원시가 뒤늦게 문화란 부분에 주목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앞서 김해는 가야문화를 중심으로 한 문화도시를 추구하고 있고 마산의 경우는 로봇랜드와 영상문화를 결합한 테마파크 조성으로 문화도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창원시는 녹색 자전거 문화 이외는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습니다. 인근 마산시와 비교해 보면 영상부분에도 이미 늦은 셈이지요.

 

토론회 시작시 실내 모습. 실내는 토론회 참석자들로 메워졌다.


아무튼 다행스럽게도 창원, 마산, 진해가 통합되면서 새로운 도시의 면면을 고민하던 창원시가 문화도시를 추구하며 발걸음을 시작했습니다.

 

24일 창원시청에서 열린 ‘문화, 예술도시 조성 시민대토론회’에서 박완수 시장은 “창원시가 명품도시로 인정을 받고 있지만 문화면에서 만들어가야 할 것이 많다. 통합된 창원시에 더 큰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문화면을 강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창원시가 급하게 토론회를 준비하고, 시장이 나서서 이 정도 발언할 정도면 창원시가 구상하는 도시형태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시기적으로 늦었지만 창원시의 선택에는 한 표를 던집니다.

 

그런데 토론회를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날 토론회는 2층 시민홀에서 열렸는데, 제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많은 사람이 모였기 때문입니다. 준비된 좌석은 사람들로 가득 메워졌더군요.

 

실제로 토론회에 가보면 그리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이해관계가 있는 단체나 그 구성원들이 참여를 하고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형태이거나 소수의 사람들이 토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토론회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참석인원’에 대한 우려를 먼저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이런 현실에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으니 제가 놀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것도 40중후반 이상의 분들이 모였으니 더욱 놀랄 수밖에요.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3시에 시작해야 했던 토론회는 13분이 늦어졌습니다. 업무에 바쁘신 시장님이 지각을 하신 것입니다. 그 13분 동안 사회를 맡은 문화담당 공무원은 사전에 기획 되지 않은 멘트를 하시느라 애 쓰더군요. 하지만 참석자들은 이유도 모른 채 13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행사지연이 당연한 듯 양해나 사과를 구하는 발언이 사회자나 시장에게서도 나오지 않더군요.

 

발제문이 끝날 즈음 토론회장. 다수의 사람이 빠져 나간 모습니다.


시장의 인사말이 끝나고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토론회 발제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채 5분이 되지 않아 자리를 벗어나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것으로 시작해서 한 명, 두 명, 더러는 무리지어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하더군요.

 

더욱 실미소를 짓게 만들었던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이탈하는 숫자가 많아지면서 관계 공무원이 입구에서 이탈을 막는 모습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토론회라는 성격상 많은 시민들이 참석하지는 않을 것이고, 시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방향에 대한 토론회였으니 말입니다. 급기야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일은 관련단체에 토론회 참석인원을 부탁할 수밖에 없을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결국 발제가 끝나고 토론이 남아 있는 순서에 이를 즈음에는 여기저기 자리가 비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실망한 것은 토론회 아닌 공청회 형태였다는 것입니다. 지정토론자가 미리 준비한 토론 원고를 읽고, 발제자가 미리 준비한 답변을 읽는다면 그것은 토론보다는 공청회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창원시가 문화를 중심으로 한 행정을 펴는 것에 감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기보다, 인위적인 과정으로 문화를 만들어가려 한다면 그 정책 역시 성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예술분야는 ‘후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 것이 보편적인 명제입니다. 인위적인 문화는 문화가 아니란 소리입니다. 좀 더 깊이 준비하고, 문화예술분야를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행정이 나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