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업무를 보며 출퇴근을 한 지 정확히 6일째입니다. 자전거를 구입하게 된 결정적 내막은 따로 있지만,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일이기도 했습니다. 은근히 운동도 할 겸해서 욕심을 내고 있다가 한 날 새로운 애마를 만났습니다.
애마가 된 녀석. 이 놈으로 출퇴근을 한다.
자전거가 비싸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1천만원을 넘는 자전거가 있더군요. 대부분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는 1백만 원 선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러니 저 같은 가난뱅이는 엄두도 못 낼 일입니다. 결국 고민 끝에 20만 원 선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자전거 매장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흔들립니다. 10만 원대로 가격을 급히 바꿉니다.
매장에 들어서서 사람을 부르니 졸고 있던 50대의 주인이 놀란 듯 잠에서 깨어나 아래 위를 번갈아 봅니다.
“아저씨, 자전거 가격대가 어떻게 되죠?”
“얼마정도 가격대를 찾는데요?”
“10만 원대요”
이 주인양반, 갑자기 얼굴 표정이 굳어집니다. 괜한 놈이 와서 단잠을 깨운다는 표정입니다.
“요즘 10만 원짜리 자전거가 어딨어요? 그런 거는 없습니다.”
아주 면박을 줍니다.
“네?, 인터넷에 보니까 있던데요?”
“우리는 그런 거 안 팔아요. 10만 원짜리 자전거는 이제 안 나옵니다”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주인 양반도 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그래서 얼마짜리가 있나 한번 둘러보았습니다. 최저 가격이 20만 원대 후반부터 100만 원대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상한 기분에 굳이 여기서 자전거를 살 이유는 없지요. 그래서 모른 채 하면서 발길을 돌립니다.
기분이 상해 자전거를 구입하는 것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낙심한 채 몇 발자국 옮기니 그곳과 불과 50여 미터 떨어진 다른 자전거 매장이 보입니다.
그 매장에 들렀습니다. 이곳은 앞 매장처럼 국내 모 메이커 매장이 아닙니다. 역시 같은 가격대가 있는 지 물었습니다. 그런데 10만 원대 가격이 있습니다. 나머지 가격대를 보니 20만 원대부터 50만 원대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여기서는 굴욕을 안 당해도 될 듯합니다.
주인에게 자전거 가격대에 따라 어떤 기능이 다른지 물었습니다. 주인장 왈 우선은 재질이 가볍고 튼튼하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브레이크에 사용된 재질과 휠의 차이 정도랍니다. 나머지 기능이 더 있지만 달리는 데는 변속기아의 수가 비슷해 크게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10만 원대는 일상에서 짧은 거리를 이용하는데 적합하다고 합니다. 무게가 무겁고 튼튼하지 못해 장거리를 이동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합니다. 장거리 이동에는 20만 원대나 30만 원대 이상을 사는 게 좋다고도 합니다.
20만 원대를 보니 30만 원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의 욕심은 이런 곳에서 보입니다. 머뭇머뭇 하는 모습을 보던 주인장이 중고가 있으니 한번 보라고 합니다. 바로 찾던 자전거입니다. 가격도 10만 원대 초반입니다. 한차례 굴욕을 겪은 후 애마는 그렇게 결정되었습니다.
럭셔리를 포기하고 구입 한 전조등. 그 대가는 무려 17만원 차이가 났다.
며칠 동안 밤길에 자전거를 타다보니 전조등도 필요하더군요. 그래서 지나치다 눈에 보이는 한 곳을 들렀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기분이 상해버렸습니다. 우연찮게도 앞서 들렀던 곳과 같은 국산 모 메이커를 판매하는 매장입니다.
자전거 전조등이 무려 18만원입니다. 그 아래 가격이 16만원. 최하 낮은 가격이 2만5천원입니다.
주인장 하는 말 “다들 이 정도 달고 다닙니다. 자전거만 해도 100만원대를 다 타고 다니는데.”
앞서 자전거를 사면서 보았던 1만원을 생각하고 들렀다가 어안이 멍멍해 집니다.
옆의 한 젊은 친구도 끼어듭니다. “럭셔리하잖아요.”
럭셔리 같은 소릴 하고 있습니다. 노블리스, 엣지, 카리스마 같은 가식적인 말 입에 담고 다니는 인간들 중에 제대로 된 인간 한 명도 못 보았습니다. 짜증을 숨기고 1만 원짜리는 없냐고 물었더니 쥔장은 이내 무시하듯 자리를 떠나버립니다. 또 한 번 열이 오릅니다.
이날 또다시 굴욕을 당하고 난 이후에 발품을 팔아 결국 1만 원짜리 전조등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참 요지경 세상입니다.
'사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런 막걸리 보셨나요? (10) | 2009.12.22 |
---|---|
옆집 강아지 ‘복실이’와의 이별 (1) | 2009.08.24 |
주차쪽지, 그 작은 배려의 감동 (46) | 2009.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