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개인에게 도급계약서를 작성케 하고 구체적 업무에 대해 지휘 감독하였다면 이들은 노동자일까? 개인사업자일까? 부당해고임을 주장하고 있는 여성들이 민주노총 관계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한 가정의 일원으로 생활전선에 뛰어든 이들에게도 '해직통보'는 찾아 들었다.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둔 (주)교차로신문에서 일자리를 잃은 18명중 17명의 여성이 3월3일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구제신청을 냈다.
이들은 자신들은 회사에 채용된 노동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교차로신문에서 낸 구인광고를 보고 입사를 했고, 회사의 근로감독과 지휘를 받으며 일해 왔다는 것이 이들이 ‘근로관계’를 주장하는 근거이다.
반면, 교차로는 신문 직배 도급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교차로는 이들의 업무가 새벽시간대에 이루어지는 생활정보지의 1차 배포가 끝난 후 보조적 업무로 이루어지는 2차 배포를 담당했다며 ‘회사로 출근 하지 않았다’ ‘관리 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주)교차로는 이들에게 지난 12월30일, 회사 경영상의 이유로 ‘1월3일 업무를 중단할 것’을 통보했다.
◇ 부당해고 VS 도급계약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낸 여성들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구제신청 이유서에서 “채용단계부터 ‘급여’를 목적으로 한 근로관계를 예상했다”며 “지각, 조퇴, 결근에 대해서 월 급여액을 공제당한 만큼 회사가 자신들의 근무태도를 관리·감독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배송업무와 관련해서도 “배포대 섭외, 광고유치, 무단 수거자 적발 등 모든 사항에 대해서 관리자를 통해 관리 감독을 받았다”며 “담당지역의 가판대 배달에 대해 보고서와 배송지도를 정기적으로 작성해서 보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당시 교차로가 ‘신문직배 아주머니 모집’, ‘차로카 모집’이란 제목으로 광고를 냈다.”며 “‘주식회사 교차로’란 명의로 모집광고를 내고, 이력서와 사진, 주민등록등본을 지참케 하고 면접을 보았다”고 덧붙였다.
조외희(38세, 창원시 용호동)씨는 “당시 회사에 입사하는 것으로만 알았다”며 “도급이란 개념도 몰랐고 면접도 보았다”고 했다. 그는 “면접 당시에 회사가 사업자등록을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정미영(36세, 창원 소답동)씨도 “입사 당시 소득에 대해서 세금을 공제하고 지급한다. 오토바이를 구입해야 하고 면허증과 관련해서 물었다.”며 “사업자등록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4대 보험가입에 대해서도 회사에 요구를 한 적이 있다”며 회사는 “정직원 수가 100명 이상이 되면 세금관계 등으로 안하는 것이 낫고, 가져가는 금액(월급)도 적어진다. 개인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교차로는 “업무상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고, 출퇴근 시간, 근태 내역 등의 관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근무지역의 특성, 직배, 신문 종류의 수에 따라 도급비를 차등지급했다며 근로계약이 아님을 주장했다.
◇ “차라리 임금을 삭감했으면 이해를 하겠다”
이들은 (주)교차로신문에 면접을 보고 길게는 4년8개월, 적게는 3개월을 근무했다. 한 가정의 일원으로서 알뜰살뜰 살아보자고 위험을 감내하며 생활전선에 뛰어든 이들에게 회사가 ‘업무의 중단’을 통보한 날은 12월30일이었다.
“허탈했죠. 회사가 어렵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래서 임금삭감은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만두라 하니까 너무 허탈했죠.”
윤정희(창원 상남동. 37세)는 “12월에는 회사가 제공한 근무복도 나왔기 때문에 그만두게 될 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조외희씨는 “4년, 5년 동안 회사가 시키는 데로 했는데 하루아침에 짤라 버렸다”며 원망을 했다. 그는 “해고 한 달 전에 새 오토바이를 구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해고로 인해 김경숙(45세. 창원 도계동)씨는 가정의 전체 소득이 160만원으로 떨어졌다. 이 금액으로는 5인 가족의 생활비가 빠듯할 수밖에 없다. 그는 “대학생인 자녀가 군에 입대하려고 휴학계를 냈다”며 “일을 해야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업무에 대해서도 “오토바이를 타고 하는 일이라 위험하다.”고 말했다. “사고 때문에 일을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측은 보상금이나 위로금은 지급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실제로 전 아무개씨는 11월 중순경 신문을 배포하다가 접촉사고로 갈비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두고 있는 그는 홀로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였다.
동료들은 그가 “사측으로부터 보상금을 받지 못하고, 집에서 요양을 하다가 해고가 됐다”고 말했다. 전 씨는 “일자리가 없어진 것을 모른 채 1월5일 출근을 준비 중인 상태였다”고도 했다.
동료들은 그에게 어쩔 수 없이 달갑지 않은 소식을 전해야만 했다. “교통사고로 병원비까지 책임을 져야 했던 전 씨가 다급해져서 건물청소와, 요구르트를 배달해가며 현재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동료들의 이야기다.
◇ 민주노총, “도급을 위장한 정규직 노동자로 판단”
민주노총경남지역본부 강성진 조직국장은 이들 여성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된다며 부당해고라고 확신했다.
그는 “대법원의 판결에서도 계약의 형식보다도 업무상의 지휘·감독 등의 사유로 노동자성을 판단하고 있다“며 “회사의 지휘감독아래 일을 했기 때문에 노동자성이 인정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측이 주장하는 도급에 대해서는 사건을 맡은 담당노무사도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보고 있다”고 전하면서 “지켜보면서 판단이 잘못되었을 때 문제제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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