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정부 강경 단속, 어이없는 죽음 맞은 이주노동자


정부 강경 단속, 어이없는 죽음 맞은 이주노동자
“정부의 미등록 체류자 강경단속과 무관치 않아”


한 이주노동자의 어이없는 죽음을 두고 인권단체가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더 이상 유발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이 강경해지고 있는 가운데, 14일 경남 함안에서 어처구니없는 이주노동자의 사망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말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하여 경기도 모 업체에서 근무해온 베트남 출신 고(故) 응웬 치쿠에트(30)는 지난 9월 초 회사를 나와 함안 소재 모 업체에 취업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에 의하면 이주노동자의 업체 이탈은 곧 불법체류자로 신분이 변하게 된다. 불법체류자로 신분이 변한 응웬 치쿠에트 씨는 정부의 단속에 대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 당일인 14일 오후 1시 45분 경, 점심 식사 후 휴식을 취하던 응웬 치쿠에트 씨는 때마침 인근 공장의 승합차에서 내리는 일군의 사람들을 본 후 갑자기 급하게 도망치다가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경찰은 고인이 출입국 단속반이 도착한 줄 착각하여 몸을 숨기려고 달아나다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을 두고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고인의 어이없는 불행을 단지 덧없는 횡사나 불운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고인의 죽음이 악화일로로 내달리고 있는 정부의 미등록 체류자 단속 방침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31일 중국동포 등에 한해 자진 출국 후 재입국을 보장하는 프로그램 등이 종료된 후, 기존의 합동단속과 더불어 단속전담반까지 꾸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과 강제 추방에 매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정부의 강경한 대응 방침에 고인의 죽음을 비롯한 어처구니없는 불행이 이미 예비되어 있었다는 설명이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이 사건을 통해 극심한 단속의 공포에 시달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를 새삼 헤아려 보게 된다.”며 “불법 신분으로 낙인찍혀 단속과 강제추방 대상으로만 치부될 뿐인 미등록 체류자에게 출입국 사무소의 단속반에 대한 공포는 죽음까지 부를 정도로 심각하다”며 정부의 태도를 꼬집었다.

또 “정부가 장기간 대대적 단속과 추방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등록 체류자는 이미 19만 명을 넘어서 있다.”고 밝히고 “단속과 추방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은 명확하다.”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솎아내는 데만 몰두하지 말고 산업 현장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기회를 주는 것이 국내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일임을 정부가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당장 전면적 합법화가 어렵다면 재입국 보장 조치를 부여하는 등 정부 정책의 방향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비인도적인 초과체류자 단속에 앞서 초과체류를 조장하는 불법고용 환경을 근절해야 할 것과, 산업연수제도 폐지 및 고용허가제 보완 등을 통해 외국인력 정책을 정비하고 문턱을 낮추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