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유세 마지막 날이었던 1일, 창원 상남동 분수로터리에서는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와 야권단일후보 진영이 마지막 유세를 치열하게 벌였다.
이날 현장에 도착한 저녁 8시께는 이달곤 후보와 박완수 후보 유세차량이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먼저 유세를 시작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교통상황이 좋지 않은 유흥가인 만큼 이날 교통혼잡은 극심했다.
그 와중에 교통정리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군복을 입고 있는 해병관련 단체였다. 혼잡한 거리의 한 가운데서 대부분 고령이신 분들은 교통정리에 여념이 없었다.
어르신들이 직접 나서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모습은 첫 눈에도 신선하게만 보였다. 시민단체나 사회단체가 나서서 하는 봉사활동은 시민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본 그들은 모습은 이런 신선함을 무참히도 깨뜨려버렸다. 단체의 성격을 나타내기 위해 군복을 입고 나온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허리에 찬 물건은 곱게 보이지가 않았다. 자세히 보니 권총이었다. 물론 장난감 권총이다.
군복만 해도 일반 시민들에게는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제복은 단정하고 위엄스러운 이미지를 갖추고 있지만, 무리를 지어 있으면 일반인들에게는 위압감을 준다. 그런데다 허리에 권총까지 착용하고 있으니 불편할 수밖에 없다.
비록 장난감이지만 실제 권총과 그 형태가 같아서 착각이 인다. 일반 시민의 왕복이 많은 도심에서 권총을 착용하고 활보하는 것은 전시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그들의 활동마저도 결코 순수해 보이지는 않았다.
이 분들의 교통정리는 실제 한나라당 후보군들의 유세가 이어지는 동안 차량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해냈다. 교통흐름이 막힐 때, 누군가 교통정리를 하지 않으면 차량은 서로 얽히고 흐름이 막히기 마련이다. 그 분들이 교통정리를 하면서 이런 현상은 나타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은 한나라당 후보들의 유세가 끝이 나면서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김두관 후보의 차량이 분수로터리에 정차해 있고, 선거운동원들이 모이고 있는 것을 보아서는 곧 이어 야권단일후보 진영의 유세가 있을 거라는 짐작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그들의 구호처럼 이달곤 후보가 해병대 출신이라서 나왔을 것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우선은 순순한 사회봉사 활동 차원이 아니었다는 생각에서다. 이들은 한나라당 후보가 시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한 간접 선거운동에 나선 것에 불과했다. 달리 보면 봉사활동을 가장해 자신들의 속셈을 숨기고 시민들을 속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관변단체가 특정후보의 사조직으로 전환되었다는 비판이 있었다. 국민이 낸 세금을 보조금으로 지원 받아 운영한다는 것은 이미 공공의 이익을 위한 단체인 것이다. 그런 단체가 선거라는 공적인 공간에 특정후보의 선거운동를 한다면 국민의 세금인 보조금을 지원받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기 단체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시민단체이든, 자기 단체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단체이든, 최소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을 하려면 그 목적부터가 순수해야 한다. 관의 지원과는 별개로 단체가 구성된 이상 사회적인 책임은 따르기 때문이다.
이 날 결국 내가 본 것은 비뚤어진 권위와 위압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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