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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일제고사,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일제고사 시행으로 말들이 많습니다. 기억해보니 나도 중학교시절 일제고사를 치른 적이 있습니다.

1980년대 초 교교평준화가 시행되면서 일제고사는 사라졌습니다. 정확히는 학력수준평가는 치러지고 있었지만 일정한 비율의 표본만 추출해 전체학생들의 학력을 특정하고 향상을 위한 연구에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일제고사의 목적이 각 지역, 도시와 농촌의 학생들의 학력수준을 평가하고 전체 학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일제고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 대한 전체평가가 필요 없다고 전교조는 말합니다. 학생들의 3%에 대한 표본만으로도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그럼에도 일제고사를 강행하고 더구나 학교별 성적을 공개하려는 정부의 의도는 그들이 추종하고 미화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다름 아닙니다.

일제고사의 결과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에 학교간의 우열이 알려지게 되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폐해가 생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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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반대 1인시위


누구라도 전체 성적이 낮은 학교에 자식을 보내려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자녀를 상위계층의 고등학교에 보내려고 학원을 선택하게 됩니다. 바로 경쟁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발단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사회양극화에 따른 문제입니다. 중하위계층의 가정이, 특히 서민들은 사교육에 투자할 여력이 없습니다.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이미 옛말이 되었듯이 고가의 사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을 앞지르기는 불가능합니다. 
 

소위 귀족학교라고 불리는 특목고 등의 사립고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입학기준을 맞추어야 합니다. 문제는 이런 특목고들은 입학시험을 중3주준이 아니라 고등학교 1학년 수준으로 시험을 치룬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맞추려면 학원의 선수교육(학교 수업과정 보다 앞선 교육과정)을 받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또, 학원에서는 학교보다 교육이 앞서가야 하기 때문에 선수교육을 진행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에 비해 그렇지 못한 학생의 성적이 우수하게 나타날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학생들은 오히려 학교의 수업보다 학원의 수업에 치중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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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반대 1인 시위

이것은 결국 공교육을 허물게 되지만, 일제고사로 인한 경쟁의 심화는 사교육으로 허리를 졸라매는 서민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사회적 교통을 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회양극화에 따라 교육도 진행되다보면 결국은 학생의 성적도 가정의 부의 척도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부의 대물림’에 이어 ‘학력의 대물림’현상이 고착화되는 것입니다. 
  

지금도 공립교육보다는 귀족학교라는 사립교육이 더 집중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수천만에 달하는 수업비와 자녀의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는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지만,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만 모이는 학교가 더 나은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여전히 인맥과 학맥 등에 매여 있는 우리나라의 사회구조는 어느 대학출신인가에 따라서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는 정도입니다. 그렇다보니 부모의 입장에서 중학교 때부터 더 나은 고등학교의 선택을 위해 필사적으로 사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전교조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일제고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시작되는 서열화와 사교육비 증가, 경쟁사회로의 진입은 결국 공교육을 허물고 지역별, 소득별 격차를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일제고사를 시행하면서 ‘학부모의 선택권 존중’ ‘학생들의 학력향상’이라는 명분을 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제고사를 시행하는 그 배후에는 무한경쟁, 승자독식을 예쁘게 포장한 ‘신자유주의의’ 시장논리가 숨어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