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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야기

숲에서 찾은 기억 너머로 온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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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장지대를 촬영하기 위해 주택과 접해있는 산에 올랐습니다. 예전에 자주 가보곤 하던 곳이었는데, 그때와 다르게 울창하게 변해 있습니다. 인적이 없는 산을 오르면서 문득 잊고 있었던 옛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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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은 몇 해 전에, 엄지라고 불렀던 강아지를 묻은 곳이기도 합니다. 사람을 너무 좋아했던 녀석은 출근길을 따라나서다 문사이로 목이 끼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고통 속에서 숨을 거두는 녀석을 바라만 보아야 했던 아픈 순간도 떠오릅니다. 몸을 떨며 가녀린 숨을 쉬는 녀석을 쓰다듬으며 “어서 가서 편안이 쉬라”고 되뇔 수밖에 없었던 아픈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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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는 초입에는 예전에 없었던 산책로가 새로 생겼습니다. 그 옆으로 밤나무가 보입니다. 성장기 한 켠에 자리한 추억이 새삼 떠오릅니다. 시골에서는 가을이 오면 밤과 감은 쉽게 찾을 수 있는 간식거리였습니다. 주인의 눈을 피해 낄낄거리며 함께 밤 서리를 하던 녀석들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이제 알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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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는 막연한 동경과는 달리 여러 가지 위험이 있습니다. 이 작은 산속에도 끊임없이 괴롭히는 녀석이 있습니다. 바로 산모기입니다. 잠시라도 서 있으면 어느새 팔뚝에 앉아 채혈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걷는 동안에도 놈들은 공격을 합니다. 덕분에 모기에 물린 자국이 여기저기 생겼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처서입니다. 이놈들은 머지않아 입이 삐뚤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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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들이 나무에 끼여 있는 모습이 흡사 원시림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위에도 이끼들이 끼어 있습니다. 가까이에서 새소리가 얽혀서 여기저기서 들리지만 눈으로 보는 것은 허락을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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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과 인접한 숲도 이제 울창한 산림으로 변해 있다는 사실이 새롭기만 합니다. 결국 산림에 가려서 원했던 촬영은 하지도 못하고, 산모기에 시달리며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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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또 벌집을 건드릴 뻔 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산에서 놀다가 땅벌 집을 건드린 적이 있는데, 며칠 동안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지독한 놈들은 마지막 생명을 내 온몸 구석구석에 쏟아 넣고 수없이 죽어 있었습니다. 머리카락을 헤집고, 속옷을 헤집고 들어와서 공격을 했습니다. 그런 만큼 저도 살아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몰골이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순간 오싹해집니다. 벌에 약한 사람은 그 정도로 많이 쏘이면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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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벗어나 산책로에 이르면서 모기가 사라지고 쾌적한 느낌을 비로소 받습니다. 그리고 멀리로 시내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그런데 무언지 모를 아쉬움이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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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풀 위로 잠자리가 어지러이 노닐고, 높은 하늘에는 뭉개구름이 가득합니다. 그 아래 쪽 밭에는, 벌써 가을이 찾아 온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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