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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진실화해위, 유신정권 긴급조치는 중대한 인권침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 이하 진실화해위원회)는 유신정권의 긴급조치는 국민기본권 훼손한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진실규명 결과를 발표하고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전면적인 구제방안 마련하라고 국가에 권고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긴급조치에 의해 유죄판결을 받은 ‘우리의 교육지표사건’과 ‘추영현 반공법․긴급조치 위반사건’에서 수사기관에 의한 인권침해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1974년에서 1979년에 이르기까지 총 9차에 걸쳐 발동된 ‘긴급조치’가 정치․사회․문화 등 사회 전 분야를 위압적으로 통제하면서 헌법상 보장되는 국민의 기본권 전반을 심각하게 침해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결정문을 통해 “박정희의 영구집권을 위해 1972년11월 제정된 유신헌법은 제53조에서 국가적 비상조치의 일환인 긴급조치권을 아무런 사전적․사후적 통제 없이 대통령 개인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 국민의 기본권에 중대한 침해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또한, “유신헌법은 긴급조치를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명시하여 긴급조치에 대한 일체의 민주적․법률적 통제도 차단했으며 이러한 유신헌법에 의거하여 실제 1974년, 1975년 9차례나 발동된 긴급조치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신체의 자유, 학문․예술의 자유, 양심․사상의 자유 및 죄형법정주의, 영장주의, 인신구속기간의 제한 등 헌법상 보장된 가장 기본적인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제약하거나 박탈하는 것이었다”고 결정했다. 

특히 “정권안보 및 유지를 명분으로 내세워 이 조치에 대해 비판하는 경우까지 처벌하게 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현대 입헌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위법․부당한 공권력 행사로서 중대한 인권침해임을 확인했다”고 진실화해위원회는 덧붙였다. 

실제로 진실화해위원회가 입수한 긴급조치 사건 판결문 1,412건 중 유신체제와 긴급조치에 항의하는 지식인, 종교인, 학생, 정치인 등 민주화운동 관련자에 대한 처벌 비율이 32%이고, 일반 국민들의 일상적 발언을 유언비어 유포라는 명목으로 처벌한 사례는 4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입수한 판결문에 한해 정리된 것으로 실제 수사를 받았으나 기소되지 않아 법원 판결에 이르지 않은 예비검속차원의 탄압사례는 수천 건에 이를 것으로 진실화해위원회는 판단하고 있다. 

판결문 자료에 따르면 박정희 정권이 학생들의 반유신운동을 북한과 연결된 국가전복 활동 등으로 몰아 ‘민청학련 사건’을 만들어 발동한 ‘긴급조치 4호’에는 학생들의 출석 및 수업불참과 표현물 소지 등에 대해서도 최하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긴급조치 4호 발동으로 인해 1,024명이 체포되어 조사를 받았고 이 중 253명이 비상군법회의에 송치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 가운데 최근 법원 재심에서 무죄 판결된 인혁당계 8명이 사형을 받았고, 이철 등 민청학련 주모자급이 무기징역을, 나머지는 5년 이상의 징역형 등을 처벌 받았다. 

긴급조치로 인해 일반시민들도 피해를 받았다. 당시 “정부가 돼먹지 않아 학생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라고 비판한 한 외판원과 “긴급조치 4호가 정부의 잘못을 은폐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학생들을 억압하려는 것”이라는 말한 한 조류사육업자는 각각 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진실화해위원는 “1978년 ‘우리의 교육지표사건’에 대해 당시 중앙정보부법에 열거된 중앙정보부의 수사범위를 벗어나 중앙정보부법을 위반한 것으로서 불법적 수사에 해당되어 위법․부당한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1974년 ‘추영현 반공법․긴급조치 위반사건’은 “서울 남부경찰서가 공작원을 이용해 범죄사실을 유도하는 등 추영현에 대한 1년여의 장기 함정수사 공작을 수행하고, 수사과정에서 범죄사실의 자백을 강요하며 폭행 등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국가에 대해서 “‘긴급조치 위반죄 등으로 판결을 받은 신청인 등 피해자와 그 가족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어 “대통령의 긴급조치의 발동과 수사과정에 따른 기소 및 재판 등에 대하여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긴급조치로 인해 중대한 인권침해가 자행되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권고했다.

아울러, 국회에 대해서는 “국회는 긴급조치 위반 피해자들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또한 지난날 유신통치로 초래되었던 인권침해 과거사를 정리하기 위한 별도의 입법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권고했다.

법원에 대해서도 “법원은 긴급조치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헌법재판소에 긴급조치의 위헌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하여 긴급조치에 의한 인권침해를 전면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