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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마산시, 한국전쟁을 기념하는 음악회?

마산시가 6월10일 3.15 아트센터에서 마산시립합창단 제55회 정기연주회를 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전쟁 6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다.

레퀴엠(죽은 자를 위한 미사)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전쟁을 기념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 순수성이 의심스럽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을 기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발상이다. 전쟁이라는 처참한 비극은 기념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전쟁을 기념한다는 것은 어느 한 쪽 희생자들만 추모한다는 것 이외에 달리 해석이 안된다. 대다수의 나라가 전쟁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지는 것은, 오직 자국을 위해 싸우다 희생된 이들이 추모의 대상이다.

그래서 의심이 든다. 이번 마산시의 연주회가 전쟁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전쟁보다 평화를 호소하는 음악회가 아니라는 의심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현실에서 보면 ‘전쟁을 기념하는 음악회’는 한국전쟁 과정에서 희생당한 국군과 연합군이 그 대상일 뿐이다. 전쟁 과정에서 처참하게 목숨을 잃은 민간인을 포함한 모든 희생자들이 그 대상이 아닌 것이다. 다시금 평화를 호소하는 자리가 아니라, 남북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음악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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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시 3.15 아트센터 조감도


이런 유형의 행사들은 언제나 이념의 문제를 내포하기 마련이다. 이는 남북대치와 갈등으로 빚은 전쟁이라는 비극을 반복하지 말자는 약속이 아니라, 전쟁을 부추기는 ‘적국’이라는 반목만 던져주게 된다.

이것은 평화를 추구해야 할 음악회가 가질 성격이 못된다. 더구나 이념통치를 일삼던 박정희 군사정권을 무너뜨린 기념비적 건물에서 열린다는 것은 더욱 아이러니하다.

현재 남북은 휴전상태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정권을 잡은 후 남북관계는 긴장국면을 넘어 전쟁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다. 여기에 이념논쟁은 여전히 사회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이 속에 평화의 목소리를 내지 못할지언정, 이념갈등을 부추기는 음악회라면 마땅히 사회적 지탄을 받아야 한다.   

또, 전쟁 과정에서 처참하게 목숨을 잃은 모든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평화를 호소하는 자리가 아닌, 남북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음악회를 시민들의 세금으로 관청에서 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마산시가 정녕 평화를 위한 노력으로 이 음악회를 기획했다면, 그리고 3.15 아트센터가 지니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려 한다면, 음악회 제목을 ‘한국전쟁 60주년 기념 음악회’가 아닌 ‘한국전쟁 60주년 평화를 위한 음악회’로 수정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