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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휴대폰 뺏긴 녀석의 교원평가는 어떨까

제 가정에는 고교 2년생인 녀석이 있습니다. 어제(23일) 녀석의 학급에서는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같이 사는 짝지의 이야기를 따르면 수업시간에 휴대폰의 진동소리가 울렸고, 선생님은 그 범인(?)을 찾으려 했나 봅니다.

그런데 누구도 나타나지 않아 선생님이 학생들의 휴대폰을 모두 압수를 해 버렸다는 겁니다. 휴대폰을 빼앗긴 애들은 황당했던 모양입니다. 더구나 졸업할 때 돌려주겠다는 선생님의 말에 더욱 어이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녀석의 말은 수업시간에 발생했던 소리는 휴대폰 진동소리가 아니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범인이 없었다는 주장이지요.

그 소리를 듣고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그 선생님이 어떤 성품의 소유자인지는 모르지만 휴대폰을 압수까지 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됐기 때문입니다. 휴대폰소리 인지 아닌지 사실 여부를 떠나 그 만큼 휴대폰 문제가 교내에서 민감했다고 봅니다. 수업시간에 휴대폰이 울리면 강의가 힘들어지고 산만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 교사도 적절한 경고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휴대폰을 돌려주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교원평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짝지에 따르면 녀석은, 그 선생님이 교원평가에서 형편없는 점수를 받은 사람이라고 말을 하는 모양입니다. 저는 이 말을 들으며 교원평가제의 문제가 생각나더군요.


선생님의 조치에 대해 학생들은 교원평가에 어떤 점수를 줄까요? 어쩌면 녀석도 이 일로 인해 좋지 않은 점수를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입장에서는 분명 억울한 일이니까요. 합리적 기준보다는 감성이 먼저 앞서, 정확한 평가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교사의 입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학생, 학부모에게 잘 보여야 합니다. 때로 있어야할 훈계보다는 좋은 말을 하는 편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동료 교사들에게도 물론 잘 보여야 하고, 학교장에게도 잘 보여야 합니다. 아쉽지만 합리적인 판단보다 감성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우리사회에서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는 문제입니다. 달리 보면 경쟁사회에서 개인이 개인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비윤리적이고  비합리적이기도 합니다.

저는 교원평가제는 선거라는 제도에 의해 선출된 정치인의 시각으로 만들어진 제도라고 봅니다. 교사가 해야 할 일과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 서로 다르듯이 정치인들과 같은 방법으로 평가를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합리적인 평가를 위한 구체적인 협의나 그 형식도 부족합니다. 그렇기에 개개인의 입장과 판단에 따라서 평가의 결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교원평가가 정부의 주장대로 학습의 질을 향상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봅니다.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교권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되거나, 정부가 교사들을 통제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교원평가제도 보다 인성교육을 먼저 추구하는 정책을 보고 싶습니다. 인성이 부족한 사람이 조직이나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사례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지적능력의 습득보다 인성교육이 먼저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식은 이후에도 습득할 기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성교육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인성교육은 가정에서 먼저 선행되어야 합니다만  좀 더 멀리 보면 경쟁을 요구하는 사회가 인성교육을 멀리하도록 강압하고 있기도 합니다. 결국은 성장논리, 이에 따른 경쟁을 우선시 하는 사회가 문제인 것이지요. 

그리고 학교도 학생들을 통제하기보다 소통하고 협의를 하는 문화를 가르쳤으면 합니다. 학교 역시 다수가 모인 사회인만큼 민주적 절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강제적으로 만든 짧은 머리라든지, 강제 자율학습은 경쟁사회에 익숙한 어른들의 시각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런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교사나 학교장의 일방적인 결정보다 최소한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그 합일점을 찾아내는 것이 더 나은 교육적 접근이라고 봅니다. 저는 학교생활에 대한 결정은 매년 신학기 때마다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민주적 절차를 습득하게 만듭니다. 학생들 역시 매년 그 결정을 달리 할 수 있고, 스스로 결정한 일이니 만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