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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해공원' 반대했다간 봉변당해요"


"'일해공원' 반대했다간 봉변당해요"
[르포] 금기시된 지역정서..'공개반대자' 찾기 힘들어



“군민에게 물어보라.”

지난 1월 11일 ‘일해공원’ 명칭변경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가 항의 방문했을 때, “쇼 한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오던 심의조 군수가 기자의 질문에 던진 말이다.

그 이후로도 심의조 합천군수는 ‘새천년 생명의 숲’ 공원 명칭변경에 대해 군민의 뜻이라고 강변해왔다.

그리고 1월 29일 군정조정위원회를 통해서 ‘일해공원’명칭 변경을 확정했다.

기자는 찬성과 반대단체, 그리고 입장차가 뚜렷한 각기 정당 당원을 배제하고 군민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합천을 방문했다. 그리고 이것이 군민의 뜻이라고 합천군수에게 반박하고 싶었다.

그런데 취재는 뜻밖의 어려움에 봉착했다. 대부분이 말문을 닫아버린 탓이었다. 찬성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들을 수는 있었지만 반대 한다는 입장은 들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찬성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과는 비교적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지만 그 반대의 경우이거나 무관심한 사람들에게는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짧은 이야기로 끝내야 했다. 그들은 말을 극히 아꼈다.

실명을 밝히지도 않는 인터뷰를 하면서 합천군에 흐르고 있는 지역성이 의아하게 느껴지면서 “군민에게 물어보라”는 합천군수의 말이 무언가 의미있게 들리기도 했다.

 
'일해공원'으로 명칭변경이 확정된 '새천년숲' 공원 ⓒ민중의소리 구자환
ⓒ 민중의소리


대다수 군민들...공원명칭 관심 없어

각 언론에서 연이어 보도를 하고 합천군청 홈페이지에는 지지와 항의에 대한 글들이 하루 600여개 이상 걸리는데 반해 합천군민들은 관심이 없다는 표정이 많았다.

먹고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고 공원의 명칭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군민들이 많았다.

택시들이 무리로 주차되어 있는 한 교통회사 사무실. 공원명칭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그들은 손사래를 쳤다.

“먹고 살기가 바쁜데 그런 곳에 어떻게 신경을 쓰느냐”며 말문을 닫아 버렸다. 승객의 생각들을 물어봐도 여전히 말문을 닫고 있다.

이와 같은 반응은 연이어 이어졌다.

길을 건너 들어간 한 금은방 주인도 귀찮다는 듯이 문전박대를 했다.
“그 시끄러운 것 생각하기도 싫다”는 한 마디가 전부다. 틈을 비집고 좀 더 물어보았다. 일해공원으로 명칭이 확정되면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합천군의 주장에 대해서다. 그러나 답변은 “관심 없다”는 단 한마디로 끝이 났다.

도무지 인터뷰가 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돌아서 나오는 순간 말 한마디가 귓전을 살짝 울렸다.

“미친 xx들...쓸데없는 짓을 해가지고...”

'뻥 튀기' 기계로 과자를 만들고 있다. ⓒ민중의소리 구자환
ⓒ 민중의소리

합천군 율곡면에서 본 펼침막 ⓒ민중의소리 구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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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인터뷰' 했다가 봉변당한 택시 기사

촉박한 시간에 조바심이 들었다. 이러다 기사 한 줄 내지 못할 것 같았다. 도대체 왜 저리도 말을 아끼는지 궁금하기만 했다.

그러나 답답한 궁금증은 이내 풀렸다. ‘일해공원’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시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실명 공개를 꺼려한 30대의 한 가게 주인은 합천군에 대한 언론보도를 비교적 많이 접하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찬반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지만 인터뷰를 했다가 봉변을 당한 택시기사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 방송국에서 택시기사와 인터뷰를 했는데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가 지역에서 엄청난 봉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방송사가 얼굴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바람에 그 택시기사는 여기저기서 “이 xx,” “저 XX"”하고 욕을 먹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같은 친구들에게 마저도 욕을 먹었다고 하소연하더란 것이다.

그는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은 방송사를 원망하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여기서는 같은 마음이 있는 사람들끼리만 이야기해요.”
“주위에 다른 사람이 있으면 그 이야기는 안 해요. 금방 소문 나니까.”

그러고 보니 가게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군민들의 찬반에 대해 좀 더 깊이 물어보았다.

그는 “나이 든 사람들은 대부분 찬성을 하는 편이고 젊은 층은 반대하는 편”이라고 말하면서 “이장과 읍, 면장이 나이든 사람이라 반대를 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합천불매 여론을 보았다면서 4월에 열릴 ‘벚꽃 마라톤대회’를 걱정하기도 했다.

합천군 쌍책면 전두환 생가 ⓒ민중의소리 구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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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대통령 시절이 좋아...5.18은 빨갱이들 공작 때문"

이번에는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합천의 재래시장이 3일과 8일 세워지는 탓인지 분주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화롯불을 지펴 놓고 있는 철물점 주인에게 인사를 하며 다가갔다. 공원명칭에 대해 군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말에 ‘찬성하느냐’고 오히려 되물어본다.

내 의견보다 군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는 설득 끝에 "그는 반대한다고 했으면 돌려보냈을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찬성하는 사람이 80%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동정과 긍정적인 평가를 나타냈다. 외부에서 “전 전 대통령이 나쁘다고 말을 하지만 대통령 시절 안 해 먹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 그의 옹호론이다.

“이 시골에서 대통령이 나왔다는 것은 엄청난 것”이라고 말을 이은 그는, 다른 대통령처럼 기념관조차 없다며 ‘일해공원’ 명칭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광주 5.18과 삼청교육대, 그리고 물가의 안정 등 전 전 대통령의 '치적'에 대해서도 설명을 시작했다.

“합천댐을 건설해 준 덕분에 하고 조금만 비가 내리면 생기던 홍수가 없어졌다”는 것을 화두로 도로건설 등 합천군에 발전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지역에 국한된 주장이 아니라 역사적인 사건을 이야기한다고 질문을 던졌다. 그의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견해는 여전히 80년대에 머물고 있었다.

“광주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그것은 빨갱이들의 공작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 “민간인이 총을 들고 경찰서를 털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그는 “군인이 민간인을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다”고 말하면서 “대를 위해서는 소를 희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5.18 광주민중항쟁 유혈진압을 정당화 시켰다.

그는 말미에 "검은 고양이든 흰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안되느냐"고 반문하면서 5공시절에 물가가 안정되어 서민들에게 살기 좋았다고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