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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해고를 당해보니 세상을 알 것 같습니다”

회사의 정리해고 맞서 135일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대림비앤코 해고 노동자들이 창원시 의회 앞에서 무기한 1인 시위에 나섰다. 

대림비앤코는 지난 4월20일 경영상의 이유를 들며 이들에게 해고통보를 했다. 당시 10명의 해고자들 중 4명은 사측의 해고에 대해 부당함을 토로하며 지금껏 회사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복직을 바라는 이들의 간절한 마음만큼이나 복직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노동조합은 임단협을 통해 해고문제를 정리한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4월부터 시작된 교섭이 16회나 진행되는 동안 사측은 이 문제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경남지방노동위원회 결정이 나오던 날 공장안에는 12월이나 내년 3월에 대량해고가 있을 것이라는 안 좋은 소문도 돌았다.

창원시 의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해고노동

지난 8월10일 경남지방노동위원회의 중재안은 결과가 좋지 않았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이들의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지노위의 판정에 대해 한 해고자는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지노위가 보낸 판정문을 보니 회사측이 밝힌 입장을 복사하듯 정리해 놓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해고를 당해보니 내가 얼마나 세상을 잘못 알고 있었는지 알겠습니다. 그 동안 해고된 사람들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이제야 세상을 깨우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이제야 절박한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반대로 절박한 이들을 위해 진정으로 찾고 도움을 주는 곳도 어디인지 알게 됐다고 했다. 지노위 1인 시위에 나선 그들에 “아저씨 힘내세요” 하며 지나치는 학생들이 던진 한마디에는 눈시울을 적실 정도였다. 

상복차림으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김은영씨는 해고가 부당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10년을 넘게 회사를 위해 일을 해 오면서 근골육계 질환으로 산재처리까지 받았다. 그는 왜 다른 일자리를 찾을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는 재취업이 어렵다고 했다. 재취업을 하려면 건강진단서가 필요한데 산재환자인 까닭에 쉽게 입사를 받아들이는 회사는 없다는 것이다.  

우연일까, 4개월여 사회에서 멀어진 채 지루하도록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동료들 모두 산재환자였다. 이들이 바람이 불면 천막을 휘어잡고, 폭우에는 물을 쓸어내며 천막농성을 할 수 밖에 없던 이유이기도 하다. 차도를 내달리는 자동차의 소음은 선잠을 자게 만들었다.

그런 그들에게 공장장은 ‘노동자로서 명예롭게 나가라’고 했다고 한다. 김은영씨는 당장 생계가 중요한 노동자에게 무슨 명예냐며 울분을 토했다. 경제적으로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공장장이 명예를 운운할 때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아들에게 못난 아빠가 되고 싶지 않았다. 

당장 나가면 굶어 죽지야 않겠지만 가정의 살림살이가 힘겨워 진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실제로 4개월간이 농성으로 가정상태도 악화됐다. 대학교에 다니는 아들은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고 집안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다. 그런 아들이 아버지의 편이라는 것만 해도 그에게는 무한한 희망이기도 하다. 다행하게도 지역단체나 정당에서도 힘을 보태주기도 한다. 

이들은 4개월여 동안을 천막농성을 하며 복직을 요구해 왔다.


그는 주위의 작은 도움과 노동조합이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노동조합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동안 매월 일정정도의 도움을 주고 격려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에 대해서는 강한 불신을 보인다. 실제 현실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곳은 다른 노동단체라는 볼 맨 소리다. 이들은 1인 시위를 매일 같이 할 것이라고 했다. 사회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복직을 도와 달라는 청을 하는 것이 그 이유이기도 했다. 

취재를 끝내고 돌아서려는 순간, 김은영씨가 낮은 목소리로 부른다.

“아까 쪽 팔려서(부끄러워서) 말 못했는데요... 농성을 하는 동안 집세가 4개월 밀려 집사람은 주인을 피해 도망 다니고 있습니다.”

어느덧 붉게 충혈되어 있는 그의 눈에는 이슬 같은 눈물이 맺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