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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부장관이 노동자를 피하는 나라

27일 ‘노사민정 간담회’에 참여하기 위해 창원을 방문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산하 기관인 부산지방노동청을 방문하지도 못하고 행사장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노동자들이 쌍용차 사태와 비정규직법 개정과 관련해 노동부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항의집회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민주노총경남지역본부에 따르면 대호 MMI 정리해고 문제 등 지역현안과 관련해 장관의 면담을 요청했는데 노동부는 이를 거절했다는군요. 노동부 장관이 현장을 찾아와 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지는 않고 안락한 호텔에서 간담회를 하겠다는 것은 노동부 장관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주장이었습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비정규직 100만 해고대란설과 비정규직법 시행유예를 주장하면서 노동자들로부터 ‘사용자들의 대변인’, 듣보잡(듣도 보지도 못한 장관)이라는 지탄을 받기도 한 인물입니다. 

지난 8월 쌍용자동차 사태에서 수백의 노동자들이 사측과 경찰의 살인적인 탄압으로 생존의 벼랑에 몰렸을 때도 이영희 장관은 현장에 없었습니다. 노사분쟁은 ‘집안일’이라며 노동부의 중재 업무를 스스로 포기한 장관이라는 것이 노동자들의 시각입니다. 

이런 장관이 노사분쟁의 현장에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호텔에서 간담회를 가진다고 하니 노동자들이 항의를 할만도 합니다.  이날 노동자들은 집회에서 “쌍용차 살인진압 방치 직무유기 이영희 장과 사퇴하라” “노동탄압방치 노동법 개악으로 경총노무관리부로 전락한 노동부 해체하라”는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이날 노동부 장관은 집회로 인해 노동부 창원지청 방문일정을 접고 간담회가 예정된 창원호텔로 바로 향한 모양입니다. 창원호텔에는 ‘노사정 파트너쉽 강화를 위한 간담회’라는 요상한 이름으로 진행되는 행사가 12시부터 열린다고 합니다. 

저는 경제부서는 기업 활동을 하는 자본가들의 입장에 서서 활동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고 촉진하는 업무가 그 주요 목적인 부서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노동부는 그야말로 노동자의 입장에 서서 이들의 민원을 해결하고 지원해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말 그대로 노동자들을 위한 부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당연히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노동부를 바라보는 노동자들의 시각은 오히려 적대적입니다. 노동자의 편이 아니라 자본의 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기도 합니다. 이날 집회에서도 노동자들은 노동부가 아니라 사용부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노동부가 노동자의 편에서 일하기보다 자본의 편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조소입니다.


이 날에 본 것은 노동자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존경과 지지를 받아야 하는 부서의 장관이 오히려 노동자들의 항의를 피해 발길을 되돌리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런 현실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었죠. 

한편으로는 한심하고 또한편으로는 답답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제도가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정부부서가 본래의 기능을 하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날을 여전히 멀리 있어 보이는 까닭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