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기자정신을 가지고 취재를 하면 구속을 각오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기자 신분으로서 해야 하는 ‘국민의 알권리’에 충실하려면 역시 구속을 각오해야 한다. 광우병 쇠고기 논란을 다루었던 언론인들이 이미 수사를 받은 것에 미루어보면 특별한 일도 아닌 것 같다. 쌍용차 평택공장 농성장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 모습
6일 쌍용차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있던 노동자들이 농성을 풀고 해산을 하는 것과 동시에 그들과 함께 농성장을 취재했던 ‘민중의소리’ 기자 2명과 ‘미디어충청’ 기자 2명, ‘노동과세계’ 등 5명의 기자를 경찰은 쌍용차 현장에서 연행했다. 회사가 ‘현주 건조물 침입’으로 고발했기 때문이란다.
쌍용자동차 경영진이 농성현장에서 경찰의 최루액을 맞고, 사측의 새총을 피하며 외부와 고립된 현장의 상황을 자세히 보도한 기자들을 고발한 이유는 뻔하다. 사측에 유리한 보도를 했다면 과연 그들을 고발했을까. 불행이도 무더위와 갈증, 굶주림 속에서도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들이 본 것은 사측과 경찰의 이해와 상반된 내용들이었다.
기자들은 15일여간을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곳에서 숱한 특종을 해 냈다. 사측과 경찰이 내부진입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바람에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사실을 알려낸 것이다.
‘민중의소리’는 경찰 헬기에서 쌍용차 평택 공장 옥상으로 뿌려지는 액체가 스티로폼을 녹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이 이 보도에 즉각 반발하면서 평택운동장에서 시연을 해 보였지만 그 결과 스티로폼이 녹아내렸다. 또, 그로 인해 살갗이 벗껴지고, 당뇨병을 가진 노동자의 발이 썩어 들어가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인권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거대한 화약고인 쌍용자동차 도장공장의 인화물질을 보도하면서 참사를 막는데 일조했다.
‘노동과세계’와 ‘미디어충청’ 역시 현장감이 살아있는 생생한 사진을 촬영해 독점적으로 보도했다. 이들의 언론활동은 수많은 언론사로 인용보도 돼 사회적 파장을 가져왔다. 그들이 한 것은 이렇듯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다. 그런데 검찰의 지휘를 받고 있는 경찰은 현장조직과 결합한 사실이 있는지를 묻고 있다고 한다. 쌩뚱 맞기 그지없다.
현장을 생싱하게 보도하고 있는 사진
쌍용차 정문에서 기자를 폭행하고 있는 구사대
어느 누가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는 곳에서 취재를 하고 싶을까? 누군들 물과 먹거리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험한 곳에서, 새총과 최루액이 난무하는 그 속에서 15일여 동안 취재를 하고 싶었을까?
그들이 언론인의 사명감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국민들에게 보도한 대가는 경찰의 연행이었다. 물론 그 안에는 그들의 보도에 불편했던 사측의 보복 심리도 깔려 있다. 구사대와 용역을 동원해 정문 앞에서 비판적인 언론사 기자들에게 무참히 폭력을 휘두르고 카메라를 절취하던 사측이 현장취재기자들을 고발한 것을 보면 국민의 알권리 정도는 아주 우습게 보이는 모양이다. 무력과 금력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발상이 이 정권과 너무나 닮아 보이기도 한다.
경찰은 농성노조원에 대한 수사는 진행하면서 사측의 편에 서서 쌍용차 정문을 무법천지로 만들었던 구사대나 용역들의 폭력에는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다. 그들이 사법권을 가졌을리는 만무하다. 법이 형평성을 가지려면 법을 적용하는 이들이 먼저 공정해야 한다.
어차피 5명의 기자들은 연행에 이어 구속까지 각오하고 흐트러짐 없이 취재에 임했을테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으로서 또 한 사람의 기자로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언론은 사회적 공기이다. 경찰은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더 이상 침해하지 말고 5명의 기자를 다시 시민들 곁으로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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