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젊은사람들 한겨레, 경향만 봐서 힘들어..."

아무래도 이번 포스팅으로 또 욕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


불법경품으로 신문구독을 권하는 이를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구독서명을 하고 경품을 약속받는 종이 한 장이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그들은 신고할 수 있다. 그런데 신고까지는 하기가 싫었다.


2여년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모 전국일간지가 구독을 권하면서 경품을 내 놓았고, 증거자료를 모아서 지역 일간지에 제보를 한 적이 있다. 그 후 공정거래위원회에 끝내 신고를 하지 않아 그 일간지로부터 얌전한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소위 ‘기자 맞냐’는 나무람이었다. 틀린 지적도 아니고 해서 그냥 웃고 말았지만, 이후에도 신문 불법경품을 무기로 해서  구독을 권하는 사람이 올 때면 타일러 보내며 신고는 하지 못했다.  


신문구독시 제공하는 불법경품의 증거를 잡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하면 포상금이 나온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얼추 100만원이 넘는 금액의 포상금이 될 수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소위 ‘공짜 돈’이 된다. 그런데도 신고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먹고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서민의 모습이 먼저 보이는 탓이다.


온정주의는 조직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또, 사회적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도 잘 안다. 합리적인 논리로만 따지면 내가 백번 잘못하고 있다. 하지만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먼저다. 빈약한 논리지만 그래서 보수지들의 불법경품제공에 눈을 감는다. 오늘 포스팅의 주제는 이것이 아니다.


출처:경남도민일보


"젊은 사람들 한겨레, 경향신문만 봐서 힘들어..."


다소 행색이 초라해 보이는 한 50대 초반의 남성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어떻게 오셨어요?”

“신문 하나 보시라고요. 경품도 줍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은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들은 이사한 곳을 어떻게 아는 지 어김없이 찾아온다. 순간 불법경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문을 권하는 모습에서 초췌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동아일보도 있고, 매일경제도 있습니다. 자전거도 경품으로 드립니다.”


순간 망설임이 든다. 이걸 잡아서 확 신고를 해 버려... 그런데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다소 초라한 행색과 메말라 보이는 얼굴에서 왠지 연민이 인다. 이 시대 힘겹게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이다.


조선일보 구독을 반대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언제부턴가 조선일보를 구독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물론 그만한 이유가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미루어 온 이유는 신문구독 대금이 부담스러웠던 탓이다. 이 날 결국 사고를 친다.


“조선일보 있어요?”

“조선일보는 없는데... 우리나라 3대 신문이 조선, 중앙, 동아인데 모두 같은 신문입니다. 동아일보 봐도 같습니다. 1년만 보십시오. 자전거도 줍니다”

“그럼 됐습니다. 아저씨. 동아일보는 생각이 없습니다.”


그 말에 그는 안타깝다는 듯 다시 조중동이 같은 신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재차 구독을 권한다. 자전거 경품도 잊지 않는다. 물론 거절한다. 아깝다는 말이 독백처럼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그러면서 곁들이는 말.


“요즘 영업하러 가면 젊은 사람들이 한겨레와 경향신문만 찾아서 힘들어 죽겠습니다. 진보가 너무 힘이 쎄서... 젊은 사람이 조선일보 찾는 것도 다행입니다.”


“네??”


“젊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3대 신문인 조선, 중앙, 동아를 안 봅니다. 다들 한겨레나 경향을 찾습니다. 그 때문에 힘들어 죽겠습니다.”


그는 재차 세 신문의 내용이 같으니 1년만 봐 달라고 통 사정을 한다. 거기에는 자전거를 준다는 말도 여전히 빠트리지 않고 있다. 말이 길어지니 짜증스럽다. 이 자리도 그만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저씨. 신문 경품영업이 불법이란 거 알잖아요. 그냥 가십시오. 먹고 사시려고 마지못해 하는 일 같아서 신고 안 하려고 참고 있는 겁니다. 신고하려고 했으면 벌써 구독했을 겁니다.”


순간 잠시 미동을 멈춘 그는 출입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연신 아깝다는 말을 해 댄다. 다소 늘어진 듯 보이는 그의 뒤태가 사라진 후 ‘요즘 젊은 사람들이 한겨레, 경향만 봐서 힘들다’는 말이 뇌리를 휘감는다.


그 말에 우리사회의 희망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생각이 맴돈다. 이 사회를 이끌어 갈 많은  젊은 층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는 말이다. 젊은 계층의 의식이 왜 희망인지는 보수단체 집회에 가보면 안다. 그래서 다행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