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주차무덤에서 떠오르는 상념들...

 주차무덤에서 떠오르는 상념들...


인간은 사회를 구성하면서부터 나름의 규칙과 규정을 정해 놓고 생활한다. 천부적 인권인  자유에 대해서도 그에 합당한 책임이 부여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다양성을 가진 다수가 생활함으로서 벌어질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 사회의 문화를 평가할 수 있는 잣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문명의 이기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쉽게 엿볼 수 있는 것은 바로 교통문화일 것이다. 교차로 꼬리 물기, 갓길 주행과 같은 얌체운전, 신호위반, 담배꽁초 버리기, 주차형태 등을 통해 그 사회 구성원들에게 투영되어 있는 의식수준과 개개인의 가치관을 볼 수 있다.


이 중 주차의 문제는 공간의 부족으로 이미 사회적문제로 떠 오른 지 오래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불법주차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도 정도의 문제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최소한의 규정조차 지키지 않고, 자신이 편리한데로 주차를 한다면 이에 대한 피해는 규정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돌아온다. 문제는 이런 기초질서 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미안함이나 도덕성을 찾아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하주차장 진입로에 주차된 차량들


내가 일하고 있는 이곳의 주차문화를 보노라면 이 같은 현상이 매일 일어난다. 주차장 진입로 주차금지라는 팻말은 아랑곳하지 않고 버젓이 줄지어 주차를 해놓는다. 심지어 관리실에서 문제제기를 하면 오히려 큰 소리다. 자신이 관리비를 내고 있는데 웬 상관이냐는 것이다.


지금껏 주차장 진입로에 주차를 하는 곳을 본 적도 없지만,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면 더욱 기가 찬다. 차량을 밀어서 이동시킬 수도 없도록 중앙통로에 줄지어 들어선 차들은 제 위치에 주차된 차량을 진입을 가로막아 버린다. 그러나 이마저도 애교로 봐 주어야 한다.


그런 중앙통로에 다시 이중으로 주차를 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상습적이다. 이런 차량이 더 얄미운 것은 대부분이 고급승용차이기 때문이다.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니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기중심의 편리함으로 사는 모습이 오히려 가증스럽기 까지 한다. 


이렇게 주차무덤이 되어버릴 때면 건장한 남성도 힘들지만 여성의 경우는 정말 난감하다. 대형 승용차를 몸으로 밀어내기에는 엄두조차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들이 매일 일어나는 곳이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한 복합상가 건물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중앙통로에 줄 지어진 주차 차량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이중주차는 일상의 일이다


동일한 현상의 반복은 실수가 아니라 그 사람의 생활양식이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그런 삶에 익숙해져 있는 모양이다. 그저 편리한데로 시류에 편승해서 적당히 살고, 남들보다 발 빠르게 기회를 찾아다니는 것에 익숙한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 “소시민으로 봐 줘야지” 했지만 그 이유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안타까움이 있다. 질서와 규정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현실적 피해와 함께 상실감과 무력감을 던져주기에 더욱 그렇다.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배운다.


책임지지 않는 자유, 그리고 수치와 부끄러움을 모르는 공간에서 떠오르는 상념은 이런 시민의식의 일각이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아니라, 단지 이곳에서만 한정되어 나타나는 현상이길 바랄뿐이다.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 상세보기
김주완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지역신문 기자의 고민과 삶을 담은 책. 20여 년간 지역신문기자로 살아온 저자가 지역신문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풀어낸다. 이를 통해 서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지역신문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촌지, 살롱이 되어버린 기자실, 왜곡보도, 선거보도 등 대한민국 언론의 잘못된 취재관행을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