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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낙동강 침몰선 현장조사, 위풍당당했던 업체 사장님들

낙동강 15공구 방문한 야당 의원들, 경상남도와 조사 협조 주문

낙동강 15공구에서 준설선이 침몰한 지 6일만에 첫 현장조사가 이루어졌다. 야당의원들이 현장을 방문해서야 이루어진 일이다.

지난 22일 침몰한 준설선을 24일 인양할 것이라는 부산지방 국토관리청의 계획과는 달리 인양작업은 계속 미루어져 왔다. 이에 시민단체는 기름유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28일 민주당 최규성 의원과 이인영 최고위원,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낙동강 15공구 현장을 방문했다. 그동안 경상남도관계자와 언론, 시민단체의 사고선박 접근을 가로막아 왔던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이 날에서야 침몰선에 대한 접근을 허용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의원들과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았다.

이날 현장조사는 야당 의원들이 선박을 이용해 침몰선을 둘러보았고 또한, 잠수부를 동원해 침몰선박 인근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낙동강사업 15공구에 침몰한 준설선에서 인부들이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혹한기 무리한 공사가 사고 발생원인...경남도와 환경단체와 협조해야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국토부가 사고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식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혹한기에 무리하게 공사를 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고가 난 이후 기초자치단체와 경상남도의 협조를 요청해 피해확산을 방지해야함에도 오히려 사고조사를 가로막은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국책사업일 수록 지방단체와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은 “겨울에 얼음이 언 상태로 경험없이 무리한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추궁하고 “무리하게 준설을 강행한 책임자는 누구냐”고 따져 물었다. 또, “사고가 발생하고 난 이후 피해복구 조사를 경남도와 같이 하지 않고 막은 것을 누가 이해하겠냐”며 “조사를 같이 못하겠다고 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사자체를 다투는 것과는 별개로 사고를 다루는 것은 서로 협조해야 한다”며 “경남에서 방해를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사고를 수습하러 온 것인 만큼 경남도와 협조해서 조사를 같이 하라”고 요구했다.

최규성 의원은 “침몰현장에서 오염 확산에 대한 대비를 잘 하고 있다지만 하류 쪽에도 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고를 낸 쪽이 피해조사를 한다는 것은 주체가 잘못되었다며 경남도와 함께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부산지방 국토관리청 관계자의 실언도 논란이 됐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김정훈 하천국장은 “사고가 난 후 위급했고 얼음이 얼고, 방제선박이 적다보니 방제를 중심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기자들도 많이 오고 혼란스러워 작업자 이외에 현장에 들어갈 수 없도록 했다. 상류에 식수가 있기 때문에 기름제거가 중요하다고 당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상남도 관계자의 접근을 막은 것에 대한 추궁이 이어지자 “방제작업을 우선하다보니 그렇게 됐다”며 “다른 곳에서는 방제복을 입고 왔는데, 경상남도는 장난처럼 방제복 없이 왔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이종엽 경남도의원이 나서 “몇 번이나 현장 접근을 하려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며 즉각 사과를 요구했다. 이 관계자는 곧바로 사과를 했지만, 경상남도 청정환경국 이근선 국장은 “우리들의 업무는 직접 기름띠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에 따라 상황을 파악해서 지원을 하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한 공사 업체 사장이 잠수부를 태우는 것은 안된다며 조사단을 가로 막고 있다. 그는 이후 “잘못되면 내가 책임을 져야한다”며 관계자 10명과 잠수부만 탑승할 것을 요구했다.

배 운행을 기다리며 사라진 선장을 기다리고 있는 의원들. 이날 의원들은 칼바람이 부는 배 위에서만 30여분을 기다리며 추위에 떨었다.


우연 아니면 잘 짜여진 각본... 선상에서 30분여 칼바람에 떨어야 했던 의원들

브리핑을 받은 의원들은 현장조사를 하기 위해 준비된 선박을 향했다. 하지만, 그 행보는 현장에서 곧바로 저지당했다.

사고를 낸 선박을 관리하는 사장이라고 신분을 밝힌 한 남성은 자신이 현장을 책임지고 통제한다며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탑승을 가로막았다. 그는 “탑승은 가능하지만 잠수부를 태우는 것은 안된다”고 일행을 제지하면서 마련된 선박을 강으로 되돌려 보냈다.

시민단체가 사고를 내고 어떻게 당당하냐고 항의하자 그는 “사고를 냈지만 판결을 받아야 죄인이다. 몰려와서 일을 방해하는 것도 아니고”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이후 “잘못되면 내가 책임을 져야한다”며 관계자 10명과 잠수부만 탑승할 것을 요구했다.

한동안의 실랑이 끝에 10명만 탑승하는 것으로 협의가 됐고, 되돌아갔던 선박도 다시 왔다.

낙동강 15공구 침몰선 인근에서 조사단이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이 조사는 사고발생 6일만에 이루어졌다. ⓒ공동취재단

하지만 이번에는 배의 선장이 운행을 거부했다. “배아래 구멍이 나서 잠수장비는 싣지 못한다”는 것이 운행을 거부하는 이유였다.

그는 많은 사람이 탑승했고 여기에 잠수장비까지 실으면 배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장조사단은 포크레인으로 잠수장비를 실어 줄 것을 요구했으나, 현장관계자는 포크레인 기사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버텼다.

또 한번의 실랑이 끝에 의원들과 잠수부를 두 번 나누어 현장조사를 하는 방안이 협의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배의 선장이 문제였다. 야당 의원들과 취재진, 경남도 관계자,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10명은 선박에 탑승을 했지만, 선장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장관계자들은 “비상시에 와서 이러면 되느냐’고 투덜거렸고 ,환경단체는 ‘사고가 났으니까 조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맞섰다.

30여분의 시간이 흐르면서 선상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기다리던 의원들의 분노가 결국 폭발했다.


최규성 의원은 “뭐 하는 짓이냐. 여기는 대한민국 땅이 아니냐. 하자는 대로 다 했잖아”하면서 고성을 질렀고, 이인성 최고위원도 당장 선장을 데려 올 것을 요구했다.

끝내 선장이 나타나지 않자, 다른 배로 교체를 하기로 했다. 앞서 마련된 선박보다 더 큰 규모의 배가 도착한 때는 오후 4시20분. 이때쯤 운행을 거부하며 사라졌던 선장은 모습을 나타냈고, 교체하기로 했던 배는 바지선이 밀리고 있다는 이유로 다시 돌아갔다. 

잠수장비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던 조사단은 결국 잠수장비를 싣지 못하고 출발했고, 10여분간 선상에서 현장을 둘러보고 돌아왔다.

두 번째 운항에서는 잠수장비를 두고 다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때에 맞춰 연락이 안된다던 포크레인 기사는 인근에서 나타났지만, 한 남성이 다시 나서 포크레인 운행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자신이 돈을 지불하니까 하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말한 이 남성은 순서대로 하지 않는다며 투덜댔다. 

이 실랑이로 10여분이 지체된 후 잠수장비는 포크레인에 의해 배로 이동했고, 현장조사는 다시 이어졌다. 현장조사를 마치고 시료를 채취한 잠수부들이 다시 뭍으로 돌아온 시각은 이미 해가 떨어진 오후 6시께. 한 번의 시료채취를 위한 현장조사는 우여곡절 끝에 4시간이 소요됐다.

현장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이인성 최고위원의 몸은 얼어 있었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입이 얼어서 먼저 녹이자고 했고, 음식을 권하는 말에 당장 나를 도와주는 것은 따듯한 자리를 양보해 주는 것이라며 힘들었던 일정을 표현했다.

이날 의원들은 선상에서 육안으로만 관찰해 구체적인 것은 잠수부가 나와 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의원들은 침몰선은 수평을 유지한 채 가라앉아 있고, 휀스 밖에서도 기름 냄새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낙동강 15공구 준설선이 침몰한 강변에 기름띠가 형성되어 있다.


이에 앞서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브리핑을 통해 이달 31일까지 부력을 이용해 선체 인양작업을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변에는 모래에 기름이 스며들어 있고, 인근에는 기름띠가 고여 있는 것이 목격됐다. 시민단체는 기름이 유출된 경위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