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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 경찰관의 안타까운 죽음 “승진시험 후 형수와 첫 여행을 갈 거라고 했는데.”

“정말로 이렇게 억울하고 원통하게 죽임을 당하신 선배님의 원혼을 풀어드린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범인을 꼭 잡을 겁니다.”

승진시험 서류에 쓸 명함사진이 영정사진이 되어버린 조재연 경장. 승진시험이 끝나면 처음으로 부부가 함께 여행을 갈 거라던 그의 꿈은 새해 벽두부터 지역사회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3일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해 강도와 격투를 벌이다 숨진 조 경장의 영정.


고인이 된 조 경장의 빈소가 차려진 창원 상남동 한마음병원 영안실. 침묵 속에 유족들의 흐느낌만 메아리로 울리고 있다.

배우자에게 위협을 하고 있는 흉기를 든 강도와 맨손으로 격투를 벌이다 목숨을 잃은 조 경장의 동료후배였던 이 경장은 내내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목 메인 목소리로 겨우 말문을 연 그다. 얼마나 슬펐을까.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 있다.

창원중부경찰서 방범순찰대에서 운전요원으로 근무하던 조재연 경장은 3일 창원 진해구에서 미용실을 하고 있는 부인과 함께 퇴근을 하려고 가게를 찾았다. 가게 앞에서 부인을 기다리다 미용실 안으로 들어선 그는, 부인의 목에 흉기를 겨누며 위협을 하고 있는 강도와 마주쳤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단지 강도가 휘두른 칼에 복부 등을 4~5차례 찔린 조 경장은 범인을 추격하다 쓰러졌고,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이 경장이 ‘형님’이라고 부르며 지냈던 조 경장과의 2년이란 시간도 이날로 멈춰버렸다.

“형님은 태권도가 3단인데... 저는 형님이 그렇게 된 것은 형수님의 안전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칼을 맞은 순간에도 끝까지 격투를 했고, 그건 형수를 보호하려는 절박함이 없었으면 그러지 못했을 겁니다. 형님 어깨 위 부위에 난 자상을 보았을 때, 다급한 상황에서 형수의 안전을 위한 것이 우선이었을 겁니다. 자기를 버리고 형수를 살리겠다는 생각이 없었으면..., 그리고 제복을 입었기 때문에 범인을 체포하려고 끝까지 맞섰을 겁니다. 잡으려는 이유가 없었으면 그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겁니다.”

고인의 신장은 174cm의 키에 태권도로 단련된 건장한 체구다. 경찰서에서도 운동을 아주 잘하는 친구로 소문이 났다. 그런 그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강도에게 쉽게 당하지 않았을 것이란 이야기다.

창원중부서 경무과도 그의 죽음이 경찰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애통해 했다.

“경찰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항했을 것입니다. 경찰이기 때문에 범인을 잡으려는 신념이 화를 부른 것입니다. 그리고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비를 못했을 겁니다. 밖에서 기다리다 미용실에서 갑자기 마주쳐 미처 준비할 시간도 없었을 겁니다.”

실제로 그랬다. 경찰조사 결과 부인이 나오지 않자 미용실로 들어선 그는, 범인의 흉기에 복부 등을 4~5차례 가격당하고도 범인을 추격하다 쓰러졌다.

안타까움을 접한 지역사회에서 조경장의 빈소에 보낸 조화들.


고인은 적극적인 성격으로 열심히 하는 직원으로 알려져 있다. 업무에 충실했던 그는 2006년 12월 경남신문사 주관한 ‘경남치안 봉사상’으로 경장으로 특진했다. 2002년 12월 순경공채로 공직에 들어 선 후 4년만의 일이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승진을 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름 후에 승진시험이 있어요. 형님은 남의 부탁은 들어주면서도 부탁을 하는 성격이 못됐어요. 근무는 근무대로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는데 (경찰)서에서 싫어하는 사람이 없어요.”

침울하게 울리던 낮은 목소리가 여기서 잠깐 끓어졌다.

“저기요... 저 영정사진... 형님이 오늘 제출할 승진시험 서류에 부착하려던 사진입니다. 그게 영정사진이 되었습니다. 승진시험 끝나면 형수님과 처음으로 여행을 갈 거라고 했는데....”

말끝을 흩뜨린 이 경장은 감추려 했던 눈물을 끝내 감추지 못했다.

“형님은 소문난 잉꼬 부부였어요. 한 번도 부부싸움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없어요.  형수 가게 앞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날도 형수님이 유달리 형님 자랑을 많이 했답니다.... 내일 출근하면 다시 볼 것만 같은데...정말...”

이 경장이 고개를 다시 떨어뜨리는 순간에 숙연하던 영안실이 갑자기 웅성거린다. 고인의 배우자가 또다시 실신을 해 급히 응급실로 업혀 나갔다. 오늘만 벌써 3번째. 다들 침통한 분위기다.

고인의 배우자는 남편의 월급만으로 시어머니를 포함한 5인 가정을 꾸려나가기 힘들어지자 틈틈이 제빵 기술과 미용기술을 배워왔다. 그리고 2009년 12월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미용실을 개업하면서 첫 맞벌이를 시작했고, 초등학생이 될 큰딸과 당시 3세인 막내아들을 돌보기 위한 부푼 첫걸음을 시작했다.

“맞벌이를 하니까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다고 말을 했습니다. 형님도 경제적으로 크게 재산이 있는 사람은 못되거든요.”

그는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한 형님의 딸과 아들을 보면 더욱 눈물이 난다고 했다.

“형님도 밤에 처와 자식을 집에 두고, 야간 당직근무와 장기 출장으로 함께하지 못하는 것에 가장 불안하고 미안해했을 겁니다. 어쩌면 그걸 재연이 형님도 알기 때문에 시험을 보름 남겨둔 시간에 형수님을 데리러 갔을 겁니다.”
 
연초부터 닥친 비운의 소식에 창원중부서도 비통함 그 자체였다.

낮시간의 조 경장의 빈소. 무거운 침묵속에 유족들의 흐느낌만 흐르고 있다.


서준하 경무과장은 문상을 갔다가 어린 딸이 아빠를 부르짖는 소리에 가슴이 막혀 ‘범인을 꼭 잡겠다’는 말 이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전체 경찰이 비통한 심정입니다. 성실하게 살아 온 직원인데... 경찰관이었기에 그렇게 희생된 겁니다. 빨리 범인을 검거해서 사법처리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자체적인 모금으로 유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주먹은 법보다 가깝다. 하지만 부하를 잃은 슬픔에 앞서 법을 집행해야 하는 경찰공무원이다.

서 경무과장은 고인이 순직처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퇴근 이후의 일이지만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날 경무과에는 고인이 퇴근 이후에 곧바로 미장원으로 차량을 몰고 있는 장면이 담긴 CCTV의 화면 분석 결과가 나왔다.

고인의 장례는 5일장으로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