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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낙동강사업 회수에 분노하는 경남 도민들

“밀양 상동면에는 홍수가 난 적이 없다.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 본 적도 없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이 사업을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밀어 붙이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이유로 경남지역의 시장 군수 회의를 개최하는 자리는 경남지역 야당과 시민사회, 밀양, 함안, 합천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들은 이번 정부회담이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경상남도에 대해 다수의 한나라당 소속의 시장 군수를 동원해 고립시키려는 의도로 판단했다. 정부회의가  경상남도로부터 4대강 사업을 회수하기 위한 요식행위라는 것이다.

8일 경남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 낙동강 사업 15공구 공사를 맡고 있는 현대건설 현장사무소 진입로에는 300여명이 모여 4대강사업 중단을 외치고 있다. 그 맞은편으로는 100여명이 모여 4대강을 찬성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리가 두 눈을 뜨고 낙동강을 빼앗길 수 없습니다. 여기에 참석한 시장 군수는 우리의 생계를 빼앗아 가는 날 강도입니다.”

4대강사업저지 및 낙동강지키기 경남운동본부 이경희 공동대표의 가느다란 목소리는 분노에 찼다. 그는 회의에 참석한 시장군수를 향해 이명박 정권의 시녀이거나 꼭두각시라고 맹비난했다.


김경옥 밀양시주민대책위원장은 “낙동강이 우선인지 주민이 우선인지 알고 싶다”며 “하천 경작농민들의 억울함부터 해소해 달라”고 했다. 김해 상동면 매리마을 정순옥 주민대책위원장도 “4대강 사업이 주민들의 생존권을 빼앗아 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재천 합천주민대책위원장은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를 수차례 찾아 갔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낙동강의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오는 사이, 현수막을 들고 찬성구호를 외치는 주민들은 어느새 모습을 감췄다. 현대건설이 화장실 이용조차 가로막고 있다는 4대강 사업 반대쪽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서다.

경찰경력 1개 중대가 배치되고 현대건설 직원들도 현장사무소 통제에 나섰다. 그만큼 현장은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 날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경남도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와 피해주민 대책위가 참여한 ‘4대강 사업회수 강행 정부규탄 및 낙동강 지키기 결의대회’에는 삭발도 이어졌다.

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위원장과 이봉수 국민참여당 경남도당위원장은 ‘아침이슬’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삭발로 결의를 다졌다. 이들은 “국토부의 회의에 모인 시장군수들이 정부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찬성을 한다면 지방자치제에 대한 도전”이라고 성토했다.

참석자들은 이 날 결의문을 통해 이명박 정부에 대해 기만적인 정치쇼를 중단하고 진정한 도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그 뜻에 따라야 한다고 촉구하며 대화와 토론을 요구했다.

또, 정부 회의에 참석한 경남지역 시장군수들 중 사전에 지역주민과 도민들에게 4대강 사업에 대한 토론이나 의견을 청취한 시장군수는 단 한명도 없다며 진정한 도민의 의사를 전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된 사업을 경남도민이 직접 선출한 도지사부로부터 압수해 가는 것은 경남도민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자 무시라고도 했다.

정부에 대해 4대강 회수를 강행한다면 경남도민을 향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당당히 맞서 싸워 나갈 것이란 결의도 나왔다.

이날 낙동강 15공구 현장사무소에서 열린 정부회의는 정부와 경남도 양측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열었으나 기존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끝났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정부가 사전 협의도 없이 회의를 진행했다며 불참을 했다.

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는 다수의 시군회의가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고 회의과정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