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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청춘 바쳐 일했더니...빚더미만

 

“임금체불, 노동부가 도와 드립니다”

 

노동부 창원지청의 담벼락에 걸린 현수막이 노동자들의 손에 갈기갈기 찢어졌다. 5년 동안의 임금체불에도 노동부가 한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성난 노동자들의 손길에 의해서다.  

경남 마산시 시민버스 노동자들이 대표이사의 구속을 요구하며 부산지방 노동청 창원지청으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16일 경남 창원 용호동 정우상가 앞에서 집회를 가진 뒤 가두 행진을 통해 부산지방노동청 창원지청에 도달한 마산 시민버스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노동부를 향해 분노를 토해냈다.

 

“2005년부터 수차례 노동부를 드나들었다. 그런데 들은 소리는 ‘또 왔습니까?’하는 소리만 들었다. 이 말을 들으려고 노동부에 온 것이 아니다. 노동부는 직부유기를 하고 있다”

 

경남 마산시 (유)시민버스(대표이사 추한식) 노동자들은 2005년께부터 지금까지 상습적인 임금체불을 당하고 있다. 이들은 “퇴직금 35억원, 체불임금 16억으로 총 51억여원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회사는 임금체불을 해소하고자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개인이 생계형자금으로 대출을 받도록 유도해 임금으로 전환했다”고 말하고 “이것도 결국 임금을 착취하는 수단이 됐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대출이자를 책임지기로 했지만 일부만 변제하고 이자를 내지 않고 있다고 성토다. 체불임금으로 금융이자를 지불하지 못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결국 신용불량자가 됐다.

 

청춘 바쳐 일했더니 남은 것은 빚더미만..

사측의 부도덕한 행위는 또 있다. 회사는 의료보험료를 급여에서 일괄공제 했지만, 의료보험관리공단에는 납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금액만도 4억여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서 회사는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보증을 요구해 상공회의소로부터 몇 천에서 억대에 이르는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이 대출금마저도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이중삼중의 경제적 고통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최완석 비대위 사무국장은 “6년이 넘는 상습 임금체불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아파트 관리비와 가스비조차 못 내고 있다”며 “자녀 급식비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우리는 더 이상 물러 날 곳이 없다”며 “퇴직금과 체불 임금 50억여 원을 모두 받을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회사는 지난 10일까지 보유차량 50대를 매각하고, 밀린 임금체불을 해소할 것이라고 약속을 했다. 그러나 (유)시민버스는 어음으로 끊어준 퇴직금 1600만 원을 막지 못해 지난달 16일 부도났다.

 

부도가 나자 노동자들은 현 노조 집행부를 거부하고 8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비대위에는 118명의 노조원 중 8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조합원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현 집행부가 악덕기업주 추한식, 추헌기 대표이사의 꼭두각시 노릇만 해오며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 집행부가 기업회생을 받아들이고 경영정상화 후 자산을 매각해 체불임금의 50%를 수령받자고 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같은 날, 비대위는 마산시청 광장 앞에서 가진 삭발식과 기자회견을 통해 마산시를 비난했다. 준공영제로 매년 20여억원을 지원하는 마산시가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성토였다.

 

이들은 “마산시가 중대 사안에 대해 관리·감독 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시민버스 사업면허를 취소하고, 체불임금 해소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남 마산시 시민버스 노동자들이 임금체불 해소를 요구하며 부산지방 노동청 창원지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마산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5조(면허취소 등)에 따라 12일 면허취소 처분을 위한 청문을 하고 15일 면허를 취소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시민버스는 9일 창원지방법원에 기업회생신청을 했다. 기업회생신청을 할 경우 마산시의 면허취소는 유예된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회사의 기업회생절차를 거부했다.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고 노동자들을 속인 악덕기업주와는 더 이상 일을 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결기다. 이들은 (유)시민버스 대표를 구속하라고 촉구하고, 노동자가 회사를 운영하는 자율기업을 요구했다.

 

한편, 부산지방노동청 창원지청은 20일간의 조사를 통해 “사측의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조사결과를 지난 6일 검찰에 제출했다. 노동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시민버스는 139명에 대한 15억3600만원의 임금과, 퇴직금 등 총 24억원의 체불임금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조는 앞서 3월18일 노동부에 임금체납으로 사업주를 고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