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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촛불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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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서 열린 30번째 촛불문화제


경남 창원의 촛불문화제는 각 시민사회단체가 순서를 정해 매주 1번씩 이어가며 촛불을 끄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는 이 날도 어김없이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고작 30~40여명 남짓한 인원이 모였지만, 현장에는 촛불이 정점에서 타오르고 있을 때 못지않은 열기가 서려있다. 인원이 줄어서인지 가두행진도 없어졌다. 얼핏 보면 촛불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연이어 벌어지는 집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취재할 거리를 찾기 힘들다. 앞선 보도에 비해 달리 할 이야기들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참가자들마저 확연하게 줄어들면 같은 이야기를 또 기사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그래서 참가자들 못지않게 기자들도 실망을 한다. 취재 도중에 모 일간지 선배기자로부터 전화가 온다. 촛불 취재하는 중이라고 했더니 ‘아직도 하느냐’고 반문할 정도로 촛불은 저만치 멀리 가 있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는 이가 점점 줄어들 때, 언론들도 그 숫자만큼이나 관심을 잃어갔다. 그러나 촛불이 정부의 강경대응과 올림픽으로 인해 멀어져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촛불을 끄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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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서 열린 30번째 촛불문화제


여전히 꺼지지 않는 촛불들


경제 살리기로 명명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반 서민 정책과 우파성향의 강공 드라이브는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수입반대에서 출발했던 촛불을 다양한 사회적 의제로 확산시켰다. 그런 만큼 인원이 몇 되지 않는 현장에서도 ‘PD수첩 지켜줄게’ ‘이명박 out' '의료보험민영화반대’ 등 각종 주장들로 채워진 피켓이 여기저기 들려져 있다.


정부의 강경한 대응, 촛불의 피로, 님비현상 등 촛불에 참여하는 인원이 준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적 지향과 이념적 지향이 없는 것이 원인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어느 것도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계속 촛불을 지켜나가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많은 사람이 줄었지만 내가 지키면 다른 사람들도 다시 지켜낼 겁니다.”


창원에 거주하며 5학년 딸을 두고 있다는 모씨(여성,40세)의 이야기다. 그녀는 참가인원이 줄어 든 것에 대해 실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참가여부는 개인의 선택문제이며 나오지 못하더라도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을 것이라는 바람도 나타냈다.


“촛불이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낸 그녀는 “(정부에 대해) 항상 지켜보는 국민의 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촛불의 일상화라고 말했다. 


시간이 허락하는 데로 나오고 있다는 김 아무개씨(회사원, 34세). 창원에 거주하고 있다는 그는 참석이유에 대해 “신념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건강주권과 반서민적인 정책에 대해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 바로 그 믿음과 신념이 직접적 민주주의를 실천하게끔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 역시 촛불 참석자가 준 것에 대해서 실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장기간 행동한 것 보다 얻은 것이 없어 실망을 하게 되고 그기에 따른 피로감이 참석자를 준 이유”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리고 그들 역시 시민의식을 잃지 않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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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서 열린 30번째 촛불문화제



8월, 9월은 폭풍전야일 수도 있다


집회는 예전과 변함없이 공연과 자유발언, 영상상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간간히 “될 때까지 모이자”라는 구호와 건국절과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규탄하는 구호들이 터져 나온다. 아고라 광장의 깃발도 변함없이 보이고 있다.


올림픽 기간에 서울에서 열린 100회 촛불문화제를 강제해산한 이명박 정부는 “촛불 같은 일에 주눅 들지 말고 정책을 펴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것을 결심하고 행동할 준비가 되었다.”며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한 우파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경찰력으로 촛불을 흔들었으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는 지난 10년 동안 익숙하게 접해왔던 민주주의에 대한 관성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참석하는 시민들에 대해 “(정부가)각 정책을 통해 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리려고 해도 촛불을 통한 과정에서 시민들은 이미 민주주의에 대한 각인과 사명감이 들어섰다. 그 각인된 마음이 자신의 의지를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저항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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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서 열린 30번째 촛불문화제

또, 민주노총 경남도본부 이흥석 본부장은 “과거 10년 동안에 알게 모르게 시민들은 민주주의에 익숙해졌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익숙해 졌다. 남성이 가정에서 설거지를 하는 것을 부끄럽지 않게 여기는 사회가 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80년대 이전의 통치방식으로 국가를 운영한다면 잠재된 시민들의 욕구는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북경에서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동안에 촛불정국에 따른 구속자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광우병전국대책위의 8월 19일 집계에 따르면 체포자가 무려 1,502명에 달한다. 시위진압과정에서 속출한 부상자만 2,500여명이다. 그 속에서 구속자만 25명이 넘어섰고 조중동 광고 거부 운동을 펼쳤던 네티즌이 구속되었다.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에도 공안의 칼날은 비껴가지 않았다. 한상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외 4인이 구속되었고 오종렬 상임공동대표 외 15인기 수배중이다. 민주노총 총연맹 이석행 위원장이 수배되고 금속노조 정갑덕 위원장이 구속되었다.

보건의료, 금속노조, 그리고 언론노조에서도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이를 두고 8월~9월은 폭풍전야일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견해도 나오고 있다. 10월과 11월에 억제된 시민, 노동자들의 분노가 한꺼번에 다시 터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취재수첩을 접고 돌아서려는 순간에 울먹이는 간절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김해에서 왔다며 애기를 업고 발언대에 오른 한 여성의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다.


“ 저는 쇠고기 재협상도 문제지만 그보다 의료보험 민영화가 더 두렵습니다. 내 아이는 미숙아입니다. 의료보험이 민영화되면 내 아이는 치료를 받지 못합니다. 암에 걸린 제 아버지는 치료를 받지 못할 것입니다. 이 정부가 종부세를 폐지하고 몇 억씩 재산을 가진 사람들의 세금을 깎아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육아교육비를 깎는다고 합니다. 열심히 일을 해도  돈이 없어 애들 교육조차 못시키는 부모가 되기 싫습니다. 그래서 걱정이 되어서 나왔습니다. (......) 서울에 갔더니 파란물이 쏟아지고 경찰이 마구잡이로 사람을 잡아갔습니다. 언론에서 보도를 안 하니 여러분들은 모르고 있는 겁니다. 지나가는 시민여러분들, 외면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내 일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