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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현충원, 망자들에게도 계급이 필요할까

 현충원은 국가유공자들을 모신 호국공원이니 만큼 가족의 유해가 없는 일반인들은 자주 접하는 곳은 아닙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런 장소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현충원이란 곳을 찾기는 어제(26일)가 처음이었습니다. 선친의 유해를 그곳으로 개장하기 위해서 첫 발걸음은 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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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국립대전현충원

선친의 유해를 옮긴 곳은 국립대전현충원입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난 탓에 피곤에 겨운 상태로 얼핏 차창너머로 보이는 현충원의 전경을 보았습니다. 잘 정리된 모습과 넓게 펼쳐진 모습에 선친께서 싫어하시지는 않겠다는 상념에 잠시 빠지기도 했습니다.

토요일이라 근무하는 인원이 준데다 영구행렬이 밀려든 탓에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더군요. 그러면서도 친절하게 응대하려는 모습이 나름 인상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공원묘원을 지나며 안치된 영령들의 위패를 보면서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망자들의 위패에 새겨져있는 계급 때문이었습니다.


위패에는 이렇게 되어있더군요. 사병 묘역에는 육군 병장 000, 육군 일병 000, 순직공무원 묘역에 있는 경찰들은 경사 000, 이경 000, 순경 000 등으로 당시의 계급이 이름과 함께 전면에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들러보지는 못했지만 장교, 장군 묘역에도 이처럼 표기가 되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비해 애국지사 묘역에는 애국지사 000 으로 표기 되어 있더군요.


국립대전현충원에는 위로부터 국가원수묘역, 장군묘역, 애국지사묘역, 장교묘역, 순직공무원묘역, 사병묘역으로 장소가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신분과 지위는 이미 분류되어 있고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국가에 대한 기여정도에 따라서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지위가 높다고 해서 업적이 높다는 단정은 어렵지만 사회제도가 그렇다보니 묘역구분까지는 나름의 이해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뭔가 빠졌다는 아쉬움은 여전했습니다. 국가를 위해서 헌신한 분들을 기리는데 꼭 계급이 필요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같은 묘역 내에서 계급을 굳이 표기해야 할 필요가 있나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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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국립대전현충원

호국공원을 세운 목적은 이분들의 “충의와 위훈을 기리고 민족수난의 참상과 호국영령들의 국난극복 정신을 일깨워 그 교훈을 후손들에게 전해줌으로써 수난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하는데 있습니다. 그런 의미라면 이미 각 묘역들이 구분되어 있는 상태에서 당시의 계급을 위패에 앞세워 표현해야 할 이유가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기리는 것은 그 분들의 계급이 아니라, 정신입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기리는 곳에 신분의 높고 낮음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이죠.

그래서 그곳 영령들의 정신을 기리는데 사회적 지위와 위상을 나타내는 계급을 꼭 밝혀야 하는지 더 의문스럽습니다.





이런 계급의 표기는 진정 호국영령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산자들의 위선과 허세가 반영된 결과라고 보여 집니다. 선대의 신분이 소수의 사람들에게 바로 우월감으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제도적으로 그렇게 표기를 해야 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이미 기록에 보관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영령들의 위패에마저 계급을 표기해 영령들을 차별하고 조문객들에게마저 무의식적인 위화감을 안겨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또 한 번의 상념에 빠지면서 쓴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것은 일병으로 의가사 제대한 선친이 저곳에서도 계급에 밀려 ‘졸병’으로 사는 건 아닐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기도 했고, “과연 좋아하실까?” 하는 비현실적 관념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신분에 따라 이미 묘역이 구분되어져 있는 만큼, 군인이나 경찰들의 위패에도 계급보다는 국가유공자 아무개로 표기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