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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산청 외공리 민간인학살 진실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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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차 발굴된 외공리 피해자들의 봉분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에 대한 실태파악과 진상규명을 위해 유골발굴을 진행하고 있는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2008년 유해 발굴지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유해발굴 계획이 확정된 곳은 △산청군 원리 및 외공리 △전남 순천시 매곡동 △ 충북 청원 분터골 및 지경골 △ 경북 경산코발트 광산 △전남 진도군 갈매기 섬이다.


진실화해위는 이들 유해 발굴지 중, 19일 경남 산청군 원리와 외공리 민간인학살사건에 대해 먼저 발굴사업을 시작했다. 경남지역에서는 2000년 산청 외공리와 2004년 마산시 진전면 여양리 보도연맹관련 피해자들의 유해들이 민간차원에서 발굴되기는 했지만, 국가주도로 민간인 학살자들의 유해가 발굴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산청군 외공리와 원리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으나, 일단 국민보도연맹 피해자는 아니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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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공리 민간인학살 매장지를 둘러보는 관계자들


원리 민간인 피해자들의 경우 1949년 7월18일 덕산초등학교에 주둔하고 있던 국군 3연대 37명이 빨치산 출몰과 관련해 작전 중 전원이 몰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를 계기로 1950년 2월경에 3연대 소속 국군이 시천, 삼장일대 지역 주민을 공비색출 명분으로 집결시켜 적과 내통했다는 이유로 집단 학살한 사건이다.


유족들의 증언에 의하면 야간에 빨치산이 음식을 구하기 위해 마을로 내려오고, 낮에는 국군이 마을로 와서 음식을 주었다는 이유로 마을 주민들을 통비분자로 몰아 죽창과 칼로 처형을 했다고 한다.


이와 달리 외공리 매장지는 1951년 2월과 3월 사이에 장갑차를 앞세운 트럭 3대에 분승한 군인들이 민간인들을 11대의 버스에 태우고 와서, 산청군 시천면 외공리 소정골에서 총살을 한 후 5곳의 구덩이에 매장한 사건이다.


이런 탓에 외공리 피해자들의 경우는 유족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대해 서봉석 전 산청군 의원은 “2000년 민간단체에서 1차 발굴을 진행한 결과를 보면  유품 중에 나타난 경농 등의 글자가 새겨진 단추와 금니, 실탄을 발견했다”고 말하고 이를 토대로 보면 피해자들은 부유층이며, 1.4 후퇴 당시 이송된 수도권지역 출신 민간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을 했다.


또, 유골을 파악한 결과 어린이와 여성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여 가족단위로 끌려와 학살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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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유해발굴 개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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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토제에서 제를 올리고 있는 유족들


이에 앞서 산청군 시천면 덕산중고등학교에서 열린 개토제에는 유족 100여명과 김동춘 교수(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와 이종흡 경남대학교 박물관장, 외공리 대책위와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전국유족회 또, 이재근 산청군수, 김민환 군의회의장 등이 참석했다.


김동춘 상임위원은 인사말을 통해 “왜 누가 그 사람들을 집단 살해했을까. 무엇이 두려워서 은밀하게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왜 어린이와 부녀자까지 죽였어야 했을까 하는 그 진실을 파 헤지기 위해 첫 삽을 뜬다.”고 말하고, 이를 통해 “유족들의 한을 풀고 진실규명과 위령 화해사업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유해발굴의 목적을 설명했다.


또, 김종현 전국 유족회 상임대표는 추도사를 통해 “반세기가 더 지난 길고 긴 세월이었다.”며 “이제야 겨우 발굴이 이루어지니 만시지탄을 느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민간인이 조류독감에 걸린 닭처럼 무참하게 도륙을 당할 지는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고 묻고 “산자는 죽은 자의 모습만큼 처참하고 불안하게 살아왔다.”며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 유족들이 제사라도 지낼 수 있게 해 달라”고 소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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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념을 올리는 유족들


이번 유해발굴을 담당하고 있는 이상길 교수(경남대 사학과)는 억울한 희생이란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데올로기 문제를 떠나 유해를 발굴하고, 그 발굴과정을 통해 진실을 확보하고 피해자들의 영혼을 달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문화제 발굴기법을 사용해 2개월 정도의 발굴을 예정하고 있다며, 외공리부터 발굴조사에 들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발굴을 통해 유골이나 유해를 통해서 피학살자들의 신원과 가해자, 그리고 피해자들 중 어린이와 여성들이 있는지 등, 목격자들의 증언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