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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무산된 마산 용마고 학생들의 교내 촛불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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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고 정문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아수나로 회원들


두발 자율화와 언어폭력, 체벌행위 등의 근절을 요구하는 마산 용마고등학교 학생들의 교내 촛불시위가 이를 탐지한 교사들의 제지로 무산됐다. 용마고등학교는 1960년 3.15와 4.19의 촉매제가 되었던 김주열 열사의 모교이기도 한 마산상고가 옛 교명이다.


이렇게 학생들이 교내 시위를 기획하게 된 동기는 지난 6월 초부터 학생들이 요구하고 있는 인권에 대한 요구들을 학교가 무시하면서 발단이 되었다.


6월초 언론동아리 학생들이 두발규제등 11개 사항에 대해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절반가량 서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서명지를 학교측에 빼앗기는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후 이 서명지를 따로 만들어서 제출했으나 학교측은 학생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절차적 문제를 들어 접수를 거부했다. 이에 학생들이 학생회를 거쳐 요구사항을 전달하려 했으나 학교측은 공식적으로 접수를 하지 않고, 시험 등을 이유로 2학기로 미루었다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위기감을 느낀 학생들이 교내 시위를 기획했다.


학생들은 “우리들의 인권을 위한 외침”이라는 제하의 인쇄물에서 △두발, 복장규제 전면 철폐 △야간학습 및 보충학습에 대한 학생들의 선택을 전면 반영할 것 △휴대전화를 비롯한 소지품검사 및 압수 반대 △교사의 언어폭력 및 직, 간접적인 체벌행위 근절 △학생회 자치권 보장과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보장 △동아리 활동의 자유보장 △학생의 사회적 활동을 제약하는 교칙조항 철폐 △후문등교 허용 △선도부 폐지와 교문단속 중지 △조기등교 폐지와 8시 40분 등교 허용 △사설모의고사 선택권 보장 등의 11개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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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고 정문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아수나로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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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나로 회원과 교사들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문자 메시지 노출로 교내 시위가 무산된 것이 알려지자 청소년 인권단체인 ‘아수나로’가 급히 용마고등학교 정문에서 피켓과 촛불을 들고 나섰고, 이 과정에서 몇몇 교사가 나타나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교사의 입장은 학생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학생들이 교장을 찾아와 요구한 적이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현행 교칙이 2005년 학부모대표, 학생운영위원회, 학생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만들어진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아수나로 회원들은 학생들의 요구를 받고 해결하려는 것이 올바른 교육이라고 말하고, 교장은 학생들을 만나주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교내 촛불시위를 주도한 성상영 학생(2년, 총학생회 부회장)은 “2학기로 넘어가면 요구들이 사장 된다.”는 생각으로 기획을 했고, 제의를 받은 학생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최소 150명에서 3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었다는 성군은 6교시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암시를 던지는 말을 듣고 계획이 누설된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6교시 수업을 마친 후 담당교사는 “애교심이 있느냐.” “나중에 대학에 가서 목소리를 내어도 된다.”는 말로 설득을 했다고 전했다.


성군은 “학생신분이기 때문에 운동을 하거나 싸워나가야 한다.”며 “지금 문제를 참고 있다가 어른이 되어서 하라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의 모순을 바꾸지 못하면 이후에도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다는 당찬 주장이다.

     

교사들이 학교운동장을 감시하는 동안, 용마고 동창회 관계자라고 밝힌 이가 나타났다. 49회 선배라고 밝힌 그는 언어폭력과 체벌은 시정하고 두발규정은 학생들이 양보하는 차원에서 학교측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뒤이어 나타난 동창회 사무국장이라고 밝힌 남성은 인권단체와 감정적인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또, 8시 40분경 마산동부경찰서 순찰차량이 도착했으나 별다른 제지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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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중인 학생들에게 인쇄물을 나누어 주고 있다


9시가 되면서 야간자율학습을 마친 학생들이 교문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아수나로’ 회원들이 인쇄물을 나누어 주고 있는 반면에, 교사들은 학생들의 귀가를 독려하고 있었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의 상황을 묻는 질문에 한 학생은 “밖으로 나가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교내방송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한 학생은 “창문을 닫아라.”는 소릴 들었다고 전했다. 또 이 시간에 성상영 학생은 부모님과 함께 교무실에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한편, 귀가길 학생들은 두발자율화에 대해 동의를 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학생들의 문제제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늘 시위무산에 대해 성상영 학생은 “저는 꼭 이길 것입니다”라고 강한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