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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촛불, 경제이슈에도 견딜 수 있을까?

어김없이 장마가 찾아 왔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기다렸을 시기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장마라는 기후보다 촛불에 대한 일련의 현상들이 우려스럽습니다. 


어제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촛불이 이랜드를 구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 생각이 갑자기 든 것은 진보진영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동시에 집중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없었던 것처럼 촛불을 든 시민들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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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만들어 낸 촛불집회와 경우는 다를 수 있지만, 2005년 쌀을 지키기 위한 농민들의 끈질긴 투쟁도 그랬고, 이어진 한미 FTA, 그리고 2006년 KTX 여승무원들의 투쟁도 그러했습니다. 이 사안들의 공통점은 정권이나 자본의 밀어붙이기와 버티기로 사안의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실패하거나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는 사안이라는 것입니다. 운동이 결국 당면한 현실적 의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정권과 자본은 이것을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을 겁니다. 밀어붙이기와 버티기로 장기전으로 승부를 한다면 능히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따져 봐도 승산은 나옵니다. 장기적으로 간다고 해도 정권과 자본에게 미칠 영향은 일정정도의 손해가 있을 뿐입니다. 그것만 감수하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투쟁의 당사자는 극심한 생활고와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겪어야 합니다.


생계를 걸고 하는 싸움에서 생계문제가 직접적인 현실이 되어 압박을 가해 오는 것이지요. 게다가 더 힘겹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론에서 멀어지거나 명분의 와전현상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싸움의 결과는 정해진 것이지요.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최근 한나라당의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라든지 17일 이명박 대통령의 “익명성을 악용한 스팸메일, 거짓과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은 합리적 이성과 신뢰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발언에서도 나타납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보면 이명박 정부는 버티기로 들어가면서 여론의 이전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보수층의 반 촛불 집회와 이문열씨의 “촛불 불장난...의병운동” 발언,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의 “촛불, 천민민주주의,생명상업주의자 거짓선동” 발언 등으로 공세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보수층은 그들만의 전매특허인 “빨갱이”로 이념공세를 가세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지상파를 장악하기 위한 정권의 시도도 그 일환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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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피로감을 느낄만한 시기에 정권과 한나라당은 진보진영이 사용하던 논리를 잽싸게 역이용해 공세를 시작하고 있다는 것도 참으로 우스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정작 숨겨져 있는 것은 따로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시민들의 촛불저항에 당면해 민주노총은 앞서가자니 정권차원의 역풍이 우려스럽고, 그렇다고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 민주노총의 딜레마였습니다.


결국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택했지만, 이 시기를 노렸다는 듯이 촛불이 변질되고 있다는 보수언론의 여론공세가 강화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다 예전과는 달리 시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화물연대의 총파업과 건설노조의 총파업이 더해지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의 이슈보다 경제문제가 더 부각되고 있는 현상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명박 대통령의 압도적 당선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노무현 정권에 실망한 국민들이 대선에서 경제라는 이슈를 먼저 선점한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로의 ‘묻지마식 쏠림현상’ 때문이었습니다. 경제적 이슈가 가진 엄청난 파괴력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엄청난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이슈가 광우병에서 경제문제로 넘어가는 듯 해 보입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보수층의 결집과 언론을 장악하려는 이명박 정권의 노력이 결국 경제라는 이슈를 다시 살려낸다면 촛불의 이슈가 희석화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촛불집회가 더 이상 광우병에 머물지 않고 이명박 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해 성토하는 자리로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문제는 정부의 입장에서 촛불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하고 유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변수는 많지만 그렇게 된다면 이미 결과에 대한 정답은 나와 있는 것입니다. 수면 아래로 떨어지든가 호소력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민주노총이 앞서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총파업이 무르익고 촛불이 지치면 아마도 이명박 정부는 다시 경제를 이슈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