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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자살한 쌍용차 사람들을 안타까워했는데”

쌍용자동차 창원공장 희망퇴직자 자살... 죽음으로 내 몰린 것

쌍용자동차 창원공장에서 희망 퇴직한 조 모씨의 영안실은 쓰러지듯 앉아 흐느끼는 유족의 비통함이 그의 죽음을 알리고 있었다.

1일 찾은 창원시 진해구 연세병원 장례식장에는 그의 부고를 듣고 찾아온 10여명의 친구들이 술잔을 돌리며 비통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가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자의 조문에 한 유족은 아직 입관을 하지 않았다며 술잔만을 올릴 것을 권했다.


쌍용자동차 퇴직 후 그의 삶이 궁금했지만, 가족들에게 들을 수는 없었다. 유족은 기사화되는 것을 반대했다. 

고인의 장인은 고인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취재를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살았을 때 아무런 문제해결을 하지 않고 있다가, 죽음 이후에 알려져도 소용이 없는 일이라고 했다. 10여분의 설득에도 가족의 이야기는 끝내 들을 수 없었다. 

고인의 한 인척도 취재를 부담스러워하며 거부했다. 자신이 현재 쌍용자동차에 근무를 하고 있다며 눈치를 봤다. 결국 고인의 이야기는 그의 친구로부터 들을 수밖에 없었다. 

김 모 씨는 고인과는 절친하게 지냈던 고향친구다. 그의 말을 빌리면 군 생활을 제외하면 항상 가까이 있었던 사이다. 그는 희망퇴직을 한 고인에게 창원의 한 조선소 외주업체를 소개시켜 줬고, 그의 도움으로 고인은 외주업체를 전전하며 어렵게 생활해 왔다.

그와 고인이 마지막으로 통화를 한 것은  2월23일 저녁이다. 이 날은 고인이 가족과 연락을 끊은 다음 날이다.

그는 친구가 그날 채무관계로 집사람과 다투었던 것 같다고 했다. 고인은 내일 회사에 못 나가겠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김 씨에 따르면 고인은 쌍용자동차의 해고 문제가 불거질 즈음에 임금이 나오지 않아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그 부채가 얼마인지는 친구들도 모르고 있다. 내성적인 성격의 고인은 친구들에게도 자신의 상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200만원~500만 원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까 그 보다 훨씬 많은 금액인 것 같습니다. 사정을 알았으면 친구들이 나서서 도와 줄 수 있었을 텐데...”

나지막한 음성이 못내 후회스럽게 들린다. 하지만 이미 돌릴 수 없는 늦은 탄식이 됐다.


조선소의 외주업체 일은 고된 노동의 연속이었다. 잔업과 특근으로 받는 임금은 매 월 150~180만 원 정도. 이 금액도 외주업체가 어려워지면 지급시기가 밀리거나 20% 정도 감액되어서 나왔다. 그만큼 고인에게는 부담이 됐다.

“가정적으로 힘들었을 겁니다. 애를 키우는데 한 달 임금만 제대로 나오지 않아도 그게 고스란히 빚이 되잖아요.”

고인의 장인은 그에게 희망퇴직을 권했다고 한다. 그 권유에 따라 희망퇴직을 한 고인은  이후 조선소 외주업체를 옮기며 일용직으로 살아왔다. 그 사이 그를 압박했을 여러 가지 상황이 얼마만큼 심각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중간 중간 자살한 쌍용차 사람들 있잖아요. 그걸 보고 참 안타깝게 생각을 했어요.”

쌍용차 노동자들의 자살을 지켜본 고인의 심정도 구체적으로 알 길은 없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일이 될지는 차마 몰랐을 것이다.

“노동자가 힘이 없잖아요. 결혼하고 얼마 안되서 퇴직을 당했고, 어떻게 보면 (죽음으로) 내 몰린 거죠”

김 씨는 희망퇴직을 한 고인이 쌍용자동차 동료들에게 많이 미안해했다고 전했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자신을 배신자라고 말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직에 대한 말은 그는 하지를 않았다.


앞서, 조 모 씨(37세)는 지난 2월21일 가족과 대화를 나눈 후 22일부터 연락이 두절됐다가, 28일 부산시 강서구 화전동 화전산업단지 도로변에서 숨진 채 인근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조 씨는 운전석에 반듯이 누운 상태였으며, 승용차 안는 타서 재만 남은 번개탄(착화탄)이 발견됐다.


조 씨의 사망시점은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유서는 없지만 발견 당시 정황으로 봐서 자살로 보고 있다. 조 씨는 2009년 3월4일 쌍용자동차 창원공장에서 근무하다 희망퇴직 했고, 친구의 소개로 창원시의 한 조선소의 외주업체에 다니고 있었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배우자와 딸 (5세)과 아들(3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