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차 기름 값은커녕 분유 값조차도 없어요”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이 산업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자본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다단계하도급의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주어진다.

사내하청기업의 대다수는 공장생산시설을 갖추지 않고 원청의 생산라인을 임대받아 운영한다.

인력을 채용해서 노동력만을 공급하는 사내 하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힘겨운 노동만큼이나 견디기 어려운 것이 있다. 바로 임금체불이다.   


경남 의령군 의령읍 한국스틸텍의 사내하청인 인성기업에서 근무하던 경태종(마산시.37세)씨와 김진구(마산 합성동.37세)씨는 20명의 동료들과 함께 2일 파업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지난 4월 조선기자재 조립공장인 ‘인성기업’에 입사한 입사동기생이다. 이들은 넉넉하지 못한 살림살이에 그나마 벌이가 되는 조선기자재 공장을 선택했다. 하지만 조선기자재 공장은 힘겹기로 소문난 곳이다.

여느 회사처럼 이곳도 첫 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입사일로부터 2달가량을 기다려야 한다.  그 기간 동안은 궁핍한 살림을 참고 견뎌내야 한다.

첫 임금부터 분할지급을 했던 회사는 5월, 6월분 임금에 대해서도 지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두 사람이 4월분 임금을 받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동료들 중에는 4월분 임금도  받지 못한 이가 있다.

40명~50명에 이르는 이들에 대한 체불임금은 5월까지 1억원 정도로 알려진다. 여기에 더해서 6월분 임금도 7천만원~ 8천만원 정도가 체불되고 있는 것으로 이들은 추정했다. 
 
사측은 임금이 밀리게 된 원인을 노동자들에게 돌린다. 생산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저 단가 하청에 그 원인이 있다고 했다.

임금체불에 대해서 사장은 “월급을 주고 싶어도 줄 돈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나마 희망스러운 것은 “벌어서 주겠다”는 한 마디 약속 아닌 약속이다. 그러나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살아야 하는 이들은 막연한 약속에 마냥 기댈 수만은 없었다. 당장의 자녀 보육비조차 없을뿐더러 임금이 제대로 나올 지도 의문스럽기만 했다.

“월급이 나오지 않아서 카드로 한 달을 버텼습니다. 이제는 카드도 연체가 되어 사용할 수 없게 됐고, 어디서 생활비를 빌릴 만한 곳도 없습니다.”

유아기 자녀를 둔 경태종씨는 맞벌이 부부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두 달간의 임금체불은 가정불화에 직격탄이 됐다. 당장 분유 값을 구하기 어려운 궁색한 처지에 빠진 배우자의 원망도 그대로 받아 안을 수밖에 없다. 

“다들 파업이라는 거, 처음 해 봅니다. 하지만 다들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의령군청 앞에서 체불임금 청산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사이 20여명의 동료들은 생활고를 못 이겨 일용직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파업을 하면서 하루를 보낼 경제적 여유조차도 없었던 까닭이다.  

이들이 근무하는 인성기업은 노동조합도, 사원협의회도 없다. 소위 ‘데모’라는 것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이들이다. 이 두 사람도 선두에 나서서 동료들의 이끌어 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노동자들이 작업을 거부하자 다급해진 원청인 한국스틸텍은 인성기업의 입금체불에 대해서 지급약속을 했다. 5월분에 대해서 8월과 9월, 10월에 걸쳐 나누어 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6월분 임금에 대해서는 7월25일 지급하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3개월 동안 임금지급을 미루겠다는 것이고 그것도 일부는 분할해서 지급하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당장의 생활비가 급한 이들은 이 안을 받을 수가 없었다.

“회사에서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10원도 안주고 분할해서 주겠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들이 난생처음 노동자성을 지니고 하는 파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강성진 조직국장은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제도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런 유형의 임금체불은 악순환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스틸텍과 그 하청회사인 인성기업에 대해서 노동부에 진정 내지 고소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1차로 한국스틸텍에 대해서 실제 사용자라는 판정이 나오면 그 원청인 STX조선에 대해서도 가압류를 하는 방법을 찾겠다”고도 했다. 

Posted by 구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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