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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패배보다 더 짜증난 상업방송의 횡포

26일 남아공 월드컵 16강전 우루과이와의 경기를 보면서 골 결정력 부재에 따른 패배도 나름 짜증스럽기도 했지만 정작 짜증스러웠던 것은 방송사의 중계 태도였습니다.

저는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응원을 했습니다. 창원지역은 KNN이 SBS의 방송을 받아 송출하고 있기 때문에 SBS의 횡포인지 KNN의 횡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경기종료가 선언되자 말자 1초의 여유도 없이 곧바로 방송을 중지하고 광고를 내보내더군요. 그야말로 상업방송의 전형을 보고 경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사실 스포츠를 즐기는 마니아는 아닙니다. 다만 월드컵 같은 큰 경기 내내 흐르는 긴장감을 즐깁니다. 온 몸을 던지고 끓임없이 도전하는 열정적인 모습에서 감동을 받고 박수를 칩니다.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한 선수들이 경기종료 후 보여주는 포효와 비통함, 그 모습에 감동을 전해 받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인간의 모습은 어떤 연기를 통해서도 느낄 수 없는 격정적인 감동을 전해 줍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최고조의 감동을 줍니다. 이 감동의 순간이야 말로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목 터지라 응원했던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런데 영리만을 추구하는 방송은 이 감동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은 우리나라의 경기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듯이, 방송사고 라고 느낄 만큼 갑자기 화면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해설자들의 마지막 멘트조차 듣지를 못했습니다.

때문에 저는 그 감동을 보지 못하고 귀가 후 뉴스를 통해 보아야 했습니다. 골 결정력 부족에 탄식하고 선수기용에 불만을 나타냈지만, 패배 후 선수들의 눈물을 현장에서 보지를 못했습니다. 그들의 눈물을 운동장에서 보았다면 경기 내내 자아냈던 탄식과 원망은 모두 사라지고 오히려 커다란 감동을 전해 받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본의 이익을 먼저 추구하는 상업방송으로 인해 저는 선수들과 애절함을 함께 나눌 마지막 기회를 박탈당했습니다.  얼마전 16강 리그전이 진행될 때 서울에서는 타 방송사의 거리응원전 취재도 못하게 가로막았다지요. 정말 어이상실입니다. 속된 말로 돈 독이 올라도 한참 올랐습니다.    

저는 다음 월드컵에서는 SBS가 독점중계 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정확히는 월드컵이 더 이상 상업화 되는 것은 반대합니다. 금욕을 먼저 추구하는 이상, 선수들이 스포츠를 통해 전해주는 잔잔한 감동조차도 자본의 먹이감이 됩니다.

다음에는 절대로 독점중계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선수들 아쉽지만 잘 싸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