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가 산불감시원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움막을 철거해 버렸다. 철거이유는 움막 안에서 졸기 때문이란 것이다. 때문에 60대 이상 노령의 산불감시원들이 추위를 피할 곳도 없이 칼바람이 고스란히 노출된 상태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움막을 철거당한 채 근무를 하고 있는 산불감시원 할아버지
창원시로부터 철거당한 움막의 자재들 움막을 철거당한 채 근무를 하고 있는 산불감시원 할아버지
14일 창원시 사파동 정병산 등산로입구 만난 산불감시원 이 아무개(68세)씨는 산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맞으며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이날따라 경남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눈송이마저도 산자락에서는 흩날렸다.
그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 옷을 5겹으로 껴입고 있었다. 하지만 영하권을 맴도는 날씨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어 보였다. 간간히 산을 오르는 등산객이 보인다. 하루 종일 그의 벗이 되는 것은 산불조심 방송용으로 준비한 카세트와 산이다. 카세트에서는 귓가로 스쳐지나가는 바람소리에 묻힌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아무개 씨는 1986년부터 산불감시원으로 일해 왔다. 산불감시원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기간은 매년 11월에서 4월까지다.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9시간을 근무한 하루수당은 3만원, 일요일을 근무하게 되면 특별수당이 붙어 100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을 받는다고 한다.
5개월 정도 근무하는 기간이 추운 계절인 만큼, 추위는 매번 그를 괴롭힌다. 게다가 산아래 위치한 초소는 차가운 산바람을 그대로 받아 안아야만 한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내가 직접 나무와 판자를 가져와서 지었어. 혼자서 짓느라고 고생도 많이 했지. 그런데 동에서 와서 시청에서 지시를 했다며 뜯으라고 했어. 해가 지고 내려갈 때면 새파랗게 얼어서 내려가...”
창원시청의 조치에 그는 항변조차 제대로 못했다. 그나마 얻을 수 있는 일자리를 잃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그는 “나이가 많아서 이제는 공공근로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그는 매년 산불감시원으로 일하는 것이 생계를 유지하는 주요한 수단이다.
그가 추위를 피하기 위해 힘겹게 만들어 놓은 나무움막은 이 달 초 동사무소 직원이 와서 철거를 지시했다. 동사무소 직원은 창원시청 산림계에서 철거를 하라는 지시가 왔다고 했다. 근무시간에 움막에서 졸거나 나오지 않는다는 신고가 많이 들어왔다는 것이 철거의 이유다.
움막으로 사용했던 판자나무들은 추위에 선 그를 외면하며 땅바닥에 쌓여져 있다. 난방기구가 있을 리 없다. 보온으로 준비해온 도시락은 점심때가 때면 싸늘히 식어 돌이 된다. 몸을 데워 줄 따듯한 찬거리도 없다. 그저 사방에서 들어오는 찬바람은 몸으로 막아내고,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가슴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그가 몸을 지탱할 수 있는 곳은 의자하나이다. 그가 앉아 있는 위로 시린 하늘은 무심하게도 높게만 열려있다.
창원시는 사파동에 있는 산불감시초소 11개소에 대해서만 움막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사파동은 창원시에서 부촌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창원시청 산림계 관계자는 “산불감시원들이 움막에서 졸고 있다는 민원이 사파동에서 자주 들어왔다”며 “반장을 통해 계도도 했다”고 밝혔다. 시청관계자는 ‘과도한 조치가 아니냐’는 질문에 “업무자체가 (산에서) 관망, 순찰을 하는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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