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 불어 닥친 경제위기가 외국인노동자들에게도 실직과 구직난의 고통을 안겨 주고 있다. 정부의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인력정책도 이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강제출국 위기에 처한 외국인노동자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실직을 한 후 2개월 동안 직업을 구하지 못하면 출국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은 외국인노동자들을 옥죄는 역할을 하고 있다. 2달 내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도 힘겨운 일인데다, 그 사이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선택할 여유가 있을 리 없다. 그들에게는 그나마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2달이 경과해버리면 불법체류자가 되거나 남아있는 합법체류기간과는 상관없이 강제출국을 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자리 찾아 헤매는 외국인노동자들, 불법체류자 양산하는 정부 수많은 채용정보를 가지고 일자리를 찾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15일 경남외국인 노동자 상담소에서 만난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은 하나같이 힘겨움을 호소했다.
2004년 11월 한국으로 건너온 링(베트남.27세)씨는 4여년 동안 국내에서 일을 하면서 한국으로 건너오기 위해 은행권에서 빌린 돈을 모두 변제했다. 당시 한국은 일자리가 많아서 취업을 하기에도 쉬웠다. 2007년 11월, 4년 동안 일을 했던 회사로부터 퇴직을 당할 때만 하더라도 그는 노동부의 고용안정지원센터를 통해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그가 방문한 고용안정지원센터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이주노동자들로 가득차 있었다. 한국경제가 불황에 들어서면서 30인 이하의 많은 중소기업이 일감이 줄어들거나 부도가 났다.
링씨는 “지금은 경제도 어려워지고 외국인노동자가 많아져서 일자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실직 후 그 동안에 모아두었던 월급과 퇴직금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구하면서 한 달을 훌쩍 보내버린 그는 이제 15일 가량 남아 있는 기간 동안 취업을 하지 못하면 강제출국을 당할 입장에 놓여 있다.
“한 달 반 (실직해서) 살았는데 돈이 떨어졌어요. 일을 빨리 찾아야 하는데 일자리가 없어요. 실직 후 2개월 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해요. 예전에는 2개월이 지나도 1차로 2개월 연장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안돼요.”
그는 서툰 한국어로 “애가 많이 탄다”며 “2년이라는 합법적인 기간이 남아 있는데 일자리가 없어 본국으로 돌아가기는 싫다고 했다”고 했다.
2006년 1월에 한국으로 건너온 레반베(베트남.29세)씨도 경남 창원에 있는 CNC선반회사에서 일을 해 오다 일감이 줄어든 회사로부터 퇴직을 당했다. 그 역시도 고용안정지원센터를 통해 일자리 구하기에 나섰으나 조처럼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도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친구를 통해 부산, 함안, 마산, 안산, 대구 등지로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구하지 못했다.
룽빤띠엔(베트남.26세)씨도 회사의 부도로 인해 마지막 월급을 받지 못하고 퇴사를 당했다. 그는 “고용안정센터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며 “저축한 것이 없어서 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고 했다. 그는 또 “2달 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게 되면 불법체류자로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한국정부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해 주기를 바랐다.
2개월 재취업규정, 외국인력 통제위한 규제 장치 경제난으로 일자리를 잃은 이주노동자들이 2개월으로 제한된 구직기간이 늘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취업알선은 직업안정법에 의해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은 공공기관만이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노동부의 고용안정지원센터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의 취업알선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경남외국인노동자 상담소 이철승 소장은 이주노동자들의 구직기간이 2달로 정해진 것은 ‘외국인력노동시장을 철저하게 통제하기 위한 규제 장치’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이 높은 직장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 그 목적 중 하나라는 것이다. 구직기간을 짧게 규정해 놓으면 외국인노동자들은 임금이 높은 직종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없게 되고, 외국인노동자가 내국인의 일자리을 잠식하지 못하는 ‘노동시장의 보완성 원칙’이 바로 그것이라는 것이다.
이 소장은 또 “정부가 이렇게 철저히 외국인노동자를 통제하는 이유는 ‘불법체류자 방지’에 있지만 ‘2달내의 구직 규정’으로 인해 정부가 스스로 함정에 빠졌다”고 말한다.
정부는 2달 동안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러한 외국인력정책이 오히려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법으로 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으로 어렵게 들어온 외국인노동자들이 일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본국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며 정부의 이러한 제도가 “결국 불법체류자를 부추기는 제도로 전락했다”고 말하고 개선을 주장했다.
외국인노동자 내쫓고, 내국인으로 대체하는 것도 일자리 창출?
2008년 12월 노동부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재취업기간을 4개월로 연장하는 문제를 부결하고 2009년부터 외국인력이 추가로 들어오는 것을 잠정 중단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 소장은 노동부의 이러한 조치는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정운영 과제에 따른 것으로 외국인노동자의 도입을 중단하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일자리를 한국인을 대체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그는 “탁상공론도 보통 탁상공론이 아니다. 일자리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외국인노동자들이 하는 일자리를 한국인 일자리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국내경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지만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각 부처별로 ‘이벤트식, 보여주기식 일자리 창출’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또, 노동부가 2009년부터 외국인노동자의 도입을 잠정 중단하는 한편, 외국인노동자가 일하는 직종에 한국인을 고용하는 기업주에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외국인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내국인으로 대체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말하는 것은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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