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

[갱블 10문10답] 아주 민망한 포스팅

밥벌이 좀 하려고 당분간 펜을 놓겠다고 선언했는데, 정성인 기자의 무대뽀 정신에 떠밀려 또 주절거리게 됩니다.

아시는 분은 알지만 제 소득의 원천은 영상제작으로부터 나옵니다. 지방선거 기간 동안 쬐끔 나돌아 다녔더니 금세 체력이 다해 발이 묶여 버렸습니다. 바닥 난 체력을 살리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정성인, 강창덕 이 두 사람은 열심히 방해만 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하는 이유를 불어라”고 하니 속절없이 민망하기만 합니다. 음주운전을 하다가 걸린 누구의 우스갯말처럼 “우리 할아버지가 항일 투쟁하다가 일본경찰에 붙잡혀 고문을 당하면서도 절대 안 불었다”는 말로 거부하고 싶기도 합니다.

근데 사이트를 통해 이미 대중에게 공개를 해버렸으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거절도 못해보고 하릴없이 일방적으로 당합니다. 암튼 복수는 이후로 하기로 하고, 일단 솔직 모드로 전환해서 ‘불어’ 봅니다.   


블로그 터사랑, '휴가 하루전에 해고?' 포스팅 사진


1. 언제 어떻게 블로그를 시작하셨나요?

답:  티스토리 이전에 네이버에서 1년 정도 먼저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접속자수가 100명이 채 되지 않아서 사실상 방치상태로 두고 있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로 이사 할 시점도 삶의 진로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였습니다. 취재를 하고 글을 쓰는 일은 돈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부채만 늘리는 일이어서 살림살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민중의소리를 제대로 아시는 분은 이해를 하시리라 믿습니다. 이번 건만, 이번 건만  하고 끝내야지 하면서 지내 온 지가 벌써 8년째 입니다. 그때도 역시 취재를 하면서 동시에 생활고를 함께 해결해야 하던 절박한 시점이었는데, 오랜만에 찾았던 김주완 기자가 티스토리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돈이 되던 안 되든 손해 볼 일 없겠다 싶어 시작을 했습니다.


그리고 블로그는 기사 노출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의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저희 매체가 ‘민중’이란 두 글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거부감을 나타내는 곳이 많습니다. 어떤 특종을 보도해도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인용보도를 하는 언론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실력 문제도 있었겠다고 치부하지만, 이렇게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다 보니 기사를 송고해도 크게 알려지지 않습니다. 이 두가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작했던 것이 블로그입니다. 그때가 2008년 2월입니다.
 
2. 블로그에 주로 다루는 주제가 무엇인가요?

가끔은 일상의 글을 올립니다. 때로 뚜껑이 열리면 시사적인 요소를 갖춘 글들을 올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현장에서 취재한 민중의소리 기사입니다. 좀 더 표현을 하자면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 낮은 곳에 선 사람들의 목소리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목적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기사문을 그대로 올리는 것에 대해서 지적도 있지만 이 때문에 자유로운 문체로 재편집해서 포스팅 할 이유가 없게 되는 셈이지요. 이것이 아니면 가족들의 원망을 들으며 글을 쓸 이유도 없어지게 됩니다.   


3. 하루 중 블로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계신가요?

일상 생활이야기는 약 30분 정도, 그리고 시사적인 글은 2~3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그리고 민소에 송고하는 기사는 취재시간을 포함해서 짧게는 2시간, 현장취재 기사는 반나절 이상, 하루를 꼬박 투자를 해야 합니다.  
 
4. 블로그를 하면서 힘든 점이 있나요?

특별히 힘들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일정기간 동안 글을 올리지 못하는 시기가 있는데, 그때는 다소 부담감이 있습니다. 이때는 제가 영상작업을 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글을 쓰는 것과 영상작업을 하는 것은 표현상의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이 둘을 모두 하다 보니까 자주 감각을 상실해 난감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만 집중해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실력에 둘을 모두 다 하려니까 ‘어중이떠중이’가 되는 느낌입니다. 

5. 블로그를 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일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현실에 저항하지 못하고 자신의 당연한 권리를 포기하려 했던 사람들이 제 글로 인해 다시 뭉쳐서 자신의 권리를 찾았던 때입니다.

2008년 8월, 창원 팔용동 한 중소기업의 사내하청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언니야 우리 오늘까지다” 라는 글이었는데, 그 당시 포털 다음 메인페이지에 오르니까 간단히 정리가 되더군요. 물론 먼저 실태를 고발한 다른 기사를 보고 ‘뿔’이 난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성진 조직국장이 헌신적으로 노력한 것이 해결의 직접적 계기입니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을 미조직 사업장이라고 하는데, 그 여성분들은 처음에는 강성진 국장을 ‘빨갱이’로 보더군요. 물론 체불임금이 해결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을 이해하고 고마워했지만요.

창원시 팔용동의 한 중소기업은 사내하청업체를 두고서 생산을 하고 있었습니다. 노동문제에 따른 노무관리를 회피하려고 사내하청을 둔 이 회사도 문제였지만, 한 공장안에 서너개가 되는 사내하청은 그야말로 인간시장이었습니다. 취재를 해보니 사내하청업체는 자산도 없이 사람만 고용해서 일을 시키고, 노동자들의 이익을 편취합니다.

노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40대를 전후한 여성들과, 이주노동자들입니다. 당연히 최저임금을 지급합니다. 매년 최저 임금이 조금씩 상승하면, 복지부분을 줄여서 임금 상승을 막습니다.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10개월이면 일방적으로 해고를 합니다. 일감이 줄어도 마찬가집니다. 노동자성을 갖추지 못한 여성노동자들은 밀린 임금을 받을 길이 막막해져도 대책이 없습니다. 오히려 나서서 싸우면 다른 일자리마저도 구하지 못할 것 같아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포기하려고 합니다.

정말 열 받아 뚜껑이 열리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이판사판 덤볐는데, 명절을 앞 둔 시기여서 기사가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경찰 측에서 전화가 오고, 연이어 knn, 한겨레의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그 중소기업에서 하청업체에 빌려주는 형식으로 체납임금이 해결됐고, 다른 사내하청업체까지 포함해서 모두 60여명 넘게, 2억원 가까이 체납임금이 해결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6. 하루 평균 방문객은 얼마나 됩니까?

초기에는 제법 방문자가 많아서 재미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엉망입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방문자가 많은 블로그도 아닙니다.  더구나 최근 6월을 기준으로 보면 글을 올리는 날은 1천여명, 글을 올리지 않으면 300~400 수준이네요. 민망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다음에 이슈로 걸리면 방문자가 폭주했는데 요즘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7. 방문객을 늘리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나요?

최근의 방문자 추세를 보면 ‘시사 블로그 무덤’이라는 말이 와 닿습니다. 예전에 비해 70% 정도 방문자가 줄어 든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많은 시사 블로그들이 블로깅 주제를 바꾸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별 개의치 않습니다. 글을 쓰는 이유는 앞서 먼저 밝혔고, 어차피 돈 되는 일도 아닙니다. 그저 내 삶의 기록이니 하면서 올립니다. 삶의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면 너무 쓸쓸할 것 같습니다.
 
8. 다른 블로그를 읽거나 댓글을 남기시나요?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대부분 시사 블로그의 글을 읽는 편입니다. 시사 블로그 중에서도 주장이 강한 글보다는 소식을 전하는 글을 주로 읽습니다. 주장을 갖춘 글은 몇 몇의 블로그에서만 읽습니다. 그리고 맛집은 안 읽습니다. 제 입과 눈이 가탈스럽기 때문입니다. 덧글은 공감할 때와 반박할 때만 실명으로 올립니다. 예의상 덧글을 달지는 않습니다만, 추천은 꼭 하고 나옵니다.

9. 블로그로 돈을 벌려고 해보셨나요? 혹은 블로그로 수익이 있다면 가장 많은 수익이 생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초기에 노력을 했습니다. 그때는 다음에서 특종이라고 해서 20만원인가 나오고 했는데, 그것을 두 번 받았고, 구글에서도 30만 원가량 벌기도 했습니다. 이후는 포기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루 수익이 약 1천 원 정도 될 듯합니다. 그런데 하루 취재에 사용하는 비용은 최저 1만 원가량, 많게는 3~4만원이 되니 경제성만 따지면 적자도 이만한 적자가 없지요.

10. 새로 시작하는 블로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취미를 살려 블로그를 하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관심이 있거나 관여하고 있는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글을 쓰는 데는 특별히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표현방식에 대해서는 연구를 좀 하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왕 글쓰기를 시작했으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독입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만 하루 한번 시간을 내어서 신문에 있는, 르포 기사를 흉내 내 보는 것도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추가로 몇 가지 더 말하자면 명확한 사실을 파악한 후 작성하라는 것과 단정적인 표현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갱블 10문10답은 릴레이입니다. 그런데 이미 아는 블로그들은 거의 참여를 다 한 상태입니다. 인간관계 폭이 좁은 제게는 릴레이를 던지는 것도 고통입니다. 세상을 잘못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어쩔 수 없이 나에게 릴레이를 떠밀었던 강창덕 대표에게 원망을 던지면서 책임을 미루었더니 소개하는 이가 있습니다. 바로 민주노총 금속노조 상근자로 활동을 하면서 블로그를 하고 있는 터사랑입니다.

터사랑은 언론을 통해서 미처 보도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와 입장을 현장에서 본 그대로 전해 주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블로깅을 해야 하는 이유, 그것을 알려주는 터사랑이기도 합니다. 나처럼 투덜대지 말고 좋은 말 할 때 그냥 받도록 하세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