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10.02 합천 홍제암에 새겨진 친일의 역사 (3)
  2. 2011.02.16 경남도 명인에 친일파와 재벌가 선정 논란 (1)

합천 해인사 인근의 홍제암 앞에는 사명대사의 석장비가 네조각이 난 후 접합되어 서 있습니다.

홍제암에 대한 안내판에는 일본인이 깨트린 것이라고 새겨져 있지만, 실제 그 배후 인물은 당시 해인사 주지 변설호였다고 합니다. 안내판에서는 변설호라는 인물이 빠져 있더군요.
 
정운현 오마이뉴스 전 편집장의 양해를 얻어, 그의 최근 저서 '친일파는 살아있다'에서 그 원문을 빌어 영상과 함께 싣습니다.





경남 합천의 명찰 해인사의 일주문 왼편으로 난 길을 따라 100m 정도를 가면 다리(홍제교)가 하나 나타난다그 다리를 건너가면 오른쪽 편에 부도밭이 나타나고 바로 뒤에 암자 하나가 나타나는 데 바로 홍제암(弘濟庵)이다홍제암은 임진왜란’ 때 산중의 승려들을 규합해 왜적과 맞서 싸웠던 사명대사 유정(1544~1610)이 입적한 곳이다.

 

광해군은 대사가 입적하자 자통홍제존자(慈通弘濟尊者)’라는 시호를영정을 모신 영자전에는홍제암(弘濟庵)’이라는 편액을 내려 그의 호국정신을 기렸다대사가 입적한 지 2년 뒤 홍제암 오른편 부도밭에 대사의 일대기를 기록한 석장비(보물 제1301)를 세웠는데 비문은 당대의 문장가이자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이 썼다허균은 비문에서 나는 비록 유가(儒家)에 속하는 무리이지만서로 형님 아우 하는 사이로 누구보다 스님을 깊이 알고 있다.”고 적었다.

 

그런데 이 유서 깊은 사명대사의 석장비는 한가운데가 열십자(모양으로 네 동강이 났던 흔적이 완연히 남아 있다현재 해인사에 있는 석장비는 일제말기인 1943년에 네 조각으로 쪼개졌던 것을 1958년에 다시 접합하여 복원한 것이다대체 누가무슨 연유로 호국영령인 사명대사의 비석을 이처럼 훼손했을까그 장본인은 다름 아닌 당시 해인사 주지로 있던 승려 변설호(卞雪醐,창씨명 星下榮次)였다그는 출세를 위해 동료 승려들을 밀고하는가 하면 일경에 아부하기 위해 사명대사의 비석을 네 조각을 내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변설호는 1888년 5월 해인사가 소재한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금강산 유점사 강주(講主)로 있다가 1935년 9월 유점사 경성포교소 포교사로 부임하면서 그는 서울생활을 시작했는데 그 직후부터 그는 친일로 들어섰다중일전쟁 발발 직후인 1937년 8월 그는 용산 주둔 조선군사령부에 가서 전사한 일본군의 위령제를 지내주었으며또 일본군 출정부대를 전송하기도 했다이듬해2월에는 유점사 경성포교소에서 일본군의 승리를 기원하는 기원제를 지냈으며신도들로부터 국방헌금 50원을 거두어 부대에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그해 3월 그는 돌연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해인사 주지로 선출됐다그런데 해인사는 1936년 이해 두 번이나 주지를 선출해놓고도 총독부로부터 인가를 받지 못해 주지가 공석이었다그 자리를 그가 꿰 찬 데는 앞서 그가 서울에서 행한 각종 친일행각의 공로가 총독부로부터 인정받았음은 불문가지다그는 주지로 임명도 받기도 전에 본·말사 승려들을 재촉하여 국방헌금 515위문금 578위문대 200금 1천인침(千人針) 2개 등 현금 1094원과 물품 1305점을 일본군에 바쳤다그리고 그 다음달로 그는 주지 취임 인가를 받았다.

 

그의 친일행각은 급기야 항일 승려를 밀고하기에 이르렀다. 1943년 해인사 강원인 법보학원의 강백이자 8대 주지를 역임한 이고경(李古鏡스님과 원장 임환경(任幻鏡스님이 학승들에게 불교경전 외에 조선역사 등을 가르친 것이 말썽이 돼 합천경찰서에 붙잡혀 갔다흔히 해인사사건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으로 두 스님을 비롯해 11명의 학승들이 투옥됐는데이들을 밀고한 사람이 바로 해인사 주지로 있던 변설호였다.

 

사명대사 석장비 훼손사건은 그 뒤의 일이다그는 당시 합천경찰서장 다케우라(竹浦)에게 홍제암에 있는 석장비의 내용이 문제가 있다고 제보했다. 1604년 사명대사가 일본을 방문해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와 대화를 나누던 중 가토가 조선에 귀중한 보물이 있느냐?’고 묻자 사명대사가 지금 조선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보물은 바로 당신 목이오라고 대답했다는 대목이 있다.

 

변설호는 비석 내용 가운데 바로 이 대목을 문제삼아 다케우라 서장에게 이런 비석을 그냥 세워둬도 되겠느냐?”며 부숴버릴 것을 권유했다며칠 뒤 그는 경찰과 석수를 데리고 홍제암으로 가서 석장비를 네 동강 낸 다음 한 조각은 해인사 내 경찰주재소 정문 디딤돌로 사용하고 나머지 조각들은 해인사 구광루와 명월당 앞에 보란 듯이 방치하였다.

 

해방 이듬해 그는 일제 때의 반민족행위로 승권(僧權박탈는 중징계를 받고 절에서 내쫓겼다.또 1949년 반민특위 경남지부에 체포돼 그해 9월 25일 보석으로 석방될 때까지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1975년 그는 대한불교 총화종 초대종정으로 취임했는데 이듬해 89세로 사망했다그는 고은의 <만인보>(26)에도 친일승려로 이름이 등장하는데 대처승인 그는 언론인 모 씨의 장인으로 알려져 있다.


Posted by 구자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1.10.03 08: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프로와 전문가는 다릅니다.
    잘 보고갑니다.

  2. 이춘모 2011.10.03 12: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동영상은 살아 있습니다. 너무 생생하게 현장을 전하는 동영상의 위력을 보는 것 같군요. 나도 동영상을 배워 보려고 편집프로그램인 프리미어를 공부하다 너무 어려워서 포기 중 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쵤영하고 업로드를 하지 못해서 그도 포기했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3. Favicon of http://2kim.idomin.com/ BlogIcon 김훤주 2011.10.03 16: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간단해서 좋군요^^

경상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경남 관광진흥 마스트플랜’의 명인선정에 친일과 독재에 부역한 인사와 재벌창설자가 포함되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작년 12월 경남도에서 경남발전연구원에 의뢰한 ‘경남 관광진흥 마스트플랜’의 최종보고서에는 경남의 관광 명품 콘텐츠로 친일의혹이 일고 있는 인사와 재벌창설자가 포함되어 있다. 

이 보고서의 경남 명인에는 신라시대의 우륵에서부터 전직 대통령인 김영삼, 고 노무현 대통령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이 중에는 이은상, 남인수, 유치환 등 친일의혹과 독재에 부역한 인사와 이병철, 조홍제등 재벌창립자도 포함되어 있다.

여영국 경남도의원

여영국 경남도의원(진보신당. 경제환경위원회)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친일·독재에 부역한 남인수, 이은상과 친일 논란 진행 중인 유치환을 경남 명품관광 자원으로 선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재벌가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시민사회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특정 재벌을 관광자원화 하는 것은 지양해야한다.”라고 덧붙였다. 

작곡가 이은상의 경우 1960년 마산 3ㆍ15의거 직전 대통령 후보 이승만을 성웅 이순신에 비유하며 전국 유세를 했고, 3ㆍ15의거에 대해서도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 '불합리한 불법이 빚어낸 불상사'라는 말로 민주성지 마산을 모독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또,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남인수는 2008년 진주시에서도 ‘남인수 가요제’를 폐지시킨 친일 인물이며, 유치환의 경우도 그의 친일행각에 대해 논란이 진행 중에 있다. 

여영국 의원은 “프랑스와 중국은 우리와 달리 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처벌에 철저했고, 이런나라에서는 소멸시효도 없다”라고 했다. 또, “친일을 한 반민족행위자에 대해서는 일체의 자비도 용인할 필요가 없다.”라며 “그것이 바로 정의”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여 의원은 이병철과 조홍제에 대해서도 단지 재벌이라는 이유로 경남의 명인이라는 영예스러운 칭호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 의원은 “이병철의 경우 ‘내 눈에 흙이 들어가지 전에 노조는 없다’며 노동자들의 헌법적 기본 권리를 철저히 부정하였고, 지금도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방침으로 유지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재벌창설자에 대한 평가는 노동자, 시민사회, 학계 등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합의가 있을 때 까지 명인 선정을 유보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경남도 관광진흥과 담당자는 이 보고서가 자문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작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문위원회는 경남도발전연구원과 경남관광협회,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대학교수, 지역언론사, 20개 시·군 담당과장, 여행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하고 있다. 

이 담당자는 “이 최종보고서를 토대로 정책입안을 하게 된다.”라고 말하고 “좋은 아이디어 일 경우 예산을 편성해서 도의회에 제출하게 되면, 도의원들이 타당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라고 설명했다.

‘경남 관광진흥 마스트플랜’은 최근 국내외적으로 경제적, 사회문화적, 환경적, 기술적인 급격한 환경변화로 인해 녹색관광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상남도의 관광진흥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보고서는 경상남도가 향후 5년간 중·단기적 관점에서 경남 관광정책의 목표 및 추진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Posted by 구자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1.02.16 17: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의 역사 인식이 이리도 천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