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8.08 주차쪽지, 그 작은 배려의 감동 (46)


작은 배려는 공동체를 아름답게 한다.

배려있는 행동은 상대방을 감동시킨다. 그 감동조차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권리처럼 당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삶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저녁시간 도로를 혼잡하게 만드는 퇴근시간 즈음. 낯선 전화번호를 띄운 손전화가 바르르 뜬다. 바쁜 시간에 울리는 전화는 정말 성가시다. 
 

“여보세요...” “네...”
 

굵은 목소리를 가진 남성의 전화다. 목소리만으로도 50대 이상의 나이인 듯하다. 전화의 요지는 이랬다. 자신이 주차를 했는데 차를 너무 가까이 붙여서 세워놓았으니 나중에 차를 뺄 때 전화를 해 달라는 것이다. 순간 무슨 말인지 언득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네??” 
 

전화기 속의 굶은 목소리는 다시 설명을 한다. 그제서야 무슨 말인지 확연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자신의 집 앞에 세워둔 내 차를 빼달라는 소린가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 반대로 자신이 차를 너무 붙여서 세워놓았다고 미안하다고 연락을 한 것이다. 
 

순간 차를 골목길 담벼락에 세워두고 온 기억이 났다. 전화의 주인공은 바로 그 골목 담 벽의 집주인이었다.
 

“이런...죄송합니다. 제가 차를 어중간하게 세운 모양이네요.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나중에 차 뺄 때 이 번호로 전화주세요. 미안합니다.” 

보편의 인물이라면 자신의 집 앞에 주차한 차량에 대해 먼저 불쾌감을 느낀다. 그것도 퇴근시간이다. 차를 바짝 붙여서 출발할 때 애를 먹도록 앙갚음을 하는 이도 있다. 더러는 주차문제로 시비가 붙어 폭행사건으로 비하되기도 한다. 
 

그 배려에 미안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밀려온다. 감사하다는 말로 통화는 짧게 끝났다. 그리고 통화에 대한 기억은 곧 잊어버렸다. 
 

신라 문무대왕 수중릉에서 본 일출. 일출은 마음을 비울 때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밤 10시가 넘는 시각. 퇴근을 하면서 습관적으로 차를 찾는다. 주차할 곳이 없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곳저곳 세우다 보면 주차를 한 위치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 난감할 때가 많다. 그 순간 전화 통화를 했던 기억이 났다. 

가로등으로도 조금은 어두운 골목길에는 승용차들이 양편으로 가지런하게 줄지어 서 있다. 잠시 내려가니 검정색 세단의 고급 승용차 무리속에서 어울리지 않는 차가 보인다. 녹슬고 먼지로 덮여 주변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가까이 가서 앞뒤를 보니 차를 빼 낼 수 없는 거리다. 앞 차와 뒤차의 간격이 약 30cm를 두고 있다. 이 시간에 전화를 해야 하나... 미안스럽기도 하다.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망설이는 동안 운전석 문짝에 하얀 메모지가 걸려 있는 것이 보인다. 
 

“차 빼실려면 대문 초인종이나 019-000-0000으로 연락주세요. 미안합니다”
 

차를 움직이지도 못할 정로도 붙여 세워놓으면 짜증이 먼저 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급할때는 욕이 먼저 나오는 법이다. 그런데 오히려 미안하다. 소방도로의 소유권은 개인이 가지고 있지 않아 사실상 미안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미안하다. 늦은 시간에 차 빼달라고 전화하기란 더욱 미안하다. 그래도 2시간 정도 일찍 나와서 다행이다. 여느 때처럼 밤 12시가 넘는 시각에 퇴근을 했더라면 참으로 난감했을 것이다. 
 

초인종을 누를까 하다가 혹시 다른 집이면 어떡하나 해서 전화를 걸었다. 오랫동안 벨이 울린 다음에야 굵은 목소리의 소유자는 나즉한 음성으로 전화를 받는다. 잠에 들었던 것일까. 난감해진다.
 

짧은 통화가 끝난 후 굵은 목소리의 소유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다. 잠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봐서 잠에 들었다 깬 모습이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일찍 차를 빼야 했는데...”
“괜찮습니다. 공간이 없으니 어쩔 수 없죠...” 

말은 그렇게 해도 불편한 기색은 무거운 몸에서 보인다. 그래도 괜찮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그다. 그의 차량 후미를 봐 주면서 약간의 공간을 더 확보한 다음에야 내 차를 출발할 수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 다시 여유 있게 주차를 한다. 
 

차를 움직이면서도 내내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한편으로 참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스민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쌍용차 사태를 지켜보면서 너무 메마른 곳만 보았다는 생각도 든다. 나 자신도 메말라 있었나하는 생각도 인다. 그래서인지 이 순간 다가오는 감동은 몇 배로 크다. 
 

지금만큼은 사회가 훈훈해 보인다. 작은 배려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를 더욱 여유롭게 만든다는 것을 굵은 목소리를 소유한 그로부터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Posted by 구자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전 댓글 더보기
  2. 다슬기 2009.08.08 21: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이런일도 있구나 싶은 내용이네요. 요즘같은 세상에 말이죠.

  3. Favicon of http://adria2000@hanmail.net BlogIcon 아드리아 2009.08.08 2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만에 좋은 글 봅니다.
    조금만 양보하고 서로 이해하면 서로 기분좋은것을....

  4. ㅎㅎㅎ 2009.08.08 22: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이 각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봅니다 훈훈하네요!!!!
    이 글 읽고나니까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굉장히 친절하신 분 만나셨나봐요.. 저도 이런 배려깊은 사람이 되고싶네요!

  5. Favicon of https://thejourney.tistory.com BlogIcon 채색 2009.08.08 22: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전에 저도 골목길 주차때문에 글을 쓴적이 있는데요, 트랙백 걸어놓고 갑니다. 그 때는 제가 좀 감정적으로 나가긴 했었는데... 여튼 이 주차문제.. 큰일입니다.

  6. 정진성 2009.08.08 23: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사는곳은 빌라인데 건물 바로옆으로 주차를하는데 만약 차가 다찼으면 주차하는곳 골목에 차를대곤합니다 그골목안으로 봉고차가 늘상 차를대지요,,그 봉고차 아저씨 퇴근 시간이 저녁9시 전후입니다,,골목에 차가있으면(제차일수도 있고 다른차일수도 있고) 그 봉고차 아저씨 부인이 전화나 집으로 찾아가 차를 빼달라곤 하는데,,항상 사무적으로,,한번쯤 웃어주면 상대가 그런생각을 안할텐데말이죠,, 그사람들 입장에선 당연하게 생각해서인지 몰라도(그 봉고차도 골목 가운데 주차를 하니 앞을 가로막은 차를 빼달라고 하는건 당당하게 말하긴 억지스러움,,ㅎ)십년이 훨씬 넘게,,그러다 보니 그동안 저하곤 다툼이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과 언쟁이 무척 많았지요 무조건 그 아저씨는 차를 자기가 대는곳에 대야하니 상대가 좀 귀찮은 티를 내면 성질을 냅니다,,ㅎ,,몇일전인가요 그 봉고차 앞집에 사는 친구가(저보다 열살도 넘는 차이)가끔 차를 봉고차 뒤로댑니다,,언제인지 아침 6시가 조금 넘었는데 전화가 오더군요,,"차 나가야하니깐 차좀 빼주세요" 그차가 나가려면 제차 봉고차 두대를 빼야합니다,,저같음 아침 6시에 나가면 그낭 저녁에 차를 바꿔대던가 아님 아예 다른곳에 주차를합니다,,전화를 그렇게 하길래 하도 어이가 없어서,,그친구에게 차빼주는건 좋은데,,미안하지만,,죄송하지만 차좀 빼주세요 하면,,잠결에 나오는 사람 덜 황당하지 않겠냐고 애길했더니,,미안하다고하데요,,하지만 영 기분은 안좋았습니다,,그저께 아침 6시가 조금 넘어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데요,,"사무적인 말투로 차좀 빼주세요,,차나갈라구요",,,그 전화 받는순간 화가 얼마나 나던지,,나가서 이넘을 어떡하나 하고,,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났습니다,,,차빼주러 나가면서 제스스로 얼마나 달랬는지 모릅니다,,그넘 보면 쌍소리 나올거같고 그럼 그넘이 가만있겠습니다,,아침부터 동네에 민폐겠다 싶어,,그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제차를 뺏습니다,,,참자,,참자,,하면서,,,,,하지만 앞으로 그런일이 또 생긴다면 어떤일이 생길지 장담못하겠습니다,,,,말이 너무 길어졌네요,,글쓴분이나 글의 주인공이신 분이나 그런분들만 계시다면 정말 바랄게없는데말이죠,,부러워서 주절주절하고 끄적이고갑니다,,,

  7. 지나가는나그네.. 2009.08.08 23: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글 보면..

    아직까지 세상은 살만한가봅니다.

    제일윗대가리들만 문제지..

    어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상류가 맑은게 아니라

    하류가 맑은지.. 참...

  8. 샤이닝 2009.08.08 2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살았던 동네는 차빼라고 새벽 3시나 4시에도 전화를 하더군여...같은 곳에 세웠던 곳도 아닌데 자기 자리라며 그시간에 승질내며 전화 하는 사람들 전화 여러번 받아보았습니다.

  9. 2009.08.08 2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골목은 5대가 일렬주차 하는데요...사람들이 다 친절합니다...
    빼줄때 뺄때 다 죄송합니다 인사하고 차를 뺍니다..
    근데 주차된 차량 박고 도망 가는 사람이 연락처 남기는건 단 한번도 못 봤네요...

  10. 넘쳐나는차 2009.08.09 0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 나라는 쓸데 없는 차가 너무 많죠

    그리고 정부에서는 나라 면적도 생각 않고 많은 세금을 걷을수 있는 황금알이니 차를 많이 팔수 있게

    권장 하는 추세이니 도로든 인도든 주차장이 되 버리고 이젠 사람도 제대로 걸어 다니기 위험한

    지경이죠........자가용값을 10배는 올려야 좀 사람 사는곳 같아 질텐데.....물론 일하는차는 제외지만

  11. rome0205 2009.08.09 00: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기 집앞도 아닌데,,

    내가 몇년째 그자리에 주차하고 있으니 그 자리는 자기 자리랜다,,

    저녁 늦게라도 전화해서 꼭 차를 빼라고 전화질이다,,

    빌라 주차장도 있는데 자기네 땅 소유라고 꼭 그자리에 자기 차를 데겠단다,,

    하지만 남자 운전자가 주차하면 군소리없다,,둘다,,

    동네에서 유일한,, 두명의 악당,,

    싸우지 못하는 찌질한 내가,, 이사를 결심했다,,

    난,, 그 두 념놈을 꼬옥 죽일거다,,

    성북1동 주차 살인사건 나면 바로 나요!!!

    펄똥색카니발넘,, 흰색아반떼튜어링아지메,,
    대문 꼭 잠그삼,,

  12. rome0205 2009.08.09 00: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훈훈한 글에 살벌한 댓글 달아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 계획은 변함 없읍니다
    제발 배려하며 삽시다,,

  13. 김창현 2009.08.09 0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분들이 많아야 푸근한 마음이 들텐데

    서울살이 5년째 들어서지만
    참 야박합니다.

  14. 청솔 2009.08.09 09: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멋진 분인것 같군요 요즘 이렇게 배려심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따뜻한 글 감동했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15. dd 2009.08.09 09: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감동이네영

  16. 오늘도야근 2009.08.09 1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분 만나셨네요 .

    저희 동네에는 자기집이라고 대문앞에 타이어와 팻말등을 세워 놓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원칙대로 따지면 문제가 있지만 자기집이니 그러려니 생각합니다 .

    근데 이 사람이 다른집 대문에도 차를 대면서도 이런 행동을 하더군요 .
    심지어는 출근시간 차들이 다 빠져나가는 시간에도 세워 놓습니다.

    이 사람 동네 젊은 사람에게 어른 취급 못 받고 어른들 사이에서도 사람 취급 못 받더군요 .
    저도 눈 마주칠 경우 하대 하는 듯 쳐다보고 인사 안 합니다.

  17. Favicon of https://islandlim.tistory.com BlogIcon 임현철 2009.08.09 14: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지만아무나 할 수 없는 그런 배려군요.

  18. roQnf 2009.08.09 15: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화주시면 1~2분안에 빼드리잖아요..하고 대답하니

    전화요금 나오고 어쩌고 하는 놈도 있습니다..

    천원드릴께요 그럼 되겠죠..하며 말하는 도중 뚝 끊어버리더군요..

    거짓말않하고 세워논 차에 불지르고픈 욕망을 부르더군요..

  19. Favicon of http://leedam.tistory.com BlogIcon leedam 2009.08.09 16: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에셀클업에서 본사진입니다 ㅎㅎㅎ
    고운님들이 계시기에 좋은 세상입니다^^

  20. Favicon of http://leeesann.tistory.com BlogIcon pennpenn 2009.08.10 07: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보기드문 분이로군요~
    마음이 따스해집니다.

  21. 박수호 2009.10.20 15: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저희동네 남들 다자는 밤 12시에...
    이중주차 해 놓은 차 늦게 뺀다고 차를 발로 차서 차주인이랑 싸우고 난리였습니다.
    서로 이해해주고 조금만 배려해주면 되는데 1시간 동안이나 옥신각신 하더군요.
    구경은 잘 했지만서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