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돌발영상으로 청와대 대변인실과 출입기자단이 누리꾼과 블로그의 지탄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청와대 대변인실도 적잖이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청와대 대변인실의 반응은 누리꾼의 질타에 대해 반성은커녕, 오히려 엠바고를 파기한 언론사를 원망하는 투다. 엄격히 따지면 YTN 돌발영상팀도 이 부당한 엠바고 요청을 파기하지는 않았다. 어째든 청와대 대변인실에서 요청한 보도시한 제한을 지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와대가 YTN 돌발영상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는 외압을 행사한 것이 사실로 알려졌다. 이로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의 힘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이 확인되었지만, 반성과 사과보다는 출입기자단을 원망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청와대 대변인실이 여전히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권력에 취해 깨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상을 보면 의례히 엠바고를 요청하면 기자들은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라는 오만한 판단이 있어 보인다. 지적했듯이 국가안보, 국민의 안전, 수사상의 필요에 의해서 요청할 수 있는 것이 엠바고로 불리는 보도시한 제한이다. 국가권력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시한제한 요청을 어떤 경우에 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본 인식이 없었다면 대변인으로서의 자질조차도 의심된다.
청와대 대변인실의 변명은 “기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그랬다”는 것이지만, 기자들에 대한 편의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원칙을 거스르고,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 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 내면의 속내는 ‘기자들과의 좋은 관계유지’가 목적이다. 이 목적이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인가는 따로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래서 국민은 안중에 없다. 그것이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청와대가 요청한 엠바고의 실체적 내용을 들여다보면 겉으로는 정부권력의 구성이지만 안으로는 김용철 변호사측이 제기하고 있는 삼성떡값과 연루되어 있다. 이 문제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도 권력과 삼성에 대해 눈치 보기를 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그것은 정부권력 구성과 삼성떡값에 대한 정보가 보도제한을 받아들일 사유는 분명 아닌 것이기에 그렇다. 또, 국가권력을 쥐고 있는 정부의 부당한 요청을 수용한 것이었기에, 그리고 최근 비판적 언론보도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는 삼성왕국과 관련되어 있는 사안이어서 더욱 그렇다.
그간 삼성왕국의 비자금에 대한 비판적 보도들을 기자나 언론사가 극히 꺼려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삼성떡값과 관련된 김용철 변호사의 기자회견에 참가한 기자들마저 청와대의 보도시점제한을 무분별하게 수용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삼성눈치보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언론들이었기에 그렇다.
이번 엠바고 파기(?)를 두고 청와대 출입기자들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그들 역시 반성과 사과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대변인실의 말로 비추어 보면 오히려 출입기자단 자체의 논의를 거쳐 해당언론사의 출입을 정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마저 권력의 꿈에 취해 있다면 국가적인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언론이 하는 역할은 국가의 전반적인 범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내부단속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들이 진정 기자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기 원한다면 잘못된 일에 대한 반성이 먼저다. 그래서 잘못을 다시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어지는 실수는 실수가 아니라 의식을 반영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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