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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합천 팔만대장경 축제에서 느낀 아쉬움

현재 합천군에서는 대장경천년 문화축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천년 고찰인 해인사에 보존중인 대장경을 통해 대장경의 가치를 재 발견하고 체험을 통해 고려인의 지혜를 공유하자는 취지의 행사입니다만,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행사이기도 합니다

이 행사는
923일에서 116일까지 합천군 가야면 주행사장과 해인사가 주요 무대입니다.

사람들은 이 행사를 쉽게
팔만대장경 축제라고 합니다. 사전전 의미를 찾아보니 축전은 축하하는 뜻으로 행하는 의식이나 행사이니 만큼 다른 표현으로는 축제이기도 합니다.

무릇 축제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와 행사를 즐기고
, 그 의미를 깨닫고 가는 행사이어야 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축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지요. 축제뿐만이 아니라 많은 유명 관광지도 그렇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먹거리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 일반 시중의 가격보다 낮지 않은 가격에 어떤 곳은 부실한 음식으로 미관을 찌그리게 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리고 불친절하거나, 초행길의 여행객에게 충분한 정보를 현지에서 제공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이번 행사를
12일로 둘러보며 느낀 아쉬움은 좀 더 친절한 행사가 되었다면 좋았겠다는 것입니다. 친절은 사람에 대한 친절만이 아니라, 관광객에게 다가가는 설비와 안내 등을 말합니다
 

합천 해인사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


저 합천군의 대명사처럼 된 해인사와 그 인근 문화유산에서의 아쉬움입니다.

축제가 시작된 해인사로 오르는 길은 일본인 관광객들과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인 만큼이나 많이 보였습니다
. 다들 안내인과 함께 천년고찰의 비문과 역사를 듣는 모습이 내심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불쾌감을 주는 일이 있더군요
. 해인사의 대장경이 보존되고 있는 장경판전 입구입니다. 천년의 숨결을 보존하는 일의 중요성은 잘 알지만, 그렇다고 불친절한 것은 말이 안됩니다. 장경판전 입구에서 제일 먼저 만난 안내인의 불친절이 그것입니다.

문 앞에 선 그들은 다소 억압스런 말투로 사진촬영은 안된다는 뜻으로
카메라 촨이라고 두손을 가위표시로 이야기를 합니다. 등 뒤로는 입구에 들어선 일본인 관광객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모르지만, ‘허이!’라고 억압스럽게 내뱉습니다. 그 말에 놀란 일본 여성은 외마디 비명을 지릅니다.

천년의 유물을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는 것에 누군도 이견은 없을 것입니다
. 하지만, 축제한다며 사람을 불러놓고 험악한 분위기로 억압하는 것을 보며, 찾아오는 불쾌감은 어찌 할 수 없었습니다

여행이란 것은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이루어 집니다
. 그래서 꼭 필요한 부분에서는 경고문이나 통역을 통해서 관람시 해서는 안될 행동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초행길의 여행객을 맞는 첫 일이고 축제의 분위기에도 맞습니다. 아마 그 일본여성들도 내심 마음이 상하지 않았을까요

홍류동 계곡 안내판


두 번째 아쉬움은 해인사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유물들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그 역사나 내력을 알지못하고 단순히 보고 지나쳐야 했다는 것입니다.

비단 해인사뿐만아니라 다른 유서 깊은 곳도 그렇긴 합니다만
, 작은 석비라도 그 유래를 알 수 있도록 해설을 해 두었으면 여행객에게는 그 고장의 역사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부분 큰 누각이나 암자같은 대표적인 유물에만 안내판을 세웠습니다.

저는 단순히 기록만을 전하는 안내판만이 아니라
, 그 당시의 이야기들을 스토리텔링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이 여행객의 이해를 돕고 가치 전달을 하는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현지에서 가져온 여행 안내서를 보면 명소에 대해 그저그런 말들로 평범한 소개만을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음식입니다


서두에 이야기 했듯이 축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행지에서의 음식을 비롯한 기념품의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행사에 가보면 바가지 상혼들이 힁횡합니다. 한 때의 장사라고 일반 시중의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도 그 품질은 형편없는 곳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행지에서 향토색 있는 음식 먹기를 기피합니다. 먹고 나서도 기분 상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팔만대장경 축제에서 저도 음식을 먹지 않았습니다
. 사실 먹을 시간도 없었지만, 여행지에서 먹지않는 것이 습관화된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요 행사장을 둘러보면서 음식점을 찾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장경 주요 행사장의 음식은 먹어보지 않아 말할 수는 없지만, 그 가격은 역시 일반 시중에 비해 약간 높은 편이었습니다

저는 여행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먹거리와 친절이라고 봅니다
. 특히 먹거리는 싸고 저렴하게 내놓아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행사에도 도움이 되고, 음식점에도 더 많은 이윤을 남긴다고 생각합니다. 박리다매라고 하죠

대부분 여행지의 음식은 제 입맛에 길들여진 이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일 뿐
, 실제 먹을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가격마저 만만치 않다면 쉽게 손이 가지 않습니다

축제의 현장에서 향토색 짙은 음식을 자유롭게 즐긴다는 것은 또하나의 매력입니다
. 축제는 여행객을 위한 행사입니다. 주최측과 또 그와 관련된 사람들을 위한 행사가 아닙니다. 그래서 관광객의 입장에서 친절한 준비를 하면 더 많은 이들이 찾지 않을까 합니다.
 

합천군 대장경천년 문화축전 주행사장

합천군 용주면 가호리 합천 영상테마파크 내부 세트장


이와 관련해서 덧붙이자면 현지의 인터넷의 문제입니다.

사실 인터넷 한 개 회선을 설치하는데는 불과 몇 만원밖에 하지 않습니다. 특히,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이면 와이파이라고 불리는 무선통신망이 되는 지역을 찾기란 너무도 힘든 현실입니다

세계적인
IT 강국 답게 현대의 젊은이들은 카메라로 무장을 하고, 노트북을 지니고 여행을 떠납니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해 그냥 들고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에게 현지에서 여행의 소감이나 추억과 기록을 웹상에 올릴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비단 여행객만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이번 축전의 집행위원회에서는 홍보를 위해 수많은 비용을 들이고 동시에 애를 태웠을 것 입니다
. 그런데도 축전 기간동안 몇 만원 들여서, 수억의 홍보효과를 낼 수도 있는 저렴하고 간단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더군요. 친절한 행사였다면 나왔을 법한 기획입니다

현장에서 글을 쓰고 추억을 기록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 현장의 기록은 그만큼 가치가 있고 실시간인만큼 관심의 대상이 됩니다. 더욱이 사람은 그 현장을 벗어나면 그 감동의 기억도 급격하게 감소합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쓰는 글이 중요하기도 합니다

저는 축전기간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무선통신망만큼은 빨리 연결해서 휴게실과 함께 제공되었으면 합니다
. 그래서 방문객이 현장에서 행사를 홍보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방문객을 찾아오는 성공한 축제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