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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비닐천막 두른 약수터에서 느낀 훈훈함

이런 강추위가 있었나 할 정도로 기온이 내려갔다. 물저장고가 밤사이가 아닌 낮에 얼어버렸고 외부로 연결된 수도마저도 얼어버렸다. 경남 지역에서는 이토록 차가운 날씨를 겪기는 오랜만이다.   

몇 개월 전부터는 끓여서 먹던 수돗물을 약수로 대체했다. 중고매매상에서 냉온수 기기를 구입해 약수을 떠와서 그대로 먹는다. 생수로 바꾼 이후로는 애들도 물을 많이 먹기 시작했다. 그만큼 생수가 몸에 좋다는 소리다. 물이 만병의 치료제라고 믿는 이도 있다.

낮 시간의 약수터. 시민들이 끓임없이 이용하고 있다.


약수를 받아오는 곳은 창원 사림동 창원사격장 인근에 있다. 거주지와는 다소 떨어졌지만 주차의 편의와 수질검사를 하고 있어 매번 이용을 한다. 그래서인지 인근 주민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도 이곳 약수를 이용하고 있다. 도중에 안 사실이지만 창원시시설관리공단이 관리를 하는 곳이다.  

매서운 추위가 정점에 달한다는 18일. 어찌하다보니 또 새벽 2시다. 이날도 마침 먹을 물이 떨어져 물통을 차에 싣고 나왔다. 약수는 대부분 퇴근하는 길에 물을 길어 집으로 가져간다. 
 

그런데 이날은 걱정이 앞선다. 수도가 얼을 정도의 날씨. 외부에 노출된 약수터 역시 얼음이 되었을 것이란 걱정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라 혹시 얼지 않은 곳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어쩔 수 없이 향한다. 
 

어둠에 싸인 도심의 깊은 밤은 네온사인사이로 바람만이 제 길을 달린다. 이런 풍경은 각박해지는 마음을 달래기에 좋다. 
 

비닐천막으로 감싼 약수터. 덕분에 물이 얼지 않고 있다.




자녀와 함께 약수터를 찿은 한 가족이 밝은 얼굴로 약수를 담고 있다.


약수터에 들어서면서 보지 못한 풍경이 눈에 보인다. 동파를 방지하기 위해 약수터를 감싸고 있는 비닐천막이 이채롭다. 두꺼운 비닐은 지붕에서 아래로 내려져 온통 약수터를 감쌌다. 외부에서 보니 완전한 천막이다. 출입문 사이로 들어서니 그곳 온도는 외부와는 사뭇 다르다. 얼어붙은 마음이 일순간 녹아내린다. 그 덕분에 약수가 나오는 수도꼭지들 중 몇 개는 얼지 않고 있다. 
 

물을 길으며 누군가의 세심한 배려가 감탄스럽다. 아마도 이곳을 관리하고 있는 창원시 시설관리공단의 작품일 것이다. 이런 일은 개인이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추위를 대비에 약수터에 보온 시설을 하지 않았다면 이곳을 찾은 수많은 시민들이 허탕치며 발길을 돌렸을 것이다. 그 순간 매서운 추위만큼이나 마음도 함께 차가워졌을 것이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서 이곳을 관리하는 이가 누군지 궁금해졌다. 마음이 따스한 사람일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창원시의 시설담당 직원일테다. 그동안 가졌던 공기업에 대한 불신이 이 순간만큼은 모두 녹아내린다. 무릇 사람은 그런 모양이다.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해도 훈훈한 세상이 되겠다 싶다. 
 

그래서 고마움을 표한다. 시민의 편의를 앞서 생각하고 제 할 일을 다 한 이, 그리고 창원시 시설관리공단의 세심한 배려에도 따듯한 마음을 담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