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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초록은 똥색이다

이태일 경남도의회 의장은 7일자 경남신문에 ‘강을 살려야 한다’는 제하의 기고문을 통해 4대강사업에 대한 찬성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내용은 지난 8월 4일부터 13일까지 전국 시·도의회 의장들과 선진국의 저탄소 녹색성장 실태에 대한 현지 시찰을 다녀왔는데 독일의 라인강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본 라인강의 인상적인 모습은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스위스의 선박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게 되어 교역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것. 또, 풍부한 수량과 깨끗한 물, 철광석과 공사자재를 싣고 분주하게 오가는 대형 운반선, 잘 정돈된 수변공원과 산책로, 수변녹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시민들의 넉넉함 등등이다. 

기고문은 이어진다. 친환경 개발에서 버려진 중국의 양자강은 매년 풍수해로 얼마나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가져오고 있고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경남도청에 걸린 낙동강 살리기 걸개그림

또, 지난 3월 약 3시간 동안 낙동강을 탐사했는데 영남 1300만 인구의 젖줄인 낙동강은 퇴적과 홍수, 공장 폐수 등으로 병들고 막히고 말라가고 있고 (중략)... 생활 및 축산 오폐수, 농약과 비료의 무분별한 유입, 침전물과 둥둥 떠다니는 부유 탁수를 보면서 이 강물을 식수로 사용하였다니 기가 막힐 지경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낙동강은 매년 재난이 반복되는 죽음의 강으로 그야말로 골치 아픈 존재가 되고 말았다”며 “낙동강 물길 살리기의 기본 핵심은 낙동강 본래의 기능을 회복시켜 옛날처럼 수영이 가능한 도민들의 생활 속 강으로, 사시사철 철새가 날아드는 생태의 보금자리로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필자는 독일의 라인강에 가본 적이 없으니 라인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못하겠다. 듣기로는 라인강은 운하의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으로 안다. 오늘 주제도 대운하나 4대강의 찬반 논란이 아니다. 단지 역할론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난 8월31일 창원에서 열린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해 학계 전문가들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몇 가지 기억나는 대로 나열하면 보 설치로 인한 상수원 기능상실, 하천공사가 취수시설에 미치는 영향 등 자연생태계 파괴, 농업, 홍수문제의 지적이었다. 그중 핵심은 공사기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식수대란 이었다.

누구나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도의회 의장도 개인적으로 찬성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의 기고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는 행정부의 잘못된 사업으로 인해 올 수 있는 도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견제 역할을 하는 경남도의회의 수장이다. 경남도의 행정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바로 그곳이다.

그런 이유로 그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에 앞서 최소한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 한쪽의 견해에 대해서도 경남도에 보완과 재검토를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도의회라는 기관의 장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이다. 

그런데 오로지 미화된 글로서 강을 살려야 한다고만 한다. 한나라당 일색인 경남도의회가 4대강 사업을 지지한다고 성명을 냈다낸 것도 역할을 저버린 행위이지만 그 일에 도의회 수장까지 나설 일은 못된다. 무엇보다도 행정기관의 거수기 노릇을 할 바엔 도의회가 존재할 이유도 없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기고에서 최소한 문제점에 대한 보완요구라도 덧붙여야 했다. 그것이 이치에  맞다. 

일전에 경찰측과 자주 마찰을 빚는 진보진영의 대선후보를 경호하는 경찰을 만나 그 입장을 물어본 적이 있다. 대선후보가 경찰과 물리적 대치를 하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그에게 짓궂게 물었다.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경호를 맡은 이상 오직 자신의 직무에만 충실한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같은 경찰이라도 경호 대상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물리력을 가해서라도 제압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입장과 처지와는 별개로 맡은 역할에만 충실한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비해보면 경남도의회 이태일 의장은 직무에 대한 책임감이 떨어져도 한 참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이라도 경남도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으면 최소한 그 지적에 대해서 행정부가 보완하거나 재점검토록 요구를 해야 하는 것이 그의 직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동강을 3시간을 돌고 독일 라인강을 방문한 소감으로 강을 살려야 한다고 외치는 것은 자신의 역할을 부정하는 처사다. 현지답사로 볼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대로의 한계도 있다. 그것만으로 깃발을 드는 것이 도의장의 역할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그 역활은 행정부나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영희 교수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다. 진보와 보수가 공존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확대 해석하면 한 쪽이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할 때 사회는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태일 의장이 진정 경남도의회의 수장이라면 행정기관이 제대로 날 수 있도록 하는 견제기능을 정치적 입장에 앞서 먼저 수행해야 한다. 찬성과 반대는 그 다음의 문제이다. 그것이 경남도의회가 자리매김한 의미이고 도의회 의장으로서의 역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