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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일제고사에 대한 한 학부모의 비애

내일(23일)은 중학교 1.2학년을 대상을 일제고사라고 불리는 전국연합학력평가시험이 있는 날입니다.

일제고사가 불러올 교육적, 사회적 폐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제고사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교사가 중징계 당하고, 초등학교에까지 경찰병력이 투입되는 것을 보면, 나사가 '빠가'난 인간들이 애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는지 훤하게 보입니다.


경남도교육청에 취재차 들렀다가 한 학부모가 일제고사에 대해서 걱정반, 우려반, 그리고 냉소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공감이 가서 원고를 얻어 왔습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일제고사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끔 하는 말 이어서 전체를 옮겨봅니다.

저는 지금까지 시험경쟁에서 상위권에 진입해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머리 나쁜 저를 닮아서인지 우리아이들도 그렇습니다. 늘 주눅이 들어 왔고, 기죽어 살아왔으며 나는 못났으니 남 하는 대로 따라 해야지. 정부가 이래라 하면 이러고 저래야 한다 하면 저러고. 학교에서 교장샘이나 교사들이 또 우리 아리들을 나무라면 내가 모자라서 그렇거니 하며 내 탓만 하고, 그러다 보니 우리 아이도 늘 눈치 보며 살아가는 것 같아 마음만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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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험을 치고 나면 힘들어 하는 아이 보자니 내 마음이 또 지옥이라 그간은 공교육이 그래도 더 낫다고 학원이나 개인과외를 안 시켰는데 이제는 에라 모르겠다하고 힘겨운 가계의 한숨. 

쉬면서도 우리아이 개인과외, 학원공부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요사이 들어 왠 시험을 이리 자꾸 보라고 하는지. 시험만 보고 나면 점수에 따라 사람 등급이 주루루 매겨져 사람 값어치가 이레 따라 줄을 서게 되어 우리 아이 기죽게 하지 않으려면 더 많은 사교욱을 시켜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 집니다.
 

가뜩이나 불황에 사교육비 감당하려면 제가 또 벌이를 나서야 하는데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그런데 요 며칠 국회의원들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일류대 안가도 될 것 같고, 성적 상위권 안 들어가도 괜찮다 싶습니다. 
 

소위 일류대 나오고, 세계 유수의 대학 학위를 가지신 분들이라는 의원님들께서도 그 좋다는 학교에서 배운 거 어디 내 팽겨치고 우리 같은 사람들도 안 하는 법질서, 민주적 절차 무시하면서 말썽 많은 법안들을 저리 무식 무도하게 처리하려고 한답니까? 
 

아~ 하고 깨달았습니다. 많이 배우는 거랑 많은 점수 따서 일류학교 나오는 거랑은 다른 거구나, 적어도 나는 간판 좋은 것만 걸고 행동은 인생 막가는 바닥으로 기는 그런 삶을 우리 아이들에게 권하지는 말아야겠다....간판이야 어떠하든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품위는 스스로 지킬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굳게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은 우리 아이가 제대로 배운 것을 잘 소화하고 있는지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시험이면 성의껏 응하겠지만 전체를 주루루 줄 세우기 하여 사람의 값어치까지 줄 세우기 하려는 시험이라면 무시할 것입니다. 
 

많은 선생님들도 제자를 줄세우기 보다 시험본연의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데 혼신의 힘을 쏟아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