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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주노동자 사인논쟁...또 자살로 몰아가나?

이주노동자 사인논쟁...또 자살로 몰아가나?
유족 1인 시위...경남경찰청 "수사진 교체, 재수사하겠다"


지난해 이주노동자 산토스 자칼의 사인논쟁과 유사한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경남 함안의 모 업체에서 산업연수생으로 근무하던 중국동포 리동호씨의 사망사건을 두고 인권단체와 경찰 사이에 사인공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유족이 재수사를 요구하며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구자환
ⓒ 민중의소리


고 리동호씨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날짜는 지난 1월 17일. 담당관서인 함안경찰서는 회사동료들의 증언과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자살로 종결했다.

이에 대해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경찰의 초동수사가 미흡했으며 자살로 단정하기에는 의혹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들의 사망소식을 전해 듣고 중국 연길에서 입국한 고 리동호씨의 부모는 정확한 사인을 밝혀 줄 것을 요구하면서 경남경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경찰수사에 대한 의혹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고 리동호씨의 사인을 두고 목격자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초목격자가 아파트 수위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조선족 동포라는 것이다. 또 실제사망한 장소가 수위실에서 약 50미터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쿵하는 소리가 나서 신고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아파트 5층에서 추락사한 것으로 보이는 고인이 신발을 신은 채 속옷차림으로 발견된 것 역시 자살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유서와 같은 자살을 뒷받침할 정황적 증거조차 없는 상태이다.

여기에 경찰은 정확한 사망 장소마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초동수사가 미흡한 상태에서 사망자의 정신적 문제로 자살을 했다는 경찰의 수사결과는 더욱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고 리동호씨 유가족의 주장

3일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는 고인의 부친 리용훈씨는 “경찰의 수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확한 사인을 규명해달라”는 요구를 내걸고 찬바람을 맞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사망하기 불과 이틀전에 중국연길에 안부전화를 했던 아들이 자살을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1인 시위 현장 뒤편에는 고 리동호씨의 모친 윤희숙씨가 남몰래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녀는 농사를 짓다 돈을 벌겠다며 한국으로 건너간 아들이 이렇게 되어 너무 억울하다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모친 역시 자식의 죽음이 자살로 결정되는 데는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주장에 대해 “지난해 8월 한국에 입국할 당시 신체검사를 받았고 너무도 건강했다”며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유족이 재수사를 요구하며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구자환
ⓒ 민중의소리


경찰과 송출업체의 회유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김형진 상담실장은 유가족이 정확한 사인규명을 요구하며 부검을 요구하자 경찰이 오히려 “아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며 부검을 반대했다며 경찰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었다.

경찰이 부검을 반대할 이유가 없음에도 유가족을 설득하면서 오히려 타살증거를 보여 달라며 윽박지르기까지 한 것은 이주노동자였기에 사건을 쉽게 처리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이와함께 송출업체의 회유와 협박도 있었다. 고인의 모친은 중국에 있는 송출업체가 한국으로 가지 못하게 방해를 했다며 분노를 나타내고 다행히 사측의 초청으로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국내 송출업체는 유가족들에게 위로금으로 500만원을 제의하며 부검이나 문제를 만들 경우에는 장례비 등을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협박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경찰과 사측이 사건 현장을 공개하지 않아 가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 고인과 회사동료들 사이의 따돌림 문제를 수사하지도 않은 채 “자살로 종결 난 사건을 시끄럽게 하지 말라”고 윽박지른 것은 이해 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경찰의 수사결과에 의혹을 제시하는 동시에 수사진교체와 재수사를 요구하면서 3일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 1인시위에 들어갔다.

한편 경남지방경찰청은 1인 시위가 진행되자 수사진을 교체한 뒤 6일 현장재검증을 할 것이라고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에 알려왔다.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