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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불교계, 고려대 본관 앞 천막농성

고려대와 불교계가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22일 ‘고려대기숙사공사저지및사찰수행환경, 주민생활환경보존을위한비상대책위(이하 비대위)는 고려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후 총장과 면담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본관 앞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고려대는 지난 9월3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5가에 소재한 개운사와 보타사 중간지점에 지상 7층, 지하 2층, 연면적 15,039㎡ 규모의 기숙사를 지으면서 불교계와 인근주민과의 갈등을 빚어왔다.

연좌농성은 항의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이루어졌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학교측이 대표단을 밖에 세워둔 채 가로막은 것이 발단이 됐다. 대책위는 “무례를 범했다”며 항의서한을 찢어버리고 곧바로 농성에 들어갔다.

뜻밖의 사태가 벌어지자 고려대 관계자들이 나와 비상대책위와 면담을 시도했으나 사태는 정리되지 않았다. 비대위는 총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고려대 관계자는 “총장과 부총장이 출장 중이라 내일 온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비대위는 “총장이 보타사 주지스님에게 통화하고, 어느 정도의 대화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물러나지 않겠다”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스님들이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준비하고 있다 


대책위에 따르면 양측의 만남은 두 번 이루어졌다. 첫 만남은 9월23일, 고려대 이기수 총장과 면담을 가진 개운사 주지 범해스님은 문화재 보호와 개발이라는 두 명제를 충족할 수 있는 합의를 요구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고려대와 현대산업개발은 9월29일 공사를 다시 시작했다.

이에 반발한 개운사와 보타사는 항의시위를 준비했다. 10월1일부터는 실무대표자회의가 열렸으나 쌍방의 합의를 조정하고, 관련 자료를 검토하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양측은 회의기간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개운사 비대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공사를 무조건 정지시키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 및 사찰환경을 보호하면서도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자”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보타사 마애불과 충분한 거리를 둘 것과 건물높이 축소, 소음과 진동의 방지책에 대한 요구이다.

이에 반해 실무협의를 비대위가 요구한 수준보다 더 초보적인 단계로 진행하자는 고려대의 입장이 개진되면서 회담은 파행으로 끝났다. 이후 고려대는 10월9일 진동계측을 이유로 공사를 다시 강행하면서 불교계와 마찰을 빚어왔다.

고려대 정문에서 법회를 열고 있는 스님들


법회을 마친 스님들이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고려대로 들어서고 있다 


고려대의 태도에 항의하며 대표단이 성명서를 찢고 있다 



대화가 단절되면서 비대위는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민족의 사학이라고 자처하는 고려대가 700년 사찰과 불교문화재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는 스님과 불자, 인근주민 200여명이 참석했다.

불교환경연대 법응스님은 “100년 역사의 민족사학이 미치지 않고 이럴 수 없다”며 분노를 표출하면서 모든 법적인 대응과 불교계 NGO, 전국승가대학교 등과 대책위를 구성해 대규모 집회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공사현장을 장악하고, 총장실을 점거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동시에 미국 CNN과 유네스코 등에도 이 사실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원 포교사단장은 “이명박정부의 종교차별이 총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족사학이라는 고대에서도 종교차별이 이루어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공사를 중지하지 않으면 총궐기회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700여년 역사를 지닌 개운사와 보타사 수행환경과 문화재가 훼손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려하겠다"며 △기숙사 4층 이하의 저층화 △지속적인 소음, 진동 계측△문화재보호에 대한 재심사△교통 환경 영향평가 등 관련평가 재실시△주민 등이 참여하는 감시체제 확립 및 공동운영 △주민, 불교계와 합의 시까지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고려대 본관 앞에서 항의법회를 열고 있는 스님들

 

3천배를 올리고 있는 보타사 지주 스님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불교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10월4일 공사강행을 막지 못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보타사 주지스님이 사퇴했다. 그는 보타사와 불교계에 마애불의 훼손을 막아 줄 것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롭게 주지스님을 맡은 초우스님도 “전 주지스님이 이 문제로 사퇴한 만큼 어떠한 일이 있어도 공사강행을 막고 축소건축과 진동계측 등 불교계가 정한 원칙을 관철시키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한편 비대위는 “문화재 보호법 30조와 서울시문화재보호조례 14조 2항에 따르면 마애불로부터 50m 이내에 건물을 신축할 경우, 혹은 50m 밖이라도 수계, 수질오염 혹은 문화재를 둘러싼 자연, 역사, 문화, 경관을 해칠 가능성이 높은 경우, 문화재 영향평가를 통한 건물심의를 하게 되어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전통사찰보존법에 따라 개운사와 같이 전통사찰보존구역으로 획정된 곳 근방에서의 건축행위는 신중히 해야 한다”며 “마애불이 진동에 의한 훼손가능성이 높고, 전경과 풍치 역시 크게 훼손되며 소음 및 분진으로 인한 수행환경 침해가 심각하게 우려됨에도 어떠한 논의도 없이 인가가 이뤄졌다”고 성토하고 있다.

고려대는 10년 전인 98년경에도 보타사 인근에 고층건물을 증축하려다 불교계와 학생들의 반대에 이은 성북구청 심의위원회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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