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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노동현실

 

창원시 팔용 단지 재하청 공장에 다니고 있는 김 모씨는 2월 월급명세서를 받아들고 절로 한 숨이 나왔다. 월급이 평소보다 30~40여만 원이 적게 나왔기 때문이다.


그녀의 2월 달 월급 실 수령액은 \669,130원. 총액임금 \764,420원에서 공제액을 뺀 금액이다. 이렇게 소득이 줄어 든 이유는 명절연휴가 끼여 있는 달이라 노동일수가 적었기 때문이다.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명절연휴가 끼여 있는 달의 소득은 일당제 노동자들에게는 생계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40시간 기준 한 달 총액 \787,930이 된다는 정부의 최저임금의 설명과 달리, 이에 미달하는 \764,420은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시급 \3,770원으로, 하루 8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일급은 \30,160원 이상 책정하면 월 임금총액과는 상관이 없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월급으로 환산한 통상임금 \787,930원은 기준고시가 아니라 예시일 뿐으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김 씨의 지급명세서를 보면 출근일수가 16일, 유급 5일, 주차수당 3일로 되어 있고, 일급은 최저임금인 \30,160원이다. 그리고 유일하게 나와 있는 교통비 보조금을 보면  \32,000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않은 범위인 것이다.


이렇다보니 명절 같은 연휴가 들어 있는 달이면 노동일수가 떨어져 일당제 노동자들의 소득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저임금법에 따른 토요무급휴가까지 노동일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비정규직 일당제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나라에서 이들은 명절이나 휴가철에는 소득 하락과 함께 또 한 번 좌절감을 맛보아야 한다. 바로 상여금 때문이다.


이번 설 명절에 입사 1년이 지나지 않은 그녀가 지급 받은 보너스는 21만원 남짓하다. 그러나 비슷한 조건의 원청업체 소속 노동자는 80여만 원의 보너스를 지급 받았다고 한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달리 지급받는 커다란 금액차이는 좌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이 명절 상여금조차 명절이 지난 이후에 지급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또, 매년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하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재하청 악덕 사용주들은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복지혜택을 일방적으로 줄여버리기 한다. 이 까닭에 전체 임금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부도덕함에는 사용주들의 가치관에도 문제가 있지만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산업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저단가가 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원청과 하청,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창원의 모 하청업체는 대부분의 생산라인을 소사장제로 돌리고 원청에서 물량만을 받아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골치 아픈 노동문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속셈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이윤의 찾는 것이 오히려 편안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저 단가 하청은 이어지고 그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되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허울 좋은 노동정책 속에 일당제 노동자들은 잔업을 더 하기 위해서 회사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고용되었다고 해서 한 달 최저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눈치 보기는 생활이 힘겨운 노동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대기업 노동자들의 잔업과 달리 하루 몇 천원이라도 더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정규직을 비롯한 일당노동자들의 이러한 노동 현실이 개선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기업하지 좋은 도시’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창원시의 행정이나, ‘기업하기 좋은 국가’를 내세우는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 정책으로 볼 때 현실은 여전히 아득해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