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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못난 사내, 그 이름은 여성폭력행위자


몇 해 전 이맘 때 겪은 일이다. 출근을 하다 차안에 있는 담요를 보고 의아해서 짝지에게 물었더니 간밤에 있었던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새벽시간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기에 나가보니 알고 지내는 여성이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말에 의하면 그날도 그녀의 남편은 술에 취한 채 폭력을 휘둘렀고, 부엌칼을 가지고 나오는 남편을 피해 상처 입은 몸으로 신발도 신지 못한 채 황급히 피신해 왔다는 것이었다.


여전히 추운 날씨여서 들어오라고 했지만, 단칸방인 살림형편을 아는 그녀는 안으로 들어오지를 못했고, 어쩔 수 없이 차문을 열어 담요를 넣어 주었다는 말이다.


당시 짝지의 분노를 같이 하면서도 별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단지 “매일같이 그렇게 당하면서 뭐 하러 같이 살어. 빨리 이혼하지 않고”하며 불쾌한 심사를 피해여성에게 오히려 되돌려버려야 했던 안타까운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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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자료사진

이 이전의 경험도 있다. 처음 소개받은 한 남자의 화통함과 시원스러움 탓으로, 그날 술 한 잔으로 급격하게 친해진 상태였다. 그런데 문제의 발단은 술자리가 집으로까지 이어지면서부터 생겼다.


이미 밤 12시가 넘었고 술이 오른 상태에서 자신의 집으로 가자는 제안에 대해 연이어 거절했지만 계속되는 제의에 할 수없이 따라 나서야 했다. 그런데 그 집에서 그와 주먹다짐을 벌여야만 했다.


불만스러운 모습으로 술상을 챙겨 나오는 부인에게 그가 결국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항의를 하다가 결국 주먹까지 오고가는 물리적 충돌까지 벌여야만 했다.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그 부인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지만, 못난 사내가 여성에게 휘두르는 폭력에 대한 증오감은 성장기의 기억과 함께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들의 주위를 둘러보면 흔하게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못난 사내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의 폭행은 가정이라는 개인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기에도 한계가 있다.


남의 가정사에는 간섭을 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실제로 부부싸움에 끼어들어 폭행범으로 입건된 사례들도 있다. 부부간의 일은 부부만이 가장 잘 안다는 의미도 있지만,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나섰다가는, 형사적 처벌까지 각오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정폭력방지법에 의무조항으로 명시되어 있는 가정폭행범을 신고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경찰관서에 신고를 한다 해도 한계가 있다. 가정폭력 사건을 중요한 사회적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일부 사법경찰관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현장에 출동한 사법경찰관이 할 수 있는 강제조치에 대한 법률규정도 미흡하기 때문이다.


가정폭력방지법안 제5조 1항에는 폭력행위의 제지, 행위자·피해자의 분리 및 범죄수사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가정폭력범에게는 제지나 수사의 목적으로 체포할 수 없는 규정이 없고, 임의동행 형식이라 행위자가 거부하면 원칙적으로 연행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민간단체로서는 피해여성을 위한 1366이라는 여성폭력긴급전화와 가정폭력 피해여성을 위한 쉼터가 각 시군별로 설치되어 도움을 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사전예방 기능보다는 사후 보호기능이 강해 당장의 피해를 막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여성에게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못난 사내들의 행위는 거치지 않는다. 이들의 폭력행위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더욱이 치유되기 어렵다는 심각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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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자료사진


못난 사내들의 심리는, 사회적 열등감, 의처증, 여성에 대한 증오 등과 같은 정신질환으로부터 비롯된다.


미국 심리학자 자콥슨 박사와 고트먼 박사는 ‘남자가 여자에게 폭력을 휘두를 때’라는 제목의 책에서 못난 사내를 코브라형과 맹수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질투심이 지나치게 많은 못난 사내가 대개 맹수형에 속한다는데, 여성이 조금만 불쾌한 언행을 해도 배신감을 느끼며 화를 쉽게 내는 타입이다. 화가 치밀어 폭력을 휘두를 때는 이성을 곧잘 잃어버린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반면 코브라형은 반사회적 이상성격자일 경우가 많다는데, 냉정하고 계산적이며 범죄적인 특성과 염세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런 코브라형은 보스형으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특히 아내와 여자 친구가 알아주기를 원하는 병적인 욕구에서 폭력을 저지른다고 한다.


이러한 못난 사내들의 여성에 대한 폭력은 경제적, 교육수준과는 무관하게 일어난다.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가정에서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비치는 까닭은, 사회경제적 교육수준이 높은 가정은 폭력에 대한 일을 숨기거나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정폭력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데이트 폭력이라고 불리는 연인간의 폭력도 심각하다.


데이트 폭력은 피해가 발생된 이후에도 관계가 유지되면서 폭력 또한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또, 강간 살인과 같은 중범죄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관계가 청산되지 않고 결혼생활로 이어질 때는 대부분 가정폭력으로 연결되는 심각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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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자료사진


피해여성들이 못난 사내들과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는 이유가, 동정심과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사과에 속아 넘어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내면에는 인간적인 정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대개의 여성들은 폭력이 한번 이루어지면 그 폭력적 관계가 거치지 않고 계속 유지된다는 것을 잘 모르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못난 사내가 다른 사람에게 폭력행위를 하지 않지만, 자신에 대해서만큼은 폭력적 관계를 고치기 못한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적인 정으로 용서를 하거나 체념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참으로 위험한 생각이다.


한 번의 폭력을 행사하는 못난 사내는 ‘절대’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피해를 당한 여성 자신에게만큼은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한다.


이런 폭력행위를 고치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계의 형성과 외부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서술했듯이 유교문화에서 비롯된 잘못된 여성에 대한 사회통념은 아직은 그들을 관대하게 바라보고 있고, 법률적으로도 미약한 처벌을 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


피해에 대한 구제방법들은 당사자인 본인 스스로가 더 잘 알겠지만, 남성의 입장에서 못난 사내들과의 관계는 망설이지 말고 청산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는 못난 사내들과의 동성인 입장에서 부끄럽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여성에 대한 폭력행위가 치유된 사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관계청산 과정에는 반드시 여성단체들의 도움과 함께 법률적 처벌이나 보호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도 이야기 하고 싶다. 정신적인 공황상태에서 홀로 법에 호소하는 것은 잘못된 사회통념으로 오히려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여성단체들의 적극적 보호가 2차 피해예방과 법률적 보호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3.8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단체들이 여성폭력에 대한 화두로 사회문화적 계몽을 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못난 사내에게는 별의미를 주지 못할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다.

수치와 부끄러움을 모른 채 사적관계만으로 정당성을 내세우는 못난 사내들에게 반성을 기대하는 것은 곧 어리석음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그 못난 사내들이 어떠한 변명과 이유 아래서도 폭력은 폭력일 뿐이라는 것을 알기 전에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