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허망하게 떠나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어...”

 

 

“재연아...재연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가로막은 노모의 절규에 모두가 말을 잊었다. 가슴을 찢는 배우자의 슬픔에도 5살 난 민우는 아빠의 마지막 가는 길이라는 것을 모르고 지쳐 어머니 품속에 잠들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천진난만한 민주를 바라보는 주변의 눈길이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지난 3일 부인을 흉기로 위협하고 있던 강도와 맞서다 유명을 달리한 조재연 경장의 영결식이 경남지방경찰청 장(葬)으로 오전 10시에 창원중부경찰서에서 거행됐다. 

태극기로 감싼 조재연 경장의 운구가 창원중부경찰서를 벗어나고 있다.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유족.


운구차가 경찰서로 들어서면서 의장대의 조곡이 울려 퍼졌고, 승진시험에 사용되었을 증명사진이 영정이 되어버린 고인의 모습 뒤로 영구차가 천천히 들어선다. 승진을 위해 무척 많은 공부를 했던 고인이다.


애국가와 추모묵념에 이어진 뒤 조현오 경찰청장으로부터 경찰 1등급 공로장이 헌정됐다.

공로장에는 “확고한 국가관과 사명감으로 맡은 바 직무에 전념해 왔고, 특히 재임 중 치안질서 유지와 경찰행정 발전에 기여한 공이 크다”고 적었다.

김인택 경남경찰청장은 조사를 통해 “고인은 언제나 당당한 모습으로 도민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으며 참다운 경찰의 길을 걸어 왔다”며 “언제나 일신의 안위와 생명을 뒤로 한 채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온 조 경장을 보내는 심정이 말할 수 없이 비통하다”고 했다.

2년이란 세월동안 형님으로 부르며 함께 했던 이정헌 경장의 고별사는 주변을 눈물로 적신다.

이 경장은 “설마 설마하며 한낱 기우에 그치기를 그토록 간절히 기도했건만 우리 모두의 바람도 허망하게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신 당신. 칼을 든 강도의 위협 속에서도 경찰 본연의 사명을 잊지 않은 당신의 숭고한 신념에 절로 고개가 숙여 진다”고 했다. 또, “남겨진 우리들의 몫은 슬픔과 눈물만이 아니라, 당신이 보여주신 헌신과 불굴의 정신을 본받아 저희의 사명에 다시한번 더하려 한다.”고 했다.

이 경장의 고별사에 유족들과 지인들의 통곡소리가 장내를 더욱 엄숙하게 한다. 한 여성은 카메라로 영결식을 촬영하면서 내내 울먹이며 눈물을 닦아 내고 있다. 고인의 배우자는 초췌한 얼굴로 말을 잊은 채 아이들을 감싸 안고 있다. 

고인의 형은 “장례기간 동안 열과 성을 다해 유가족과 슬픔을 나누며 같이 해 준 창원중부서와 범인검거에 노력해 준 진해경찰서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또, “(고인의) 아이의 꿈이 아빠처럼 훌륭한 경찰이 되는 것”이라며 “훌륭한 경찰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지켜 봐 달라”고 했다.

경찰간부가 고인의 영정에 헌화 분향하고 있다.

종교의식을 진행하고 있는 고 조재연 경장 영결식.

경찰간부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고인은 1974년 2월10일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부산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2년 12월16일 경찰에 투신했다. 2009년 2월12일부터 창원중부경찰서 방범순찰대에서 근무해 오던 고인은 2006년 12월19일 ‘경남치안봉사상’으로 경장으로 특진을 했다. 또한, 정보활동, 근무 실적 우수 등으로 12회의 각종 표창을 수상해 투철한 사명감과 탁월한 업무능력으로 시민에게 봉사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여줬다.


차가운 날씨 속에 고인을 마지막 배웅하는 자리에는 한나라당 안홍준 국회의원과 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위원장 등 정치인과 각급 유관기관장, 지역 주민들이 함께 했다.

헌화와 분향이 끝나고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9발의 조총 소리가 하늘을 흔들면서 고인을 보내는 마지막 행사는 끝이 났다.

태극기로 감싼 운구가 경찰서를 빠져 나오는 동안, 노모는 운구를 붙잡고 비통함을 참지 못하고 울부짖는다. 그 뒤로 유족과 지인들이 흐르는 눈물로 통곡하며 따르고 있다. 모든 경찰공무원들도 그 자리에 서서 운구가 사라질 때까지 거수경례로 고인을 배웅했다.

운구는 고인이 근무했던 창원중부 방범순찰대에서 노제를 지낸 뒤, 진해 화장장으로 향했다. 고인의 유해는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천자봉 공원묘원에 안치된다.


- 이 기사는 민중의소리와 함께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