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엄동설한, 생명을 건 노상철야 단식농성

살을 에는 영하의 날씨 속에서 최경숙씨(56세. 늘푸른 희망연대 경남지회장. 신호등 도움회장)는 이틀 동안 경남도청 노상에서 홑이불 하나만을 걸치고 밤새워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그를 찾은 시간은 29일 저녁. 이미 하룻밤을 세찬 바람과 싸우며 24시간 동안 단식농성을 한 그는 다리가 궂어 거동조차 하지 못했다. 찬바람에 노출된 발가락은 이미 동상에 걸렸는지 움직이지도 못한다.

그는 28일 경남도 비서실장과 면담 후 1층에 앉아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청원경찰이 내쫒아 엄동설한에 밖으로 밀려 나왔다고 했다. 혼자이고 너무 추워서 오늘은 여기 있겠다고 부탁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걸음마조차 할 수 없는 그를 등에 업고 도청 기자실로 향해 그 사연을 들어보았다.

경남도청 야외에서 철야 단식 농성중인 최경숙씨


소속 장애인 도우미 자격 박탈에 강한 분노

최경숙씨는 경남도 장애인도우미뱅크 사업을 독점 위탁운영하고 있는 ‘경남 느티나무 장애인부모회’ (회장 윤종술)가 두달여 동안 임금지급을 미루다가 결국, 소속 도우미 전원에 대해 자격박탈과 3개월 정지등의 조치를 내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2005년에 만들어진 전국 최초로 만들어진 ‘경남도 장애인도우미뱅크’는 장애인들의 활동보조 외출지원, 교육지원, 가사지원, 간병지원, 위탁가정을 지원하는 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많은 수의 장애인들이 이용하고 있다. 2010년 53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이 사업의 계약기간은 3년이며, 6년째 ‘경남 느티나무 장애인부모회’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다.

최경숙씨는 지난 3월께 경남장애인도우미뱅크에서 신호등 장애인 도움회에 대해서만 임금을 삭감한데 대해 항의를 했다고 한다.

임금 삭감에 대해 전체 도우미들에게 진행된 것이란 경남도 장애인도우미뱅크의 입장과 달리 ‘신호등 장애인 도움회’ 소속의 도우미에 대해서만 삭감한 것으로 판단한 그는, 증빙 통장사본 등을 들고 경남도 담당 공무원을 찾아가 임금삭감 이유를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동시에 경남도장애인도우미뱅크로 찾아가 따졌다. 

그에 따르면 통장을 확인한 담당 공무원은 ‘내일 도우미뱅크로 찾아가면 임금을 해 줄 것’이란 말을 들었지만, 도우미뱅크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부정청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2달 동안 ‘신호등 도움회’ 소속 도우미들의 활동 수당이 지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남도 사회장애인복지과는 소속 도우미들에 대한 활동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최경숙씨는 이 조사 결과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3월29일 발표된 ‘신호등 장애인도움회’ 소속 장애인도우미에 대한 개인별 조사결과는  조사대상자 10명 가운데 7명이 서비스 이용인원을 늘이거나 도우미 활동시간을 늘여 활동비를 청구했다는 내용이다. 최씨는 도우미들의 활동시간과 서비스 이용인원이 임의로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조사대상 기간인 2009년 11월~2010년 1월까지 3개월에 걸쳐 조사한 자료를 임의대로 혼합해서 1월달 활동내역으로 발표를 했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일고 있는 장애인도우미활동 조사결과

최경숙씨는 “실제 장애인 39명에 대한 도우미 활동에 대해 81명을 한 것처럼 조작됐고,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모두 1억원을 넘는 금액을 자신들이 허위 청구한 것으로 된다”며 “우리를 도둑으로 몰고 있다”고 흥분했다. 

조사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수용하지 않은 ‘경남도 장애인도우미뱅크’는 지난 4월7일 ‘신호등 도움회’ 소속 도우미 전원에게 자격박탈과 정지 통보서를 보냈다.

이에 대해 최경숙씨는 “조사대상 도우미 10명 가운데 지적을 받은 도우미는 5명인데도 불구하고, 전체 도우미 17명에 대해 자격을 빼앗은 것”은 ‘항의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경남도 장애인도우미뱅크’는 개인별로 보낸 도우미 자격정지 통보서를 통해 ▷ 경남도에 도우미뱅크와 관련한 불합리하고 사실무근한 민원제기 ▷부적절한 언행으로 항의 방문해 뱅크업무에 막대한 지장 초래 ▷활동하지 않은 활동일지 허위작성 ▷서비스 제공기록지의 이용자 서명날인 위조도용  ▷이용자이면서 동시에 도우미 활동 등을 자격상실 사유로 밝혔다.

이후 내부적 논란을 벌이던 최경숙씨는 결국 8개월 후인 12월2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사결과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했다. 다음날인 3일, 김두관 경남지사와 면담한 자리에서 김 지사는  공개감사를 제의했고, 같은 달 8일 윤학송 비서실장, 감사관 2명 참석한 자리에서 공개감사가 열렸다.

최경숙씨는 공개감사 결과에 대해 ▷공문서가 잘못됐다는 것을 행정착오라는 표현으로 비서실장이 잘못을 인정했고, ▷신호등 도우미 16명의 자격을 빼앗은 것은 부당하다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고 말했다.

그는 “공개감사 이후 이 문제가 차일피일 미루어지면서 9개월간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신호등장애인도움센터가 단전, 단수, 가스차단 위기에 처해 있다”며 “경남도의 잘못된 행정을 바로 잡아 피해를 보상해 달라는 것”이라고 농성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장애인도우미 활동보조금사업 하나만으로 장애인들이 요구하는 학교 방과후 교육, 치료, 식사. 귀가까지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경남도에서 별도로 지원하고 있는 영유아 아동 양육지원 사업, 가족지원 사업 등을 활동보조금 사업으로 통합하는 제도의 개선”을 요구했다.
 

하룻밤동안의 야외 농성으로 다리가 마비된 최경숙씨


경남장애인도우미뱅크와 담당 공무원, “공문서 조작은 말도 안돼”

‘신호등 장애인도움회’에 대한 조사결과에 대해 경남도 담당공무원은 “공문서 조작은 말이 안된다”며 일축했다.

경남도 사회장애인복지과 담당자는 “장애인도우미뱅크로부터 도우미들의 사전 활동계획서를 건네받았고, 이것을 토대로 도우미 활동을 진행했는지 개별적으로 공문을 보냈다”며 “모두 그렇다는 답신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또, “그 결과를 취합하면서 이의 신청기간을 두었지만,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임금 미지급에 대해 경남장애인도우미뱅크 서은경 사무처장은 “사설기관인 신호등 장애인 도움회와는 소통이 되지 않아 지급이 늦어졌다”며 “그 과정에 (신호등 도움회가) 민원을 제기하면서 다 줘야 받는다고 해 늦어 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신호등 장애인 도움회 소속 17명에 전원에 대한 자격 박탈에 대해 “업무소통이 안되는 가운데 수시로 도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집기를 부수기도 해 통솔이 되지않아 어쩔 수가 없었다. 정상적인 업무처리가 안되고 복합요인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합리적인 선에서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 1차 업무소통이 차단되는 것은 안된다.”며 “안타까움은 있으나 여러가지 갈등이 있다. 여기까지 온 것에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 보복조치가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