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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우천속에 머리띠 두른 수정마을 노인들

흐리던 하늘이 드디어 물줄기를 쏟아 냈다. 그 하늘 아래 한 켠에는 1회용 하얀 비닐우의를 입은 채 성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3년여의 싸움의 막바지. 이들은 조선소로부터 고향을 지키겠다며 그토록 오랫동안 마산시에 대항해 오던 수정마을 주민들이다.

지난 3월26일, 마산시는 주민들의 바램을 끝내 외면하고, stx중공업과 수정지구 매립사업을 완료하고 정산협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면 청사부지와 어촌계공동작업장 등  10,460㎡의 감정평가금액 24억이 문제가 됐다.

마산시는 이 공공부지가 주택부지일 때는 남아 있었지만 공장부지로 변하면서 없어졌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수정마을 주민들은 마을 발전기금으로 stx중공업이 내 놓은 24억원은 마산시민의 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80대 고령의 수정마늘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우천속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stx중공업에 대해 마산시가 24억원을 환수하라고 요구했다.

수정마을 주민들은 마산시의회에 대해서도 특별감사를 촉구했다.


9일 수정마을 주민대책위와 시민사회대책위는 "stx중공업에게 공짜로 준 공공용지를 환수하라"고 마산시에 촉구했다. 마산시청 앞 집회에는 80대 고령의 노인들이 비를 맞으며 두 손을 하늘로 치켜들고 있다.

주민들은 "2007년 마산시와 (주)STX중공업은 수정지구 매립사업 협약을 체결하면서 10,460㎡의 면 청사부지와 어촌계공동작업장 등을 공공용지로 마산시에 기부체납하기로 했다"며 "공공용지 감정평가금액 24억원은 마산시 회계장부에 기재되어야 할 돈"이라고 주장했다.

또, "수정지구 매립지가 공장용지로 변경될 경우에는 공공용지는 감정 평가하여 그 금액만큼 마산시에 현금 보상하도록 되어 있다"며 "마산시와 (주)STX중공업은 수정지구 매립사업을 완료하고 정산협약을 체결하면서 10,460㎡의 공공용지를 별도로 정산하지 않고, STX중공업에 넘겨주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마산시 뿐만 아니라 마산시의회에 대해서도 원망을 털어 놓으며 특별감사를 요구했다.

마산시 의회는 지난 12일 시민대책위와 주민대책위를 만난 자리에서 "마산시정에 대한 특별감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새로 구성된 시의회에서 8월 정도에 생각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마산시의회가 마산시정에 대한 견제기관으로서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마산시의 행정사무조사에 불응하는 시의원은 6.2지방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집회를 마친 주민들이 가두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은 stx중공업에 시민의 재산 24억원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정마을 노인들이 마산 어시장에서 수정만 매립지 24억원을 되찾아야 한다는 내용의 전단을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


자유발언에 나선 임수태 '더불어 사는 내고장 운동본부' 고문은 황철곤 전시장과 정규섭 비젼본부장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산시민이 공공의 자산인 24억원을 되돌려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당사자들은 마산시민의 이름으로 옷을 벗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순호 마산시의원은 24억원이라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마산시민의 자존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산시의회가 세심하게 관찰하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마산시가 시의회를 속인 측면도 있다"며 "6월30일까지 특별조사기구를 꾸려 잘잘못을 가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마산에서 왔다는 50대의 한 여성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내 친구가 수정에 살고 있는데, 지나가다가 마음이 아파서 들렀다"고 했다. 그는  "커피라도 사서 먹으라며 주머니속에서 몇 만원을 꺼내 놓았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통합창원시장 예비후보는 선거법을 의식해 "지난 번 제가 해  드린 말씀을 기억하시죠"라고 묻고 "선거때는 표를 활용하시라"고 조언했다.

이날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고령의 마을 주민들은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마산 어시장까지 약 3KM에 달하는 가두행진을 통해 시민선전전을 벌였다. 

지역가수 김산과 하동임씨의 노래공연을 끝으로 가두행진에 나선 고령의 주민들은 공공재산인 24억원을 되돌려 받기위해 마산시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마산시의회는 특별감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파업중인 마산 시민버스 비상대책위 소속 노동자들도 함께 했다.

한편, 수정마을 주민대책위는 지난 12일 문제가 되고 있는 수정마을 공공용지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