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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젯밥에 더 관심이 많아진 창원 통합시

 


지난 2일 국회가 본회의를 열고 '창원시 설치 및 지원특례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키면서 마창진 통합이 싫든 좋든 기정사실화됐다.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반대도 있었지만, 결국 마산, 창원, 진해시는 창원시로 통합되게 되었고, 6월 지방선거에서는 통합시의 초대 시장을 선출하게 된다.

 

마창진 3개시를 통합하는 주요한 목표는 지역발전과 행정의 효율성을 위한 것이었다. 즉, 3개시를 통합함으로서 교통, 환경, 문화, 교육 등 다방면으로 중복투자 되고 있는 경상적 경비를 포함한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공무원의 직책이 줄어들어 행정비용이 절감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최근 통합시의 추진방향을 보면, 행정비용의 절감이 아니라 증대를 위한 것 같다. 통합시가 결정되면서 이슈가 된 것은 통합시의 명칭과 통합시 새 청사의 신축문제이다. 여기에 구청이 추가로 몇 개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논쟁의 핵심이다. 현재로서는 3개의 구청과 5개의 구청의 설치를 두고 논의되고 있다.

 

문제는 통합시 청사와 구청의 신축이 꼭 필요한가이다. 최근 일련의 진행 과정을 보면 통합시 청사와 몇 개의 구청을 결정하는 것이 통합시의 정신의 전부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통합시로 인해 새 청사를 다시 지어야 하고, 거기에다 다시 몇 개의 구청까지 지어야 한다면 행정비용의 절감과는 사뭇 다르다. 애초에 불필요 했던 비용이 추가되고, 무엇보다 그 비용은 시민들이 부담해야 한다.

 

이로인한 행정상의 효율성도 문제다. 통합을 한 후 기존 시청이 구청이 되고, 그 구청위에 또 감독관청인 통합시가 옥상옥으로 더 생긴다면 행정은 복잡해 질 수밖에 없다. 복잡한 조직들이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지는 못한다.

 

또 있다. 통합시가 되면서 공무원조직의 직책은 오히려 일정부분 상승된다. 일반시의 국장 직급이 4급인데 반해 통합시의 국장은 3급이 된다. 없던 직책이 통합시가 되면서 새로 생기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현존하는 직급을 유지시키면서 새로운 직급이 만들어진다고 하니 효율성은 웃겨도 한참 웃기는 말장난이 됐다.

 

통합시가 되면서 3개시의 중복된 부서는 하나로 통합되어야 하고, 관리직책들도 당연히 줄어들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다. 이것은 행정비용의 효율성 가운데 중요한 하나다.

 

셈법을 정치적으로 하다 보니 초등학교 수준에도 머물지 못하게 됐다. 이러다보니 정치인과 공무원 역시, 통합시의 취지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많게 됐다. 이들은 행정의 효율성보다 선거구의 변경과 승진, 그리고 보직의 이동에 관심이 더 많다.


 

그동안 통합시 추진과정은 주민투표 약속을 어기는 등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소위 밀어붙이기라는 힘의 논리로 추진돼 왔다. 여전히 통합시를 반대하는 이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통합시를 끝내 밀어붙였다면 최소한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바로 효율성 이다.

 

행정의 효율성을 중시한다면 하나의 시청에 읍면동으로 행정체제를 단순화해야 한다. 그것이 통합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길이다. 통합시 청사와 구청에 대한 건축 논의가 우선이 아니라, 행정체제를 단순히 하고 조직을 얇게 해서 주민편의를 먼저 고려하는 설계가 돼야 한다.

 

그리고, 관리직 조직인 부, 국, 과장 등의 자리도 통합시의 한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행정서비스가 둔화되고 공무원조직만 비대해지는 통합시가 효율성을 말하기 어렵다. 여타의 OECD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의 국민1인당 공무원 수가 턱없이 부족한 만큼, 통합으로 인해 남게 되는 공무원의 인력은 일선행정에 배치해야 한다. 그것이 주민서비스를 높이는 것이고, 행정의 효율성이라는 통합시의 취지에도 걸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