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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MBC, 국장기간에 전쟁군가 방송하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싶다. 민족간의 화해와 통일을 염원하며 한 길로 달렸던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국장기간에 남북간 대결을 연상케 하는 군가를 내보내는 지상파 방송은 도대체 무엇인가 싶다.   
 
지역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취재한 후 기사를 송고하고 한 숨을 돌리는 순간에 어처구니없는 노래가 들린다. 바로 '전선을 간다'라는 군가다. 군 생활을 한 이는 한번쯤은 이 군가를 불렀고, 이 노래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도 안다. 바로 북측에 대한 분노와 전우애다.

김 전 대통령의 국장 기간에 수많은 국민들이 그를 애도하고 있고, 북측에서도 조문단을 보내 추모를 하고 있는 시점에 전우애와 결의를 다지는 상식이하의 방송을 송출하고 있는 곳은 MBC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찾아보니 ‘신나군’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은 춘천 MBC가 제작해 마산, 광주 MBC외 6개 지역에 송출되고 있다. 국군방송, 스카이 라이프, MBC 게임 채널에도 송출되는 것을 보면 꽤나 인기 있는 프로그램인 듯하다. 

'신개념 버라어티, 신바람 나는 군대 토크쇼'를 지향하는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군부대 소식과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전하며 신병들이 입영하는 순간부터 자대 배치 등 군 생활을 통해 인간미와 전우애 넘치는 강한 국군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소개하며 그와 관련된 재미있고 감동적인 군 에피소드를 토크쇼"로 풀어내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한다.

21일 오후 7시15분께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신나군'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다 싶다. 그냥 넘기기에는 억울할 정도로 불쾌하다. 

‘전선을 간다’는 한국전쟁 당시 남과 북이 총칼을 겨누며 서로의 목숨을 겨냥하던 시기, 국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불리었던 군가다. 국장시기에는 여타의 이유를 만들어도 도무지 어울리지 않고 납득할 수 없는 방송내용이다.  

노래가사에도 당시 적대시해야 했던 북측에 대한 적대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시대가 변화하고 남북의 공존공영을 요구하는 시대에 여전히 한국전쟁 당시의 적대적인 분노를 들추어내는 노래이기도 하다.

고인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전에 민주화뿐만 아니라 남북의 화해와 통일에 일생을 걸어 오셨던 분이다. 그 분으로 인하여 6.15 공동선언이 나왔고 이로서 우리 민족이 이념적 장벽을 극복하고 하나가 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그러한 공로는 보수로 대변되는 이명박 정부조차 대한민국 역사상 두번째의 '국장'으로 추모기간을 정했다. 

아무리 번잡한 세상사를 제쳐두고 즐거움과 오락만을 추구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전국 각지에서는 수많은 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의미에서 그렇게 결정된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방송에서 이게 무슨 짓인가. 고인의 뜻을 욕하려 하는 것인가.    

이 시점에 남북간의 반목과 전쟁의 상처를 들춰내는 것이 공중파의 역할일 수 없다. 그것도 한 시대 민주화와 통일을 갈망하면서 이 나라를 이끌었던 한 지도자의 국장기간이다. 아무리 개념 없이 재미위주로 편성되는 예능프로그램이지만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서 느끼는 불쾌감을 분노에 가깝다. MBC를 아끼는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 부탁하고 싶다. 더 이상 실수하지 말라.

이하는 ‘전선을 간다' 노래 제목이다.

높은산 깊은골 적막한 산하
눈 내린 전선을 우리는 간다
젊은 넋 숨져 간 그때 그 자리
상처 입은 노송은 말을 잊었네
전우여 들리는가 그 성난 목소리 
전우여 보이는가 한 맺힌 눈동자

푸른숲 막은물 숨 쉬는 산하
봄이 온 전선을 우리는 간다
젊은 피 스며든 그때 그 자리
이끼 낀 바위는 말을 잊었네
전우여 들리는가 그 성난 목소리 
전우여 들리는가 한 맺힌 눈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