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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표충사에서 찾아 낸 옛 사람의 기억들

얼음골로 잘 알려진 밀양 산내면 방향에 집회 취재를 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표충사에 잠깐 들렀습니다. 산내면에서 산봉우리를 하나 넘으면 바로 사명대사 호국성지로 유명한 표충사가 있는 단장면입니다.


이곳은 오래전 학창시절에 두 번 와 본적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먼 기억속으로 남아있는 옛 연인과의 추억도 남겨진 곳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 시절의 기억이 이곳을 찾게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창시절에도 여행을 좋아 했지만 많이 다니지는 못했습니다. 그 당시 많이 찾았던 곳이 사찰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이곳은 크게 변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옛 기억을 더듬는데 적당한 곳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오랜만에 한동안 잊고 지냈던 먼 기억을 마음껏 떠 올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표충사 입구에서 부터 옛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그 속에는 옛 연인의 모습도 있습니다. 계단을 오르면서도, 영정약수에서 목을 축이면서도 옛 사람의 자태가 느껴집니다.


카메라로 옛 기억을 담는 동안에 사천왕문 안에 있는 삼청석탑 주위를 돌고 있는 여성이 눈에 들어옵니다. 대광전 주위를 돌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그 여성입니다. 무엇인가를 골똘하게 생각하며 나적하게 걷는 모습에 감성이 움직입니다.  그 모습에 먼 어느 날의 같은 그림이 교차되면서 잠시 착시현상이 일어납니다. 

과거의 어느 이도 저렇게 석탑 주위를 조용히 돌곤 했습니다.


그때의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몹시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이곳을 함께 거닐었던 옛 연인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 시절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이는 것은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일 겁니다.





먼 산자락을 보다가 문득 사찰 내 나무에 새순이 올라 있는 것이 보입니다. 표충사에 봄이 찾아오고 있는 가 봅니다. 새순을 보면서 개똥철학도 생깁니다. '시간을 넘어서 계절은 돌아오지만 삶의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이래서 절에 오래 있으면 안 되나 봅니다.


한 동안 접어들었던 옛 시간의 기억을 다시 사찰에 남겨두고 현실로 되돌아옵니다. 또 먼 훗날에 다시 이곳을 찾을 때에도 같은 상념에 젖게 될 것입니다. 돌아오는 길에서 ‘추억은 추억으로 남아 있을 때에 아름답다’는 말을 떠올립니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진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