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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그 회사도 퇴직금 못 받았어요.”

 사내하청공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고통은 고용불안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저임금과 강도 높은 노동은 이미 알고 있다.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사내하청공장에서 만연하고 있는 임금체불과 지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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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테크윈이 원청인 이 공장의 사내하청에서는 임금체불이 만연해 있다


창원 유성정밀의 사내하청인 남영전자에 이어 라인을 임대한 (주)부광은 남영전자의 노동자들을 재고용 하려 하고 있다. 신규인원보다 숙련된 노동력을 가진 그들이 양질의 생산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몇은 끝내 입사를 포기했다. 그리고 일터를 잃어버린 남영전자 노동자들 가운데 25명은 부광에 입사를 선택했지만 이들 중에서도 6명이 다시 포기를 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조건이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더 이상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부광은 유성정밀로부터 라인을 임대한 후 납품 수량을 맞추기 위해 생산이 필요했다. 그래서 남영전자 노동자들에게 고용을 조건으로 이틀 동안 일을 해서 물량을 맞추어 달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이틀 동안의 임금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 노동자들이 일을 거부한 이유다.


그리고 남영전자 동료 중에는 앞서 부광에서 일을 했고, 6개월이 지난 지금도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가 있어 더욱 그랬다. 남영전자에 임금이 체불된 여성들 가운데 4명은 부광에도 임금이 체불되어 있다.

“몇 달째 문자로만 와요. 회사 사정이 안 좋아서 다음 달에 주겠다고.”


이들은 자신들이 일한 하청마다 임금이 체불되는 사실에 어이가 없다. 무엇보다 그 회사가 다시 자신의 일자리에 들어온다는 사실에는 기가 막힌다.


노출을 꺼려하는 이들은 유성정밀의 하청공장 2곳에서 5년 가까이 일을 했다. 그 사이에 부광은 개인회사에서 법인회사로 성장했지만, 자신들의 임금은 체불하고 있다. 이어 입사한 남영전자에서도 또 임금을 체불 당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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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를 잃은 노동자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유성정밀의 사내공장에서 만연하고 있는 임금체불은 비단 남영전자나 부광뿐만이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아무개씨는 또 다른 유성정밀의 하청인 모 전자도 “10명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도 사정을 보면 남영전자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도 퇴근 10분전에 갑자기 폐업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임금에 대해 주겠다는 약속만 번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사실을 알리는데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현재 일을 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피해가 갈까 염려가 된다는 것이다. 


임금을 체불당한 그들 중 일부는 이미 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몇 개월 동안 달라진 것이 없다. 법적인 절차만 진행되고 있고, 주겠다는 메시지만 여태껏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에 그들은 다시 임금을 체불 당했고 거리로 밀려났다.


그들은 “노동부도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동청은 그들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추석을 앞두고 체불임금특별단속에 나서고 있다는 것. 그러나 사내하청노동자들의 기대는 크지 않아 보인다. 법적절차에 의지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다고 모두 받을 수 있다는 확정도 없다. 무엇보다 노동청의 진정에도 고용주들은 “회사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급을 계속 미루어 오기 때문에 더욱 그렇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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